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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팔아 오늘을 잠시 살 순 없다”
“미래를 팔아 오늘을 잠시 살 순 없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3.09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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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교수단체장 인터뷰_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다시 제자리에 섰다. 2011년 3월, 임순광(사회학·사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하 비정규교수노조) 17대 위원장이 2년 임기를 시작했을 때 그 앞에 높인 과제는 분명했다. 정부 주도로 발의된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그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내실 있는 교원지위, 고용 안정, 신분보장 강화 가운데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시간강사뿐 아니라 대학도 반대하면서 두 차례 법 시행이 유예됐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2016년 1월부터 시행된다.

2015년 3월, 2년 만에 19대 위원장으로 다시 현장 복귀한 임 위원장은 “목표가 같다. 바뀐 게 하나도 없다”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전략은 투 트랙이다. 하나는, 비정규교수노조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연구강의교수제’를 공론화해 법안으로 발의하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최소한 6월까지는 법안을 발의해야 제대로 된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바로 현재의 시간강사법을 폐기하는 것이다.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시행은 막아야 한다. 유예다.

비정규교수노조에서 내놓은 ‘연구강의교수제’는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는 법으로 정해놓은 전임교수, 비정년트랙이 아닌 정년트랙 전임교수를 100% 충원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비정규직 교수의 상당수가 정규직이 되는 길이 열린다. 그게 첫 번째다. 그래도 비정규직 교수가 몇 만명은 남는다. 이들을 다 해고해야 하나. 아니면 전일제 교수처럼 9시간 이상씩 수업을 맡겨야 하나. 그렇게 되면 대량해고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일단은 고용을 안정시키면서 재계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생활임금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비정규직 양산이 결코 아니다.”

시간강사법을 둘러싼 상황은 2년 전보다 오히려 나빠졌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수가 증가하면서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전임교원 확보율에도 포함된다. 전임교원의 강의담당 비율을 높여야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문제도 있다. 기존 전임교수의 노동 강도는 강화되고, 시간강사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임 위원장은 “지난번에는 강사법을 폐기하고 우리 대안을 내놓은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3가지를 동시에 막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라고 말했다.

싸움의 대상은 외부에만 있지 않다. 시간강사법은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지만 교육공무원으로 보지 않고, 사학연금도 적용하지 않는다. ‘반쪽짜리 교수’다. 하지만 비정규교수노조가 이를 수용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임 위원장 생각은 분명했다. “정년이 보장되는 교육공무원을 먼저 100% 뽑지 않고 연구강의교수를 교육공무원으로 만들면 대학은 더 이상 정년트랙 전임교수를 뽑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강사’는 비정규직이고 시간제인데도 전임교원처럼 돼 버린다. 과거 같으면 정년트랙으로 임용됐을 사람들이 지금 비정년트랙으로 가고 있는데, 앞으로는 강사로 충원될 것이다.”

그가 “미래를 팔아서 오늘을 잠시 살아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임 위원장은 “시간강사법 시행을 막지 못한다면 대량해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가속화하고, 대학다운 존립 자체가 어렵게 된다. 특히 지방에 있는 대학공동체는 초토화할 것이고, 국내 대학원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라고 강조했다. 시간강사법은 시간강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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