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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없는 인간과 인간 없는 생태계
생태계 없는 인간과 인간 없는 생태계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02.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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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89. 생물다양성(하)

최근 EBS 다큐프라임은 신년특집으로 「생존의 비밀」 5부작을 방영했다. 방송에선 북금곰, 호랑이들이 처한 위기를 추적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마지막 5부 ‘주머니동물의 비애’에선 호주의 상징인 캥거루와 태즈메이니아 데빌이 직면한 생존의 절박함을 다뤘다. 캥거루는 그 개체 수가 늘어남에 따라 수만 마리가 포획·사살됐다. 태즈메이니아 데빌은 그 생김새 때문에 멸종의 절벽에 서 있다.


생물다양성은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 외에 식물과 동물로부터 유래되는 조직·세포·유전체·단백질체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1985년 미국연구협의회(NRC)는 ‘생물학적 다양성(biological diversity)’을 제시한다(『생물다양성 정보의 오늘과 내일』, 세계생물다양성보기구 한국사무국, 2009. 이하 관련 내용 참조).
1970년대부터 국제사회는 생물종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그래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같은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열대림을 보유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경제개발을 이유로 다량의 산림을 훼손하기 시작한다. 1987년 6월, 유엔환경계획(UNEP)은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한 국제적 행동 계획을 수립하기로 결정한다.


마침내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UN환경개발회의가 열려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이 발표된다. 참가국 대표들은 생물 다양성 확보를 각 나라의 국가자산으로 인정하고 그 가치를 평가하자고 합의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1993년 발효됐고 우리나라는 1994년 가입했다. 2010년 10월엔 일본 나고야에서 제10차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렸다. 총회에선 생물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됐다.

인류가 제공하는 멸종의 주요 원인들
지구상에는 약 170만 종의 생물체들이 동정(identification, 생물의 속성이나 종분류 등을 밝히는 일)돼 이름을 갖고 있다. 물론 밝혀지지 않은 생물 종수는 더 많다. 동정된 생물들 중 약 6%는 한대나 극지방에, 59%는 온대에, 35%는 열대에 산다. 최근 4세기 동안 지구에서 100종의 포유류와 169종의 새를 포함한 700종 이상의 멸종이 발생했다. 각 종들의 개체 수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멸종의 이유는 무엇일까. 주요 원인은 △생태 서식지 파괴 △산림지역 개발 △포획과 남획 △환경호르몬 변화 등이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열대우림지역은 매년 7만6천㎢씩 감소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1978년부터 1986년 사이에 행한 개간으로 90여 종의 생물이 사라졌다. 또한 기온 변화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1951년부터 1993년까지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앞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1.2~1.6℃ 상승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동물플랑크톤의 수가 80% 감소하고 북금곰의 3분의 2가 사라질 위험에 처하는 결과를 낳는다. 북극곰은 먹이 사냥과 짝짓기, 번식을 얼음 위에서 해야 한다(『환경생태학 생태계의 보전과 관리』, 권태호 외 14명, 라이프사이언스, 2012. 이하 관련 내용 참조).

▲ 태즈메이니아 데빌은 생김새 때문에 ‘악마’라는 이름이 붙었고 결국 멸종의 위기에 봉착했다. 생물다양성 위기가 과연 인류를 어디로 이끌지 의문이다. 사진은 EBS 다큐프라임 「생존의 비밀」 5부작 중 ‘주머니동물의 비애’ 화면 캡쳐.

인간의 무분별한 어획·남획 역시 큰 문제다. 북미의 초식동물인 아메리카들소는 1500년대에 3천만~6천만 마리 정도의 개체군이 있었다. 그런데 유럽인들이 북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하면서 아메리카들소를 무분별하게 도살해 1892년에는 85마리밖에 남지 않게 됐다. 다행히 현재는 보호종이 돼 다시 수가 늘고 있다.
2012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간한 「제5차 지구환경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대 초반에 비해 2006년의 어획량은 4배나 증가했다. 반면 수산자원의 양은 1977년 대비 11% 감소했고 많은 어류 종이 멸종했다. 멸종된 133개의 어종 중 55%가 무분별한 포획에 의한 것이었다. 문제는 어류 자원의 감소는 바닷새의 감소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만약 감소한 어류를 대체할 다른 생물이 없다면 생태 먹이사슬에 구멍이 뚫리게 될 것이다. 2009년 11월 3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멸종 위험에 처한 세계야생동물리스트인 ‘레드 리스트(Red List)’를 발표한다. 4만7천677 종의 야생동물 중 1만7천291 종이 멸종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포유류 21%, 양서류 30%, 조류 12%, 파충류 28%, 담수어류 37%, 식물 70%, 무척추동물 35%다.


1976년과 1977년 사이 미국 베이쇼(Bay shore)에 있는 발전소에서 2억8천400만 마리의 치어와 4억2천600만 개의 물고기 알이 죽었다. 발전소에서 나온 열오염 때문이다. 생물들은 발전소 내부로 물을 흡입 및 여과하는 과정에서 고형물 유입을 차단하는 장치에 영향을 받았다. 또한 뜨거워진 방류수에도 많은 종들이 영향을 받았다. 결국 세균, 동물성플랑크톤, 저서무척추동물과 같은 일부 종만이 군집의 구조변화에서 살아남아 발전소 주변을 배회하게 됐다.


생물체는 모든 환경에서 살 수 없다.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서식지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만약 겨우살이가 다른 서식지로 씨를 퍼뜨렸다면 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미국 흰부리딱따구리는 성숙한 저지대 피자식물림과 삼나무 습지가 서식지다. 1900년대 서식지가 농경지로 전환되자 1960년대 초 이들은 멸종하고 말았다. 해안직박구리는 미국 플로리다 동해안의 해수소택지(바닷물에 침수된 지역)가 서식지다. 그런데 배수와 건설로 서식지가 소실되자 1987년 한 마리의 개체를 마지막으로 해안직박구리는 멸종했다.

올바른 진화가 불가능한 변화의 속도
생물의 변화는 기후뿐만 아니라 지형, 토양, 수분, 인간의 활동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로 나타난다. 문제는 변화속도다. 인간의 활동 결과들은 생물이 올바른 진화를 겪지 못할 정도다. 난개발로 인한 서식지 훼손 ▶ 외래종 유입 ▶ 생물자원의 과다한 이용 ▶ 농업유전자원의 다양성 상실 ▶ 수산자원의 감소. 그 결과 최소 2020년까지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이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한계선 연구를 이끈 스톡홀름대 스톡홀름 복원센터의 선임 연구자인 요한 록스트롬(Johan Rockstrom) 교수는 지구 본래의 기후, 지구물리학, 대기, 생태학 본성을 지켜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공동연구자인 코펜하겐대 지구과학센터 교수인 캐서린 리처드슨(Katherine Richardson)은 이번 연구가 지구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사회 속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가오는 9월에 여러 나라들은 UN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에 동의해야 한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논의할 기회다. 올바른 야망만이 지구한계선 내에서 장기적인 인류의 번영을 만들 수 있다. 생태계는 인간 없이도 유지될 수 있지만 인간은 생태계 없이 살 수 없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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