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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대 전환 가능해도 하지 않을 것…그건 다 같이 망하는 길”
“일반대 전환 가능해도 하지 않을 것…그건 다 같이 망하는 길”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3.02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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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6개월 맞은 이승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나도 한 전문대학의 총장인데, 일반대학으로 전환 가능하다 해도 전환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다 같이 망하는 길이다. 재정적 측면에서도 무분별한 4년제 운영은 어렵다.”
이승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군장대 총장)은 전문대 수업연한을 1~3년에서 1~4년으로 다양화하는 ‘수업연한 다양화 법안’(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한 4년제 대학의 우려에 이렇게 말했다. 다만 직업교육에는 산업체가 요구하는 직무교육 수준이 있고, 그것을 맞춰주는 것이 전문대에 다니거나 전문대 진학을 원하는 수험생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수업연한은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폴리텍대학 신설에는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폴리텍대학을 통해 서비스 인력 양성을 추진하는 것은 특히 그동안 전문대학이 담당해온 보건의료 인력 양성의 책무와 성과를 통째로 무시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대학은 정원 감축을 해야 하는 고통을 감내토록 유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노동부는 폴리텍대학에 전문대학의 기능을 중복 투자하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가 사회부총리 부처가 된 만큼 “산업인력 양성에 대해 20년, 30년 뒤를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릴 때가 됐다”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이 회장은 특히 “외국의 직업교육은 거의 국비에서 지원해주고 있다”며 “노동부가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고용보험기금을 폴리텍대학과 직업훈련기관만이 아니라 전문대에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6개월을 맞는 이 회장을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위치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일시 및 장소: 2월 25일(수) 오전 10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실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이승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1956년생.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서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정책학 석사)을 졸업했다.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대통령비서실 지방행정 담당 행정관, 전북 순창군수, 행정자치부 교부세과장, 전라북도 기획관리실장과 정무부지사, 중앙공무원교육원장(차관급)을 지냈다. 2008년부터 군장대 총장을 맡고 있다.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지난해 9월 5일 제16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에 취임했다. 현재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회장과 전북 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임기 동안 가장 중점을 둘 과제는.
“전문대학은 4년제 일반대학보다 열등한 대학이 아니다. 전문대와 4년제는 다르다. 전문대는 장인이 지배하는 세계, 장인이 도제식으로 가르치는 기능의 세계에서 전문가를 양성하는 대학이다. 직업교육을 택한 학생들은 전문대로 오고, 학문이나 일반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은 4년제로 가는 것이다. 전문대와 4년제는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는 것. 그런 점을 강조하고 사회적 인식을 바꿔나가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똑똑한 친구들도 오는 그런 코스가 될 때 정말 최고의 용접 기능공이 나타나고, 최고의 메카트로닉스 기술자가 나오고, 또 최고의 요리사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중점과제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통과다. 수업연한 다양화는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끌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도입해 직업교육의 틀을 만드는 필수적인 제도 개선이다. 전문대학은 이미 NCS 기반 교육과정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상반기 국회에서는 반드시 ‘수업연한 다양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 전문대 수업연한을 현재의 2~3년에서 1~4년으로 다양화하는 것에 일반대학들의 반발이 심하다.
“먼저 한 가지 정리할 부분은, 4년제 일반대학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전문대학이 일반대학으로 전환하고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구조조정에 위배될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이 법안의 핵심은 학생들이 직업교육을 원할 때 1년부터 4년까지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직업교육은 나름대로 산업체가 요구하는 직무교육 수준이 있고, 기능의 세계에서는 적합한 수업연한이 있다. 그것을 맞춰주자는 것이다. 2년이 필요하면 2년으로 끝내라는 것이다. 피부미용. 2년으로 끝내면 되지 그걸 왜 4년씩 가르치나. 요리도, 100년이 넘은 요리대학이 전 세계에 있지만 어딜 가나 4년제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독 4년제가 요리학과를 만든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는 크게 보면 고등직업교육 수업연한 다양화로 정의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 패러다임 전환이다.”

△ 전문대가 다 4년제로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다.
“내 경우만 해도 협의회 회장이자 한 대학의 총장인데, 일반대학으로 전환 가능하다 해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다 같이 망하는 길이다. 예를 들어 간호과의 경우 4년제로 하라니까 마지못해 하는 것이지 우리는 사실 3년제 할 때가 더 좋았다. 4년제로 하려면 교수나 기자재도 더 확보해야 한다. 재정적 측면에서도 무분별한 4년제 운영은 어렵다. 그런데 산업체가 원하니까 가는 것이다. 산업체 수요 자체가 간호나 메카크로닉스 등 몇 개 분야는 4년제로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요리처럼 2년 이상 가르칠 필요가 없는 분야를 무엇 때문에 4년으로 하겠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는 단순히 전문대학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고등직업교육 수업연한 다양화로 교육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 가장 핵심은, 전문대학 총장이나 대학 관계자들을 위한 내용이 아니라 전문대를 다니고 또 진학을 원하는 수험생을 위한 법안이라고 강력하게 말하고 싶다.”

△일반대학이 전문대학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지만 대학평가 등의 영향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사회적 요구도 있고.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나.
“일반대학의 학과 설치는 기본적으로 자율인데다, 정부가 정원을 배정하는 보건·의료 분야도 교육여건과 성과, 지역별 안배 등을 감안할 뿐 대학유형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교육여건과 성과가 부족한 전문대에 배정하는 비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현행 법 테두리에서는 일반대학의 전문대 관련 학과 신설을 막기 어렵고 오히려 확대되기 십상이다.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조치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있듯이 전문대학만이 유지할 수 있는 학과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다양화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서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이 제 기능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 구조조정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평가가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학생 수가 줄기 때문에 전문대, 일반대를 막론하고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학교를 문 닫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대학이라는 게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불법을 자행하거나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다 같이 덩치를 줄여나가야 한다. 수도권도 학생 모집에 지장이 없더라도 같이 줄여줘야 한다. 지방의 경우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마지노선까지는 정원을 줄여나가되 새로운 수요 창출로 눈을 돌려야 한다.
노령화사회로 가면서 생산적 복지가 되기 위해서는 노인들도 일을 해야 한다. 그들에게 누가 직무능력을 가르쳐 줄 것이냐. 지금처럼 복지관에서 할 게 아니라 시설이 되는 대학들, 교수들이 그 기능을 맡아주면 된다. 또 저출산으로 생산 가능 인력이 줄어들면 외국에서 산업인력을 데려와야 한다. 그럼 교육시키고 훈련시키는 기능은 어디서 담당할 것이냐. 직업전문기관 혼자 못한다. 전문대학이 나서줘야 한다.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분야에서 특화된 전문대학이 많다. 그러기 위해 법무부에서 학생비자 문제도 함께 풀어줘야 한다. 정원을 줄이는 한편 노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두 가지 기회요소를 적극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 ‘차라리 전문대를 없애라’며 전문대 교수들이 거리에 나선지 10년이 됐다. ‘대학교’, ‘총장’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등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교육부 예산이나 직제를 보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인식도 있다.
“직업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대를 살리는 것보다 직업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봤을 때 한 부처의 힘으로만은 안 된다. 마이스터고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부를 선두로 해서 모든 부처가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협력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문제가 뭐냐고 하면 직업교육 분야에서 교육과 훈련이 이원화돼 있다. 노동부는 훈련, 교육부는 교육을 하고 있다. 직업교육 컨트롤타워, 예를 들어 가칭 ‘직업교육훈련청’처럼 노동부와 교육부의 직업교육을, 훈련과 교육을 하나로 묶고 예산도 하나로 묶어서 지원하는 중심기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부 내에서도 전문대 위상은 과 단위에 머물러 있다. 고등직업교육정책국이라든지 이런 국 단위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폴리텍대학에 서비스 기능 확대라든지 정부 부처 간의 정책 혼선도 전문대 직업교육에 위기 요소가 되고 있다.
“폴리텍을 통한 서비스인력 양성은 이미 전문대에서 오래전부터 대규모 시설·장비 투자를 통해 금융정보와 보건의료 분야 인력을 양성해 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 인력 양성 분야는 일반대학도 전문대학의 후발주자일 정도로 전문대학의 입지가 확고하다. 그런데도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그동안 전문대학이 담당해온 보건의료 인력 양성의 책무와 성과를 통째로 무시한 결과다. 대학은 정원 감축을 해야 하고, 등록금을 인하 또는 동결하는 고통을 감내토록 유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노동부는 폴리텍대학에 전문대학의 기능을 중복 투자하려 하고 있어 심각함을 더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을 보면, 자기들 기관이 없다. 창업보육센터를 다 대학에 만들었다. 자기들은 감독만 한다. 잘하면 더 주고, 못하면 빼고. 그야말로 대학을 살리는 길이다. 이게 정부 부처와 대학 간의 협력 관계에서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노동부도 더 이상 폴리텍대학을 새로 세우려고 하지 말고 전문대나 일반대 중에서 적합한 대학을 지정하거나 신청 받아서 심사하고, 예산 줘서 운영한 다음 평가하고. 그걸로 충분한 거다. 다행히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함으로써 이 부분에 대해 조정 방향 등을 밝히고 있어 기대를 갖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문대 정책을 내놓지만 아직 실효성 있는 어떤 게 나오지는 못한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장기적 차원에서 말한다면 적어도 외국처럼 직업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 또 그렇게 공부한 학생이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교육부 장관이 부총리가 됐는데, 인적자원을 총괄하는 부처가 된 것이다. 교육만 관장할 게 아니라 산업인력 양성에 대한 그림을 그릴 때가 됐다. 적어도 20년, 30년 뒤를 보는 정책을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 직업교육은 앞으로 이렇게 가겠다고 하는. 일반교육은 그래도 틀이 잡혀 있는데 직업교육은 틀이 없다. 정권 중반이라 어렵다면 적어도 다음 정부 때 발표할 자료를 교육부가 만들어놓아야 한다. 그리고 다음 정부의 공약으로 들어가야 한다.
거기다가 외국의 직업교육은 거의 국비에서 지원한다. 우리는 사립에 의존한다. 고용보험기금을 노동부가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폴리텍대학과 직업훈련기관만이 아니라 전문대에도 지원해야 한다. 폴리텍대학만 갖고는 늘어나는 산업인력 수요를 맞출 수 없다. 대신 고용보험기금을 지원한 프로그램은 노동부가 감독하면 된다. 교육부가 부총리가 됐으니까 일반대학과 전문대는 우리 소관이고 폴리텍대학이나 기술교육대학은 노동부 것이고, 이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훈련기관이 아니라 프로그램별로 지도 감독해 달라는 게 우리 요구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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