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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과 대학
김영란법과 대학
  • 김춘옥 단국대 퇴임교수·언론학
  • 승인 2015.03.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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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김춘옥 단국대 퇴임교수·언론학

"현실에서 배운 윤리적·도덕적 체험은 평생 뇌리에 박힌다. 모든 소통 속에 담겨 있는 윤리와 도덕이 학생들에게는 사회를 살아가는 기준이 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에 사립학교 교직원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위헌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각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는 대한변호사협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협회 등도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년 반 만에 간신히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첫째, 법 적용 대상에 민간인 신분의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사 등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 둘째, 법 적용 대상에는 공공성이 요구되는 국회의원이나 금융, 의료계, 시민단체 관계자 등은 모두 빠졌다는 점, 셋째, 특히 부정청탁의 개념 등 법 적용 범위가 모호해 자칫 언론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현행법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사립학교가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측은 첫 번째 이유로 세금 지원을 꼽는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사립이든 공립이든 법인이든 정부지원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공적 기금을 사용하는 모든 기관이나 단체는 공평성, 명확성에 근거해 별도의 금전ㆍ금품 수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교육의 중요성이다.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배운 윤리적ㆍ도덕적 체험은 평생뇌리에 박힐 수밖에 없다. 모든 소통 속에 담겨 있는 윤리와 도덕이 학생들에게는 사회를 살아가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과 관련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사안은 입학, 성적, 추천, 교수 사례금 등이다. 100만원 이상(금전이나 물품) 수수는 업무와 관련 없어도 처벌할 수 있고 100만원이하는 업무와 관련 있을 때 처벌한다고 김영란법은 명시하고 있다.

현실은 어떠한가. 다행히도 교수 채용관련 비리 뉴스가 요즘에는 흔치 않다. 공정하게 이뤄지기 때문일까?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일까? 교수들이 인사권을 많이 뺏어왔기 때문일까? 아님 사후 감사의 뜻으로 전하는 사례품ㆍ사례금은 우리나라 미풍양속에 준하는 것이라 거론 자체가 안 되는 것일까?

대학 입학 관련해서 예체능계 교수들의 비리는 아직도 흔해 보인다. 대학원 입학을 위해 자격 미달 지원생에게 강력한 추천서를 써주는 행위, 산학 협동의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 주는 늦깍이 박사과정 학생들. 편법은 대가를 부르기 마련이다. 또 우리나라 미풍양속은 아직도 스승의 호주머니를 열게 하지 않는다. 평생 동안.

교수가 학생을 추천하는 기준, 학교 당국에서 교수를 추천하는 기준, 이런 것을 계량화해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내 제자 만드는 경쟁을 치열하게 만든 대학의 도제제도는 오랜 관행이기 때문에 괜찮은 걸까?

언론인 생활을 하다가 언론학 교수로 정년퇴임했다. 언론인일 때는 최소한, 명분상으로나마 모든 판단의 기준은 ‘객관적으로 무엇이 옳은 것인가?’였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같은 기준이 먹히지 않았다.‘ 무엇이 나에게 이익인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나 고민도 했다. 문을 잠글 수도 있는 내 방, 내가 헌법인 강의실, 내가 따라야 할 것 보다는 내가 거느려야 할 학생수가 훨씬 많은 곳. 도그마에 빠지기 쉬운 가진 자, 못 가진 자를 이해하기 힘든 가진 자가 되기 쉬운 직종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여성이라 갑은 못되고‘가진 자, 을’정도였다.

대학의 윤리적·도덕적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주체는 대학 당국과 교수이다. 대학에서는 이론적으로 교수가 주체다. 그 교수들로부터 배운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향해 가고 있지 않은가? 제5공화국 당시 모든 경찰서 입구에 붙어 있어 식상해 지긴 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우리의 이상향은‘정의로운 사회’다.


김춘옥 단국대 퇴임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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