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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미국식, 프랑스식
한국식, 미국식, 프랑스식
  • 박아르마 건양대·불문학
  • 승인 2015.02.0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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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박아르마 건양대·불문학

몇 년 전부터 프랑스식 건강법과 육아법, 생활방식 등을 다룬 책들이 꾸준히 소개되고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 움직임은 우리의 삶의 방식을 객관화해 바라보거나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해왔던 미국과는 또 다른 서구의 생활방식에 대해 알고 싶은 바람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대개‘프랑스식…’을 표방하는 책의 저자는 미국과 프랑스 두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식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프랑스식 삶의 장점을 강조한다.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한 책,『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와 프랑스식 육아법을 다룬『프랑스 아이처럼』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책들의 저자처럼 한국식, 미국식, 프랑스식 삶을 나름대로 경험해본 나로서도 저마다 다른 삶의 방식을 객관화해 비교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인의 삶의 방식을 국외자의 시선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시도일 뿐이다.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의 저자도 지적하고 있지만 프랑스인들과 미국인들의 건강과 비만 문제에는 그들의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활방식의 차이가 나타나 있다. 우선 장보기 습관을 예로들면 미국인들은 대형마트에서 한꺼번에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해 장기 보관한다. 집에서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마트에 가기 위해서는 물론 차를 운전해야 한다. 반면 프랑스인들은 대형마트에 가기도 하지만 유모차를 끌고 마을 곳곳에 서는 장터에 가는 일이 많다.

대형마트에서 대량으로 구입하는 물건은 대개 장기 보관을 위한 냉동식품의 비중이 크다. 장터에서 구입하는 물건은 아무래도 제철 과일이나 야채 위주의 신선식품이 많다. 대형마트에 가기 위해서는 차를 몰아야 하고 동네 장터에 가기 위해서는 걸어야 한다는 차이도 생긴다. 미국에서 입버릇처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미국에서는 차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도시 규모나 삶의 방식을 고려할 때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문제는‘차 없이도 가능한 일’에도 습관처럼 차를 개입시킨다는 점이다. 장보기 습관의 차이와 자동차 위주의 문화가 비만율과 건강의 차이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걷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이 간다.

미국식과 프랑스식 교육의 차이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혹은 개인의 경험에 따라 이견이 빚어질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프랑스 아이처럼』을 쓴 미국인 저자는 프랑스 아이들은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철저하게 가정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어머니는 울고 떼쓰는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가정교육의 문제는 일반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공감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미국과 프랑스의 대학은 현격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해마다 대학과 전공의 랭킹이 발표되는 미국의 대학과 평준화된 국립대학 중심의 프랑스의 대학은 분명 차이가 있다. 자유경쟁이 강조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평준화된 프랑스 대학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미국 사립명문대학의 5만 달러가 넘는 등록금은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에게는 분명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등록금을 거의 부가하지 않는 프랑스의 대학에 비해서 말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사회에 정착해 사는 사촌들의 경우도 대학등록금 조달과 관련해서는 여느 미국인들과 다르지 않았다. 즉 사촌들은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등록금을 은행에서 빌리고 졸업 후 취직해 나눠 갚았다. 운 좋게 변호사가 된 사촌은 졸업 후 3년 만에 빚을 다 갚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부채가 남아 있었다. 한 사촌은 지금 몰고 다니는 독일제 자동차도 장기리스를 통해 구입했고 집은 자기 돈 얼마 들이지 않고 모기지론을 통해 샀다고 자랑했다. 어려서부터 절대 빚지지 말고 살라는 교육을 받아온 나로서는 미래의 소득을 앞당겨 사는 삶이 걱정스러워 보였지만 사촌은 재산을 소유하기보다는 현재를 즐겁게 사는 생활방식이 나쁠 것은 없다며 나를 이해시키려 했다.

미국식과 프랑스식 생활습관의 차이, 교육의 차이에 대해서는 여러 자리에서 저마다의 생활방식을 경험한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좀처럼 생각의 차이를 좁히기 어려웠다. 다만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적극 지적하거나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교포 중에서도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큰 질병에 걸리면 한국으로 들어가서 치료를 받겠지만 응급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 늘 불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미국식 생활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되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프랑스식 제도와 삶의 방식이 우리의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우리나라의 대학등록금 문제도 그렇고 의료보험 개혁 문제, 사회복지비용 문제 등도 결국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박아르마  건양대·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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