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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먼저 나서야 한다
대학이 먼저 나서야 한다
  •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15.02.16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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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오늘 우리나라는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크게 병들어 있다’는 진단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비롯해 상상할 수 없는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경제 활성화, 규제개혁 등 우리 사회의 구조와 문화를 혁신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국가 개조를 논하며,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공감대를 이루기도 했고, 결국 교육으로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아직 근본적인 성찰이나 대안을 위한 노력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우리 대한민국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우리는 교육 관련 과제들을 풀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교육 발전, 특히 대입전형을 둘러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은 다 동원해봤다. 그러나 대개 같은 문제들 주위를 맴돌며 풍선효과 트랩에 빠지곤 했다.


왜 이렇게 반복되는 것일까.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은 여러 요소가 얽혀진 생태계 안에서 봐야 하는데, 대개 개별 사안 또는 한 시점, 그리고 교육의 범위 안에서만 다뤄왔다. 또한 모든 일에서 철학이 분명치 않은 점과 우리 사회 거버넌스 자체도 문제다.


교육 생태계에서 핵심은 무엇일까. ‘대학 입학’이다. 대입정책에 따라 초·중등교육 현장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며 크게 영향을 받게 되고 사교육 이슈 등 사회적 문제로 확대된다. 그러므로 교육 생태계 문제 해결은 결국 대학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서열화의 문제도 대학별 특성화를 통해 풀어갈 수 있다.


대학들은 청소년들이 어려서부터 대입이라는 높은 벽을 넘는 일 때문에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하며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학들은 책임감을 갖고 초·중등교육 정상화에 대입제도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바로 대학의 교육 및 연구력에 큰 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 미래 사회를 결정한다.


대학들은 초·중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유·초·중·고교들과 긴밀하게 소통, 협력하는 위치에 서야 한다. 이는 점수, 지표 중심의 사회에 새로운 가치, 정신, 문화를 세우는 일이다. 대학의 기본 역할인 ‘사회적 영향력’의 하나로, 위기의 시대에 부응하는 대학의 공공성이며, 대학 발전과 국가 생존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대학의 신입생 선발은 한 학생의 성장과정을 제대로 읽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들은 먼저 인재상을 제시하고, 이러한 인재를 키우는 차원에서 입학사정관제 등 맞춤형 전형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긴 안목을 갖고 선발방식의 안정성, 합리성, 신뢰성을 높이는 데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교육정책은 정부에만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국회 등의 임기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지속성을 가진 대학들은 이제 사명감을 갖고 교육 발전의 ‘새로운 주체’의 하나로 선도적 위치에서야 한다. 특히 대학들은 ‘국가의 대학’으로 철학을 공유하고 공동의 리더십을 키워 변화의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처럼 개별 대학의 ‘유익’ 만을 생각하고 ‘순응’만 하면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 없다.


올해는 유네스코가 정한 ‘빛의 해’다. 국내외적으로 위기를 느끼고 있는 우리 모두는 새로운 역사의식을 갖고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빛’이 돼야 한다. 다음 세대에 이 모습 그대로 넘겨줘서는 안 된다. 대학들은 과거 역사적 위기 때마다 결연히 나섰던 기개를 살려 시대정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역사적 결단을 내려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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