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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 임시이사 파견결정 받아낸 오영식 전 강원관광대학 교수
화제의 인물 : 임시이사 파견결정 받아낸 오영식 전 강원관광대학 교수
  • 박나영 기자
  • 승인 2002.1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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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09 12:24:06
“어둡고 답답한 이 공간. 저기 저이들은 어찌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것인지. 여기에도 과연 빛이 들 수 있을까. 그러나 빛을 구하려는 작은 몸부림에도 나를 압박해대는 무리들. 그냥 주저앉을 것인가, 그래도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빛을 찾아 일어설 것인가.”

오영식 강원관광대학 교수(전 교수협의회 회장·건축과·50·사진)는 파행적인 운영으로 대학을 ‘죽여’ 가는 재단에 저항하다 지난 2월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오 교수는 강원도를 떠날 수 없었다. 생계수단을 잃었으니 당장 식솔들을 먹여 살릴 길부터 막막했지만, 강원관광대학의 교비를 횡령해 ‘돈이 더 잘 벌리는’ 새 대학을 세우려는 재단측의 ‘탐욕’을 그냥 두고볼 수는 없었다.

시간강사로 출강하며 근근히 생활을 유지했다. 말없이 지켜만 보던 아내는 부업이라도 해야겠다고 나섰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다. 한달, 두 달, ‘무익한’ 투쟁의 시간이 길어지자 목구멍이 포도청인지 문득문득 회의감도 들었고, 이게 재단측의 ‘김빼기 작전’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오 교수를 버티게 했던 건 학교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굳어진 학생들의 눈망울, 그리고 같은 마음으로 함께 싸워 주는 동료 교수들이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했던 정채기 교수(교육과), 정호권 교수(관광과), 김권식 교수(관광과), 그리고 학교에 남아 뜻을 합해 주었던 김용욱 교수(품질경영과), 정두연 교수(관광과)는 관선이사파견이라는 투쟁의 결과를 앞에 두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들이다.

“재단측과 싸우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교육부의 미온적인 태도였습니다. 초기에 싹을 잘랐더라면 이렇게까지 일이 크게 번져나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과정을 되돌아보는 오 교수에게 가장 안타까운 점은 관선이사파견 결정이 너무 늦어졌다는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주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실질적으로 수험생들에게 학교를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선이사파견 결정이 내려졌다고는 하나, 아직 명확하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관선이사진이 대학을 정상화의 길로 인도할 수 있을지도, 재임용탈락은 재단측의 부당한 처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교단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아직은 모른다. 그러나 오 교수는 이제 한 줄기 희망을 본다.

적당히 타협하지 않은 탓으로 교수직을 잃었지만, 지금 오 교수가 얻은 것은 그 하나의 성과가 아닐까.

박나영 기자 imna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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