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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産·生男 상징 … 수류탄이란 뜻도 포함
多産·生男 상징 … 수류탄이란 뜻도 포함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5.02.03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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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23. 석류

▲ 석류나무사진출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시고 달착지근한 새빨간 보석 석류를 상상만 해도 눈이 시리고, 군침이 한 입 돈다. 시골 우리 집에도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세월의 더께가 더덕더덕 앉은 해묵은 고목 석류나무가 있으니, 석류 이야기를 하면서 고향을 만나 좋다. 열매가 익어 갈 즈음, 가지가 출렁출렁 축축 처지게 매달려 있는 모양새가 무척 풍요롭고 예스러우며, 늦가을이면 뒤룽뒤룽 나뭇가지 열매가 저절로 쩍쩍 갈라져 핏빛 속살을 뽐낸다. 불행이도 필자의 제2 고향인 춘천엔 추워 석류나무가 없다.


“지울 수 없는 사랑의 火印 가슴에 찍혀/ 오늘도 달아오른 붉은 석류꽃/ 황홀하여라 끌 수 없는 사랑/ 초록의 잎새마다 불을 붙이며/ 꽃으로 타고 있네.” 이해인의 「석류꽃」이다. 시인을‘언어의 마술사’라 하는데 이 시에서도 그런 요술을 보는 듯하다. 어쩜 붉은 석류꽃에서 활활 타오르는 아로새긴 사랑을 찾아내는지! 정녕 시인들의 그런 眼目이 자못 부럽다. 사물을 자세히 보려거든 시인이 되라는 말이 실감난다.

石榴나무(Punica granatum)는 석류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落葉喬木)로 이란, 터키, 이집트가 원산지며, 수입되는 석류열매가 대부분 중동산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학명 Punica granatum에서 Punica는 널리 재배된다는 뜻이고, granatum은 씨앗이란 뜻으로 종자가 많다는 특징이 들었다. 또한 석류에는 프랑스어로 手榴彈(grenade)이란 뜻이 들었다 하고, 묘하게도 手榴彈이란 한자어에도 석류를 뜻하는 榴자가 들었다.
현재 지중해연안, 유럽, 중동, 인도 등 건조한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고, 세계적으로 500여 품종이 있다. 추위에 약한 편이라 우리나라에서는 중부이남지방에서만 露地에서 자생하고, 과수나 관상수, 또는 약용으로 심으며, 씨로 번지지만 꺾꽂이나 원목 곁에 나는 어린 줄기를 뽑아 옮겨도 잘 산다.


석류나무(pomegranate) 키는 5∼7m이고, 수피는 갈색이며, 나무줄기는 매끈하지 못하고 꺼칠하다. 또 나무줄기가 자라면서 뒤틀리는 모양을 하며, 가지 끝이 가시로 변하는 가시나무다. 잎은 마주나고, 길이 2∼8㎝의 긴 타원 모양 또는 긴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다. 꽃이 지천으로 피지만 아쉽게도 햇빛과 자양분을 듬뿍 얻어먹은 놈만 싱싱하게 통통해지고 나머지는 갸름한 것이 한참 매달렸다가 시름시름 이울고 만다. 암꽃과 수꽃이 한 꽃봉오리에 맺히는 양성화이고, 지름이 약 3㎝인 꽃은 5~6월경 가지 끝에 달린다. 꽃잎은 현란한 빨강색으로 6장이고, 서로 포개지면서 주름져 핀다. 눈부시도록 찬란한 꽃 색깔과는 달리 향기는 아주 엷고 부드러우며, 한 꽃에 하나의 암술과 많은 수술이 들었고, 끝이 6개로 갈라진 꽃받침이 원통을 이룬다.


꽃받침조각이 부리에 여태 붙어있는 열매는 9∼10월에 갈색이 도는 노란 색 또는 붉은 색으로 익는다. 꽃받침 아래에 자리 잡고 있던 씨방(子房)이 공처럼 불룩하게 커지면서 노란색 또는 주홍색의 두꺼운 가죽 모양의 껍질 속에는 새록새록 씨앗들이 알알이 여문다.
열매는 지름 6~8㎝로 둥글고, 익으면 두꺼운 겉껍질(外皮)이 터져 쩍 벌리면서 붉은 구슬처럼 광채가 나는 예쁘장한 종자가 드러나며, 종자를 싸는 육질의 종피(種皮)는 희거나 자주색이다. 칼로 짜개 벌려보면 껍데기에 다닥다닥, 이빨처럼 알차고 푸지게 꽉꽉 박혀 있으니 많게는 자그마치 200여 개 넘게 들었다.석류는 씨(종자)가 많이 들어 있어 多産을 상징하고, 生男의 표징이 된다. 또 혼례복인 새색시가 입는 활옷이나 원삼에 유별나게 포도나 석류 문양이 많은데, 이는 열매를 다래다래 매달은 포도·석류 송아리처럼 아들을 많이 낳으라는 祈福의 의미가 담겨 있고, 民話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한다.


한국이나 일본이 원산지에 가까운 곳이 아닌데도 많이 재배하는 것은 盆栽(bonsai)를 하기 때문이다. 꽃이 예쁠뿐더러 줄기가 딱딱하고, 자라면서 뒤틀리는 특성을 가진 탓이다. 중국에서도 생식력(fertility)의 심벌로 여겨 석류를 대롱대롱 벽면에 걸어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열매와 껍질 모두 부인병, 부스럼에 효과가 있고, 이질이 걸렸을 때 약효가 뛰어나며, 특히 촌충 구충제로 쓴다. 아주 근래 와서 석류가 전립선암, 당뇨, 감기, 동맥경화, 남성불임, 노화, 골다공증에 좋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다. 특히 천연 식물성에 스트로겐(natural phytoestrogen)이 들어 있어 여성 건강에 좋은 과일로 알려졌다. 석류는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유기산인 시트르산(枸???酸)이 1.5% 들었고, 나트륨, 칼슘, 인, 마그네슘, 아연, 망간, 철 등 무기질이 풍부하며, 여러 비타민 B나 비타민 K들도 들어있다.


우리는 시큼 달착지근한 석류를 그냥 날걸로 많이 먹지만 서양에서는 맛과 빛깔이 좋아 과실주나 과일주를 만들어 먹고, 인도나 유럽 등지에서는 씨앗을 향신료로도 쓴다. 종자에는 식이섬유(dietary fiber)가 많고, 고급 지방산이 많이 들었다 하니 석류는 씨앗째 통째로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스테로이드(steroid) 호르몬이 든 석류 추출물을 국제시합에 나간 한국 선수들에게 먹였던 모양인데, 나중에 그것이 문제 돼 말썽이 생긴 적도 있었다 한다. 또한 원시생활을 했던 우리 어릴 적엔 석류가시를 꺾어‘종기가 커야 고름이 많다’는 종기를 따고, 고름을 눌러 뽑았었는데…. 꽃말(花詞)은‘원숙한 아름다움’이란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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