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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作의 무게와 배우들의 熱演이 만났을 때
原作의 무게와 배우들의 熱演이 만났을 때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2.17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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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는 공연들

▲ 로빈훗 사진(주)엠뮤지컬아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1천번째 공연을 마쳤다. 한국 뮤지컬 역사에서 1천석 이상 대극장 공연 뮤지컬로 공연 횟수 1천회를 돌파한 작품은 「명성황후」(2009년), 「맘마미아」(2011년) 두 편이 있다. 이제 여기에 「지킬앤하이드」도 이름을 올렸다. 

 

영국 소설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1886년)를 원작으로 만든 「지킬앤하이드」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1997년 초연한 이후 독일·스웨덴·일본·이탈리아 등 10여 개 나라에서 공연됐다. 한국에서는 2004년 초연했다. 10년 만에 공연 횟수 1천회를 찍은 「지킬앤하이드」는 과연 다른 뮤지컬 작품들과 함께 지루한 겨울을 끝내고 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는 근대 산업사회로 진입하는 시대의 어두운 자기 그림자의 비유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육체 안에 서로 다른 선과 악의 인격이 갈등하고 싸운다는 이야기는 서양의 오랜 이분법적 사유의 흔적이기도 하다. 원작이 주는 이 팽팽한 긴장을 배우들이 어떻게 수용하고 표현해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2004년 코엑스 오디토리움 초연 당시 전회 매진, 전회 기립 박수라는 한국 뮤지컬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남기며 뮤지컬계의 한 획을 그었다. 3주가 조금 넘는 짧은 공연기간에, 아직 관객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공연장, 게다가 초연이라는 불리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 뮤지컬 역사상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한국 최고의 뮤지컬로 인정받게 된 「지킬앤하이드」의 이번 공연에는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조강현, 소냐, 리사, 린아 등이 주연으로 온몸 연기를 펼치고 있다.

「지킬앤하이드」(블루스퀘어 삼선전자홀, 울산무화예술회관)와 함께 봄을 재촉하는 뮤지컬에는 「노트르담 드 파리」(세종문화회관), 「라카지」(LG아트센터), 「로빈훗」(디큐브아트센터) 등을 눈여겨 볼 수 있다.

2005년 최초 오리지널 내한공연 당시 세종문화회관 최단기간, 최고입장객을 기록했던 「노트르담 드 파리」. 2006년 다시 이 기록을 갱신하며 내한 뮤지컬 최초로 매진 신화를 기록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팀이 10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 앞에 섰다. “더 이상 완벽할 순 없다”는 극찬을 받은 「노트르담 드 파리」는 탄탄한 소설을 원작으로 했기에 더욱 유명세를 탔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작품으로, 박애와 평등을 바탕으로 인간성을 깊이 파고들어간 위고의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텍스트뿐인 소설과 달리 뮤지컬에선 아름다운 음악과 현대적인 무용, 아슬아슬한 곡예가 함께 작가의 메시지를 시각화한다. 방대한 서사를 2시간 30분 정도로 압축했기 때문에 어색한 장면 전환도 엿보일 수밖에 없지만, 음악, 무용, 곡예의 삼박자 속에서 뮤지컬로 옷을 갈아입은 원작의 새로운 무게를 경험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서울 공연을 놓쳤다면 이어지는 부산, 광주, 울산 공연을 주목해야 한다.

▲ 노트르담 사진=마스트미디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토니어워즈 작품상을 3회 수상한 뮤지컬 「라카지」는 ‘넓은 의미의 가족애’를 전하는 작품이다. 이 때문에 다른 작품들과 다소 차별되기도 한다. 클럽 ‘라카지오폴’을  운영하는 중년 게이 부부 앨빈과 조지의 아들이 극우파 보수 정치인의 딸과 결혼을 선언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 앨빈의 진정한 모성애를 통해 조금 다른 모습의 가족을 진정한 가족으로 인정하게 된다. 지난 2012년 한국 초연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해 열린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베스트 외국뮤지컬상, 남우조연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안무상, 앙상블상을 받은 만큼 볼거리가 풍부하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 춤꾼들의 현란한 움직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상의 편견과 잣대를 향해 외치는 노래 「아이 엠 왓 아이 엠(I am what I am)」의 울림을 곱씹어도 좋다.

불의한 왕에 저항한 의적의 이야기를 그린 「로빈훗」 역시 소설,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뮤지컬 「로빈훗」은 국내 연출진의 수준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잉글랜드 민담으로 전해지는 가상의 인물 로빈훗은 60여 명의 의적들과 함께 불의한 권력에 맞서 부자들의 재물을 빼앗아 이를 가난한 이들을 돕는데 쓴다. 왕용범이 연출한 뮤지컬 「로빈훗」에서 로빈훗은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적통 왕위 계승자를 돕는 영웅으로 그려졌다. 12세기 영국 왕실의 화려한 의상들, 주요 배경이 된 셔우드 숲의 청량한 분위기, 전쟁터와 런던타워 등 무대의 변화는 볼거리를 풍요롭게 만든다.

관람 포인트는 기존 로빈훗과 달리 ‘적통 왕위 계승자’를 돕는 구도를 반영한 부분. 유준상, 이건명, 엄기준이 로빈훗 역을, 박성환, 규현, 양요섭 등이 필립 왕세자 역을 맡은 국내 최고 배우들의 투톱 캐스팅을 눈여겨본다면, 이들 배우들의 연기로 빚어지는 ‘로빈훗’과 ‘필립 왕세자’의 섬세한 서사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조승우 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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