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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의 오솔길에서 진리를 만나는 방법
논쟁의 오솔길에서 진리를 만나는 방법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2.17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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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현대사회의 쟁점에 대한 ‘당신의 선택’을 묻는 ‘Taking Sides’(양철북 刊) 시리즈

우선 이 시리즈는 ‘토론수업용 교재’라는 탄생 의미가 짙은 책이다. 미국 대학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는 게 그렇고,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대학가에서 토론 대회, 토론 강의 등에서 원서를 발췌 번역해 사용해왔던 것도 그렇다.
양철북 출판사(대표 조재은)가 번역 출간한 이 시리즈의 이름은? 1권은 『당신의 선택은?: 기업윤리』(애덤 스미스·카를 마르크스 외 44인 지음, 권루시안 옮김, 732쪽), 2권은 『당신의 선택은?: 과학기술』(프란시스카 T. 그리포·수전 E. 더틀리 외 48인 지음, 박중서 옮김, 824쪽), 3권은 『당신의 선택은?: 글로벌 이슈』(마이클 마이어·대니얼 니렌버그·미아 맥도널드 외 37인 지음, 강미경 옮김, 696쪽)다. 다양한 분야의 글에서 발췌했음을 알 수 있다. 각 권 3만원.


‘편(side)을 정하라’는 의미의 ‘Taking Sides’ 시리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특정 쟁점과 주제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들로 묶어진 책이다. 각 분야의 최신 이슈들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지닌 두 글을 비교해 읽을 수 있는 ‘쟁점과 토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이름난 대학 교수들이 해당 분야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 20여 가지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담은 논문, 칼럼, 연설문 등에서 각 두 편을 골라내고, 각 이슈에 대한 배경 지식, 더 읽을거리를 붙여, 토론수업용 교재로서 손색없게 만들었다. 1~3년마다 이슈를 재선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시리즈 속에는 애덤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 같은 고전 경제학자들부터 밀턴 프리드먼과 마크 R. 크레이머 같은 현대 경제학자들까지 내로라하는 학자·전문가들이 등장해 격렬한 논쟁을 벌인다. (1)현대 사회가 직면한 ‘쟁점과 과제’를 다뤘고, (2)사회 문제를 논제로 만드는 방법(프레임 짜기)의 모범을 보여주며, (3)신념이 아닌 논거에 바탕한 논쟁―진짜 논쟁의 방법을 담고 있어서 대학 강의실에서뿐만 아니라 정치나 경제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도 두루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이 책들은 근본 문제에만 시선을 맞추진 않았다. ‘임의 고용은 사회적으로 좋은 정책일까?’, ‘고용주가 종업원의 소셜 미디어를 감시하는 행위는 정당할 까?’, ‘어린이를 겨냥하는 광고를 규제해야 할까?’ 등 기업 경영과 이를 둘러싼 정책 생산의 현장에서 빚어지는 현실적인 문제도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이 시리즈는 ‘이론과 실천’의 영역에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지식 무기인 셈이다.


책은 각 장마다 해당 이슈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요약해서 소개하는 ‘들어가며’, 이슈에 대한 ‘그렇다(Yes)’와 ‘아니다(No)’로 나뉜 전문가들의 견해, 그리고 추가적으로 이에 대한 전체적인 정리의 글인 ‘정리하며’와 더 생각해볼 문제와 참고할 만한 읽을거리를 덧붙이는 후기로 구성했다. 하나의 쟁점에 대해 상반된 관점을 제시하는 방법은 고대의 학문 방법인 문답법을 재활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견해는 이 논쟁의 오솔길을 걸어가는 이들에게 유익한 지적 경험을 마련해준다. 물론 이것은 두 가지 전제를 따를 때의 일이다. 첫째는 진리가 정말로 존재하고 그것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 둘째는,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 진리를 온전한 상태로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전제들 말이다. 비록 텍스트화된 대화이지만, 이 논쟁적인 대화 공간에서 진리를 추적할 수 있으며, 이 진리는 그것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한 우리 의견의 일부분으로 스며들 수 있다.


‘기업윤리’를 다룬 1권은 경영 윤리 분야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20가지의 주제에 대해 찬반 토론 형식으로 다룬 글 40편을 선별, 수록했다. ‘자본주의로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익 증대가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일까?’, ‘개인의 도덕성이 기업의 압력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폭리를 규제해야 할까?’, ‘유전자 특허를 비윤리적이라고 봐야 할까?’ 등 질문의 층위를 보면, 지적 욕구를 자극해 논쟁을 따라가 자신의 견해를 구축하게 만든다.


2권은 ‘과학기술’과 관련된 20가지 이슈를 고찰했다. 여러 대안들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능력을 가리켜 ‘비판적 사고’라고 부르는데, 2권은 바로 이 능력을 자극하고 배양하기 위해 기획된 책이다. 수록된 이슈들은 현재 과학과 사회 양쪽에 특별히 관련되는 주제들로, 과학과 연구의 본질, 과학과 사회의 관계, 기술의 이용, 기술 진보의 잠재적 위협 등이며, 분야로는 컴퓨터·우주과학·생물학·환경보호주의·법 집행·공중보건 등에 걸쳐 있다. 예컨대 ‘인터넷은 중립적이어야 하는가?’, ‘기계도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 ‘정보 기술은 사생활에 위협이 되는가?’, ‘인간의 세포 복제는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가?’ 등 생생한 주제들이 논쟁의 포화를 준비하고 있다.


3권은 최근 글로벌 이슈를 네 개의 장으로 묶어 탐색했다. 1부의 중심무대는 인구, 2부에서는 세계의 자원과 자원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3부와 4부는 21세기에 들어와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이슈들을 다뤘다. 특히 3부는 최근의 세계적인 경제 위기뿐만 아니라 전염병과 인신매매처럼 서로 공통점은 없지만 국경을 초월해 갈수록 영향력이 확대되는 문제를 설명하는 데 지면을 내줬다. 4부는 냉전과 9·11을 겪은 이후 세계는 ‘핵 9·11’을 향해 가고 있는지, 또 중국은 차세대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인지와 같은 새로운 안보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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