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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부금 8년새 반토막 …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졌다
대학 기부금 8년새 반토막 …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졌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2.02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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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 ‘실태 분석’ 결과

하버드대가 지난해 1조2천억원을 기부 받아 미국 대학 연간 기부금 최다 모금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국내 대학 관계자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하버드대의 1년 기부금이 국내 4년제 일반대학의 기부금을 모두 합한 것보다 2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8년 전에 비해 기부금 총액이 절반 미만으로 줄었다. 기부금 총액이 줄면서 큰 폭으로 증가한 대학과 감소한 대학의 비율이 동시에 늘어 대학 기부금 모금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 대학 기부금 모금 현황은=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연구보고서 『고등교육기관의 기부금 실태 분석 연구』(연구책임자 김지하, 2014.12)에 나타난 현상이다. 사학진흥재단의 2004~2012년 사립대 운영계산서와 대학알리미에 나와 있는 2007~2012년 국·공립대 발전기금회계 자료를 활용해 기부금 실태를 분석했다. 따라서 2004년부터 2006년까지의 기부금 현황에는 사립대만 포함됐다.

분석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2004년 1조1천306억원이던 4년제 일반대학의 기부금 모금 총액은 2012년 5천89억원으로 55% 감소했다. 사립 일반대학의 기부금 총액은 2012년 4천193억원으로, 2004년보다 63%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대학 1곳당 평균 기부금은 같은 기간 77억4천400만원에서 26억6천400만원으로 66% 줄었다. 2004년 160만원이던 학생 1인당 평균 기부금은 2012년 60만원으로 63% 감소했다.

대학의 기부금 모금이 감소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2004년 이후 2006년까지 감소 추세이던 기부금 총액은 2007년 국·공립대가 포함되면서 증가한다. 하지만 2010년 정점(8천878억원)을 찍었다가 2011년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대학당 평균 기부금에서도 이 같은 추이는 동일하게 나타난다.

기부금 총액과 평균 기부금이 급증한 2009년과 2010년을 비교해 보면 수도권 대학, 대규모 대학의 기부금 증가가 큰 원인이다. 이 기간 동안 비수도권 대학과 중소규모 대학의 평균 기부금은 감소한 반면 수도권 대학과 대규모 대학의 평균 기부금은 크게 증가했다.

인상적인 것은 2011년 이후 기부금이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도 비수도권 대학의 기부금 규모가 2011년 1천980억원에서 2012년 2천248억원으로, 평균 기부금 역시 2011년 17억원에서 2012년 19억원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 기부금이 줄었다고 해서 모든 대학이 그런 것은 아니다 . 기부금 규모별 대학 비율을 분석해 보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매년 10억원 미만의 기부금을 모으는 대학 비율이 50~64%로 가장 높은 가운데 70억원 이상 기부금을 모은 대학 비율이 2007년 2.6%에서 2012년 10.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10억원 미만 모금 대학의 비율도 2011년 50.0%에서 2012년 53.8%로 다소 증가했다. 10억원 이상 70억원 미만 모금 대학의 비율도 감소 추세다. 최근 들어 70억원 이상 거액을 모금하는 대학과 10억원 미만 소액 모금 대학의 비율이 동시에 증가한다는 것은 대학 기부금 모금에서 쏠림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체가 주로 수도권 대학에 기부하는 현상도 다소 심화됐다. 기업체, 단체 및 기관, 개인 모두 수도권 대학에 기부하는 규모가 가장 컸다. 지역별로 보면 기부자에 차이가 있다. 수도권 대학은 기업체의 평균 기부금이, 비수도권 대학은 단체 및 기관의 평균 기부금이 가장 크다. 특히 기업체의 경우 수도권 대학에 기부한 규모가 2004년 비수도권의 2.1배에서 2012년 2.3배로 커졌고, 평균 기부금 차이도 2004년 2.8배에서 2012년 3.2배로 확대됐다.

다만 기부금 규모 자체가 급감한 2011년과 2012년을 비교해 보면, 기업체가 수도권 대학에 기부한 금액은 줄었지만 비수도권 대학에 기부한 금액은 늘었다. 단체·기관이나 개인 기부자 역시 마찬가지다. 기부금 감소 추세 속에서도 비수도권 대학의 기부금 규모가 2011년 이후 증가한 원인으로 보인다.

■ 기부금 감소 원인은= 대학 기부금 모금은 2010년 급증하고 2011년 급감했다. 2011년 이후에는 양극화 현상도 심화됐다. 연구진은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반값등록금 파동’을 들었다. “ 등록금 상한제 및 등록금 동결과 인하로 발생한 대학 재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대학의 자구노력에 강한 드라이버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이후 기부금 확충 노력이 지속되지 못하고 감소 추세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의 분석은 이렇다. “대학의 적립금 및 부정 비리 감사 결과 발표 등으로 인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부금 확충이 어려웠을 것이며 동시에 정부의 국가 장학금 지원, 학자금 대출제도가 보완 실시된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대학 기부금 담당자들의 생각은 다소 달랐다. 일반대 91곳, 전문대 73곳 등 총 164개 대학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6.9%가 기부금 수입 감소의 외부 요인으로 경제 불황을 꼽았다. 하지만 2004~2012년 국민총소득이나 소득 분배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악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평균 기부금은 감소한 것을 보면 사회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만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실제로 46.2%의 대학 기부금 담당자는 기부금 수입 감소의 내부 요인으로 ‘기부금 모금 및 관리 시스템 미구축’을 들었다. 기부금 전담부서를 운영하는 대학이 아직도 절반이 되지 않고(48%), 2010년대 이후에 설치한 대학이 36.2%나 됐다. 전담 부서를 운영하는 대학도 담당 인력이 국립 일반대는 평균 5.43명, 사립 일반대 3.46명, 사립 전문대 1.96명에 그쳤다. 기부금 모금 활동 예산도 평균 2천800만원이다. 사립 일반대가 5천100만원으로 가장 많고, 국립 일반대는 2천400만원, 사립 전문대는 300만원에 불과했다. 기부금 모금을 위한 인프라가 아직은 미비하다는 얘기다.

■ 기부금 활성화 방안은= 대학 기부금 담당자의 88.1%는 정부의 등록금 동결·인하 정책으로 기부금 확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특히 사립 일반대는 89.4%, 사립 전문대학은 96.0%가 이렇게 응답했다(국립대는 63.2%). 연구진은 대학 기부금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방안으로 외국처럼 개별 대학의 기부금 확충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매칭펀드 시스템 도입을 통한 직접적 재정 지원, 기부금 세제 혜택 방식에 대한 기부자 선택권 부여, 기업의 매칭 기프트 제도 장려 등을 제안했다.

기부금 매칭펀드 제도는 영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대학이 모금한 금액의 100~300%를 정부가 지원한다.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업 매칭 기프트 제도는 기업에 재직 중인 임직원이나 기업의 유관단체가 대학에 기부하면 같은 금액이나 두 배의 금액을 기업이 기부하는 제도다. 일본은 개인의 소득 규모를 고려해 세액공제와 소득공제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다. 연구진은 “2014년부터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고소득자의 세제 혜택이 줄어 고액기부자의 기부가 위축될 수도 있다”며 “우리나라도 정부가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방식 등 기부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는 데 있어 기부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체 기부금의 36.0%를 차지하지만 대학과 달리 74%가 기부 목적을 지정하지 않은 법인 기부금은 교육활동 지원에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 차원의 노력도 전제돼야 한다. 연구진은 기부금 모금 시스템 구축을 통한 자체 기반 조성, 기부금 사용 내역에 대한 사후보고 강화 및 투명성 제고, 기부자에 대한 예우 및 사후관리에 대한 전략적 접근 등을 대학에 주문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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