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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교수회’ 회비 자동이체도 막아
경희대, ‘교수회’ 회비 자동이체도 막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3.09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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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선출 갈등으로 서울캠 독립하면서 촉발

경희대가 지난해 새로 출범한 서울캠퍼스 교수회의 회비 자동이체를 막으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경희대와 서울캠퍼스 교수의회에 따르면, 경희대 서울캠퍼스 교수들은 지난해 10월 별도의 교수의회를 출범했다. 경희대 교수의회는 서울지회, 국제지회(수원), 의학지회로 구성돼 있다. 서울캠퍼스 교수들이 서울지회에서 탈퇴해 따로 교수의회를 만든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캠퍼스 교수의회 의장에 유원준 교수(사학과)를 선출했다. 서울캠퍼스 교수의회에는 교수 450여명 가운데 3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장은 “보직교수와 안식년 등을 제외하면 실제 서울캠퍼스 평교수는 350명 정도 되는데 이 가운데 300여명이 새로 출범한 서울캠퍼스 교수의회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후 불거졌다. 서울캠퍼스는 출범 이후 지난해 11월, 교수들의 급여에서 공제되는 교수의회 회비를 새로 설립된 ‘서울캠퍼스 교수의회’의 전용계좌로 이체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교수 급여에서 회비를 공제한 뒤 서울캠퍼스 교수의회 계좌로 이체하지 않고 있다. 기존 ‘경희대 교수의회’만 학칙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기구이고, ‘서울캠퍼스 교수의회’는 불법적으로 설립된 단체이자 단순한 친목 성격의 모임이라는 이유에서다.

유 의장은 “서울캠퍼스 교수의회는 임의단체가 맞다. 교수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설립된 단체이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당국의 일방적 독주를 견제하고 비판하며 대학발전과 교수 권익 증진에 힘쓸 수 있는 것”이라며 “규정에 근거가 없는 조직은 불법조직이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수가 자신의 월급에서 회비를 내겠다고 하면 경리과에서는 그대로 처리하면 되는데 무슨 권한으로 왈가불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단순해 보이는 회비 자동이체를 놓고 학교 측과 서울캠퍼스 교수의회가 대립각을 세우는 배경에는 총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이 자리한다. 설립자 2세인 조인원 경희대 총장은 2006년 11월 13대 총장에 취임한 이후 세 번 연임했다. 첫 총장 선임 때는 교수들이 신임투표로 지지를 보냈다. 2010년 10월 연임할 때는 교수들의 신임투표 절차를 밟지 않았다. 경희대는 총장 선출 규정이 따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총장 임기 만료를 앞둔 지난해 6월 교수의회는 비대위를 꾸려 총장 선출 방안을 만들었다. 이사회에서 총장 후보를 지명한 후 교수들의 찬반을 묻는 방식이다. 교수들이 두 번 거부하면그대로재단에서임명할수있도록하는, ‘연세대 모델’이다. 유 의장은 “전체 교수회의에 상정하기에 앞서 당시 교수의회 의장과 의학지회 교수들이 나서 비대위 업무 정지를 해버렸고, 총장 선출 방안은 상정조차 못했다”라며 “기존 교수의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생각에서 서울캠퍼스가 독립을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총장이 지난해 10월 31일 이사회에서 다시 총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는 구성원들에게 사전 공지가 전혀 없어 ‘밀실 선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 의장은 “학보사 인터뷰에서 조 총장은 ‘의도하지 않게 학생들 마음을 상하게 해 미안하다’고 절차상 잘못을 시인했지만 그 대상에 교수는 포함되지 않았다. 교수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라며 “최소한 총장 선출 규정을 만들어 교수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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