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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사람도 상어 간에는 못 당해
‘간 큰’ 사람도 상어 간에는 못 당해
  • 교수신문
  • 승인 2015.03.0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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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25. 상어

바다는 물고기들의 집이요 고향이다. 그런데 온도 변화가 작은 물에 사는 생물들은 한 겨울의 칼 추위와 덥되 더운 찜통 여름 맛을 보지 않아 좋겠다. 어쨌거나 물고기는 대별해 뼈가 딱딱한 硬骨魚類와 물렁한 軟骨魚類로 나뉜다. 거의 대부분이 경골어류이고(민물어류는 모두 경골임) 일부가 연골어류로 거기에는 상어나 가오리, 홍어 따위가 든다. 그 중에서 상어들의 속 이야기를 엿들어 보자.


상어(shark) 또한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의 大兄으로 약 4억2천만 년 전 이미 이 지구에 태어나시어 바다를 누비셨으니 우리보다 100배 이상 긴 시간을 이 지구에 살았다는 계산이다. 무엇보다 상어 하면 영화 「Jaws」와 소설 『노인과 바다』를 떠올리게 된다. 상어를 전공하는 사람들의 말을 빌면 전자는 상어 중에서도 ‘백상어’(사진)이고, 후자는 ‘청상어’라고 한다. 상어는 세계적으로 500여종, 우리나라 근해에만도 14여종이 서식한다고 한다.


상어는 뼈가 몰랑몰랑한 연골어류로 아가미뚜껑(蓋)이 없고, 5~7개의 아가미구멍(gill slit)이 겉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상어는 어느 것이나 아주 꺼칠꺼칠한 방패 모양의 비늘(楯鱗)인 皮齒(dermal denticle)를 갖고 있어서 그 껍질을 벗겨 말려서 砂布(sand paper) 대용으로 물건을 문지르는 데 써왔다. 그리고 독자들은 당장 ‘상어연골(shark′s cartilage)’이라는 관절에 좋다는 약 생각이 날 것이다. 상어는 연골이기에 몸이 아주 가벼워(연골은 경골 무게의 반) 물에 잘 뜰 수 있고, 상어 연골은 사람의 코나 귓바퀴 뼈와 똑같은 탄성연골(elastic cartilage)이다.


상어가 ‘바다의 포식자’란 대명사가 붙은 것은 그 무서운 이빨에서도 단방에 감지할 수가 있다. 상어는 사람과는 달리 일생동안 여러 번 이를 간다. 깔쭉깔쭉한 톱니 모양의 이빨이 컨베이어벨트(conveyor belt) 움직이듯 순서대로 하나씩, 닳은 것은 빠져버리고 새것으로 채우니, 평생 3만여 개의 이를 갈아치운다고 한다. 그리고 상어가 먹이를 물면 반드시 머리사래를 처서 죽인다.


그리고 보통 물고기는 눈알이 한 자리에 고정돼 움직이지 않으나 상어는 눈알을 굴리고, 눈동자 조절이 가능하며, 또 瞬膜(nictitating membrane)이라는 얇은 막으로 열었다 닫았다 해 눈망울을 보호한다고 한다.
수컷은 손가락 모양을 한 한 쌍의 긴 음경을 갖고 있는데, 이는 배지느러미(pelvic fin)가 변한 ‘clasper(걸쇠)’라 부르는 교미기관으로 묘하게도 뱀의 半陰莖(hemipenis)과 아주 흡사하다. 그래서 암컷의 생식구멍(生殖孔)에다 둘 중의 하나를 비뚜름하게 삽입해 서로 껴안거나 거머쥐지 않고도 짝을 지운다.


상어의 임신 기간은 꽤나 길어서 8개월에 10개월까지 가는 놈이 있다. 아무튼 뱃속에서 수정이 일어난 수정란은 종에 따라서는 어미 몸에서 일부 양분을 얻어 자라는 胎生(viviparity)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부화돼서 알 속의 양분만으로 자라 태어나는 卵胎生(ovoviviparity)하는 것이 있다. 그래서 상어는 다른 어류처럼 수만 개의 알을 낳지 않고 고작 20~100여 마리를 낳는다.
하지만 하물며 無敵의 최상위포식(頂点捕食者, apex predator)인 상어도 새끼 땐 다른 큰놈들의 밥이 되고 만다.
그리고 날고뛰는 ‘간 큰 사람’도 상어 간(肝)에는 당하지 못한다. 스콸렌(squalene)이란 지방이 주성분인 상어 肝이 몸무게의 30%를 차지한다. 또 浮力(buoyancy)을 조절하는 부레(swim bladder)가 없는 대신 순전히 지방덩어리인 간이 커서 물에 잘 뜰 수 있도록 적응했다. 간에서 肝油를 뽑아 약으로 쓰니 그것이 간유구인 것이고, 비타민 A, D가 많이 들어있어서 夜盲症에 좋다. 고기 주고 간까지 빼주는 상어야, 너 참 고맙다! 그리고 고농도의 尿素(urea)와 trimethylamine oxide(TMAO)가 들어있어서 바닷물과 같은 농도의 삼투압 조절을 한다. 고등포유류의 질소배설물인 요소를 연골어류가 만드는 것도 특이하며, 썩힌 홍어에서 나는 지린내는 이 요소가 분해한 암모니아(NH3)다.


‘바다의 폭군’인 상어는 20~30년 사는 것은 보통이고, 100살을 넘게 사는 종도 더러 있다 하니 꽤나 장수집안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 하겠다. 사실 물고기는 늙어 힘 빠지면 단방에 다른 놈이 달려들어 잡아먹어버리기에 사람처럼 똥 싸 붙이면서 근근이 생명을 부지하는 녀석이 있을 수 없다. 더없이 평안해 보이는 바닷물 속이 정글 같은 약육강식의 세상이렷다.


그런데 상어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저런!? 바다에 지느러미가 잘려서 헤엄을 제대로 치지 못하고 덩그러니 뒤뚱거리며 떠다니는 놈들이 널려있다 한다. 예리한 칼로 잡은 상어에서 비싼 지느러미만 싹둑 잘라버리고 바다에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처연한 상아는 이렇게 ‘상어지느러미(shark′s fin)’ 요리용으로 1년에 1억 마리가 넘게 죽는다. 그러면 물고기(상어)의 나이를 어떻게 알아낼 수가 있을까. 상어가 자라면 자랄수록 등뼈도 커 가기에 등뼈를 세로로 잘라서 들여다보면 나무의 나이테(年輪, annual ring)와 똑같이 고리가 보이는데, 그것도 여름에는 간격이 넓고 겨울엔 아주 좁다. 상어는 나이를 뼈 속에다 묻어 뒀구나. 물고기는 등뼈 말고도 비늘이나 耳石(귀속에 들어있는 뼈)에도 나이의 흔적을 찾을 수가 있다. 사람은 얼굴과 손등에서 험한 세월의 나이(年齒)를 엿보는데 말이지.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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