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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의 발견과 생명체
산소의 발견과 생명체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 승인 2015.02.0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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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 김환규 서평위원
오래전부터 물질이 탈 때 생기는 불꽃은 무엇인가를 방출할 것이라 여겨져 왔다. 1703년에 스탈(G.E. Stahl)은 이 가상적 물질을 ‘열소(phlogiston)’라 명명했다. 스탈은 공기 중에서의 금속의 부식도 연소의 한 형태이며 금속이 금속재로 바뀌면 ‘열소’가 빠져나간다고 생각했다. 연소현상은 ‘열소’의 방출에 의해서 일어나며 ‘열소’가 방출된 물질이 재나 찌꺼기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일군의 학자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물질이 연소될 때 불꽃이 사라진다는 것과 밀폐된 공간 내부의 공기는 동물의 생명을 지속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축적된 ‘열소’는 불꽃의 생성과 생명의 유지 모두를 억제했다. 후에 밀폐된 공간 안에 식물을 심고 햇빛을 비춰주면 공기가 다시 생기를 회복한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것은 식물이 ‘열소’의 효과를 방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학이 발전함에 따라 ‘열소’는 실제 물질로 생각하게 됐다. 1780년대에 프랑스의 화학자인 라부아지에(A. L. Lavoisier)는 어떤 물질이 연소될 때 관여하는 모든 물질의 양을 측정하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금속조각에 불을 붙이면 금속은 녹지만 실제 무게는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구나 그 증가한 무게는 줄어든 주변 공기의 무게와 정확히 같았다. 나무가 타고 난 재는 원래 나무의 무게보다 가볍다. 금속과는 달리 나무의 섬유소는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와 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연기의 일부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후 라부아지에는 금속과 결합한 공기 중의 기체를 산소라 명명했다. 연소에 의해 산소가 고갈된 공기는 더 이상 불꽃이나 생명을 지속시킬 수 없다.


생명체는 순환적 고리를 선호한다. 대부분의 생물학적 과정은 복잡한 경로를 가진 경우조차도 처음 시작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혈액순환, 신경계의 감지와 반응,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출산과 사망 등 모든 고리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간다.
지구상의 광합성 생물들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및 물에서 얻은 수소와 빛 에너지를 이용하여 糖을 합성한다. 이 과정이 광합성이며 이 전환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이 산소다. 산소가 지구 대기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DNA를 손상시킬 수 있는 이온분자들을 생성했기 때문에 대다수 생물들에게 해로웠다. 그렇지만 모든 진화과정에서 그렇듯이 불리한 조건은 새로운 기회를 창조했다. 즉 해로운 이온들을 중화하는 여러 방법을 진화시켜 산소에 적응한 세균들이 번성한 것이다. 사실 생명체가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산소가 아니라 수소이다. 생명체는 사용된 수소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로 산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전적으로 의지하는 산소는 무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배후의 조정자인 셈이다.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모두 당을 연소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세포내에서 당의 화학결합 속에 들어있는 에너지를 추출해낸다. 호흡이라 불리는 생명체 내의 이러한 연소과정에서 당을 구성하던 탄소와 산소는 이산화탄소로 수소는 산소와 결합해 물로 내보내진다. 결국 생명체를 구성하는 물질은 공기에서 왔다가 다시 공기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죽음도 생명이 원래로 되돌아가는 자연적인 과정이다. 너구리 사체는 늑대나 까마귀가 먼저 먹고 뒤이어 곤충과 미생물 등이 분해에 가담한다. 이들 개체조차도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며 이들의 노폐물은 다른 생물의 거름이나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사체를 화장하는 것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복잡한 분자를 물, 이산화탄소와 같은 간단한 분자로 바꾸는 과정이다. 이 때 사체로부터 나오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 등은 대기와 토양으로 되돌아간다.


수억 년 전 광합성량이 호흡량보다 많았을 때 다량의 생명체 잔해가 땅속에 묻혔고 이들은 강한 열과 압력을 받아 석탄과 석유 그리고 천연가스로 전환됐다. 당은 문명의 엔진을 움직이는 연료의 기본성분으로 다시 출현한 셈이다.
문명의 진화는 지구상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이는 생물권으로부터 보다 많은 물질과 에너지의 획득과 함께 인간의 활동범위를 넓히고 생명을 연장시키는 수단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문명은 자연 속에서 어우러져야 한다. 인간의 개발에 의한 변화에 다른 생물체들은 적응하기 힘들게 되었고 그 결과 생물종 다양성도 급격히 감소되고 있다.


인간은 생태계의 일부로서 전체 생물계의 공존에 기여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에드워드 윌슨(E.O. Wilson)이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1987)에서 주장한 ‘생물호성(biophilia)’이 그런 선택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생물호성’이란 생물과 관련된 인간의 자연적인 감각이라 정의하고 있다. 윌슨은 ‘생물을 탐구하고 친분을 쌓은 것이 정신발달의 심오하고도 복잡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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