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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통합적 미래 사회를 꿈꾸며
연령 통합적 미래 사회를 꿈꾸며
  • 정순둘 이화여대·사회복지학과
  • 승인 2015.03.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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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칼럼] 정순둘 이화여대·사회복지학과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엔 사회적으로 합의된 무엇을 하기에 적합한 연령이란 개념이 생겨났다. 사회에서 적용하는 규범으로 연령이 작동하고 있다.

“결혼은 언제 하려고 그러니?”“취직은 된 거야?”“은퇴 후 계획은 세웠고?”우리 사회에서 일정한 연령이 되면 듣게 되는 몇 가지 질문들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무엇을 하기에 적합한 연령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적절한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고, 취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일정한 나이가 되면 직장에서 은퇴해야 한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회에서 적용하는 일종의 규범으로 연령이 작동하고 있다.

적절한 연령에 대한 생각은 옷을 선택해 입는 일이나 공부를 시작하는 일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이든 노인이 젊은이 스타일의 옷을 입는다거나 반대로 젊은이가 노티 나는 옷을 입으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학교 공부를 마친 노인이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거나 연애를 시작하겠다고 하면 그 나이에 무슨 공부며 연애냐고 타박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령규범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생기게 됐을까. 일반적으로 세 가지에 근거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통계학에 근거한다. 통계학에 근거해 생애주기를 만들고, 그 나이 때까지 해야 할 인생과업을 만든다. 예를 들어 20대까지는 대학 공부를 하고, 30대가 되면 직장에 다니며, 55세가 넘으면 은퇴를 한다. 평균 결혼연령이 통계를 통해 제시된다. 최근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 결혼연령은 32.3세이고, 여성은 29.6세 라는 통계가 제시된 바 있다.

둘째, 사회적인 합의에 근거한다. 적어도 서른이 넘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한다거나 마흔이 넘기 전에 아기를 낳아야 한다거나 노인이 되면 퇴직을 해야 한다는 규범이다. 통계에 근거하지는 않지만 사회통념상 받아들여지게 된다.

셋째, 사회통제를 위한 수단에 근거한다. 국가는 가임기 여성에게 결혼을 장려하고, 아기를 낳으면 육아수당을 준다. 육아수당이라도 받으려면 적절한 나이에 결혼을 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통제로 인해 연령이 또 다른 사회규범이 된다.

통계학, 사회적 합의, 사회통제에 의해 굳어진 적절한 연령에 대한 생각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떠한 사회일까. 아마도 적절한 연령에 관계없이 생애주기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생활할 수 있는 사회일 것이며, 이러한 삶에 대해 타인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일 것이다.

연령에 대한 유연한 생각을 가진 사회에서 적령기는 없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변화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서른이 넘어도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늦은 나이지만 공부하는 은발의 노인들이 대학 캠퍼스에 나타나기도 한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연령에 대한 유연한 생각을 가질 때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 또한 달라질 것이며, 개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타인과 사회의 잣대에서 벗어나 연령을 통합적으로 생각하는‘연령 통합적 시각’을 갖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 사회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정순둘 이화여대·사회복지학과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박사를 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노년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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