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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먼 대학사회 양성평등
아직 먼 대학사회 양성평등
  • 최정혜 경상대·유아교육과
  • 승인 2015.02.02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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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칼럼] 최정혜 경상대·유아교육과

최정혜 경상대·유아교육과
요즘은 양성평등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한 번씩은 들어 보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 양성평등 사회가 아니며, 다만 양성평등을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인식이 있는 정도다. 아마 몇십 년은 더 지나야 진정한 양성평등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같은 경력의 직장에서 남녀의 보수가 같은 곳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경향이 이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사회에서의 양성평등은 과연 어떨까.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의 전당인 대학은 공식적인 면에서는 양성평등이 존재하지만, 내적인 측면에서는 결코 양성평등사회가 아니다. 여교수로만 구성된 학과를 제외하고는 대학사회의 학과 분위기는 은연중에 남교수 위주의 행정으로 전개된다. 보직교수 회의, 학과 회의, 교수회의 등 모든 대학 내 회의체는 남교수 중심이다. 물론 여교수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여교수 채용비율 준수’라는 공식명칭이 있는 것도 이런 사정을 엿보게 한다.

얼마 전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의 퇴임 기념식이 서울에서 있었다. 필자는 지방에 있는 관계로 오랜만에 지도교수님을 만났고, 제자들이 25명 정도 모여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는데, 몇십 년 만에 재개된 대화로 인해 매우 떠들썩했다.

제자 중에서 딱 한 사람인 남자 제자가 우리의 야단법석 만남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표정으로, “선배님, 아니, 어떻게 몇십년 만에 이렇게 만난다는 것입니까? 남자들 같으면 매년 한 번씩은 만났을 겁니다.” “그러게요. 여성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이런 모임을 하기가 쉽지 않아서요”라고 했더니 그가 “맞습니다. 여성들은 가정을 돌보느라 그런지 사회적 모임이 딱 끊어지더라구요” 하고 맞장구를 쳤다.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여교수 하면 흔히들 대학사회에서 우아하게 사는 줄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학의 여교수 또한 일반 직장여성들과 비슷한 상황이다. 단지 차이라면 일반 직장보다 보수 면에서는 차별이 없고, 학문을 하는 자유는 침해되지 않는 정도일 뿐 여성이라는 성에 대한 차별은 눈에 띄지 않게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요즘은 여성 상위시대야, 우리는 설 자리가 없어. 남성이 역차별 받는 시대야”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대학사회에서 여교수는 우선 수적으로 절대적으로 적고, 국립대라 할지라도 평균 12% 내외를 맴돌고 있다. 또 공과대학의 경우 여학생 수가 많음에도 여교수는 단 한명도 없고, 이런 실정은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과대학이 비슷한 실정이다.

필자는 지난해부터 대학에서 학생처장을 맡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주위로부터 지나친 관심을 받으며 학생처장직을 수행했다. 경상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가부장제 성격이 강한 데다, 진주는 특별히 더 가부장적 성격이 강한 소도시여서, 대학 역사상 처음으로 학생처장에 여교수가 임명됐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1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학생처장직이 조금은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왜냐하면 한 해 동안 교내외의 여러 회의체에 참석하면서 ‘최초의 여교수 학생처장’이라는 이야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남교수가 학생처장이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여교수가 학생처장이 되는 것은 한 해 동안 회자될 만큼 양성평등이 멀다는 것이다. 이것이 대학사회에서 여교수의 위치이며, 여교수가 살아가는 분위기다.

또한 여교수는 가정생활도 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퇴근하면 다른 여성들처럼 엄마로서, 아내로서, 주부의 역할을 감당하느라 콩 볶을 때 튀는 콩처럼 여기저기 통통거리면서 멀티 플레이어로 활동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대학가에서 ‘양성평등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대학사회에서 양성평등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반갑다. 모쪼록 앞으로 대학사회에서 ‘성인지 교육’을 통한‘ 양성평등교육’이 활성화됐으면 한다.

최정혜 경상대·유아교육과
경상대 학생처장, 경상남도 다문화가족정책위원·공직자윤리위원·여성정책발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결혼생활탐구』, 『여성, 한국사회를 묻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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