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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에 기초한 추측과 막연한 사변
지식에 기초한 추측과 막연한 사변
  • 교수신문
  • 승인 2015.01.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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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

 

▲ 브랜드 교수의 칠판에 적힌 상대론 방정식들. 중력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서술하는 공식들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과학 영화 「인터스텔라」의 여운은 깊다. 영화가 기억속에 회자될 즈음, 이 영화 제작에 깊이 관여했던 킵 손 캘리포니아공대 파인먼 이론물리학 명예교수의 책 『인터스텔라의 과학』(전대호 옮김, 까치, 2015.1)이 번역, 출간됐다. 킵 손 교수는 영화의 탄생에서부터 영화 전 과정에 등장하는 과학적 배경까지 꼼꼼히 풀어놓았다. 이 가운데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의 일부를 발췌했다.

「인터스텔라」의 과학은 네 영역, 즉 뉴턴 법칙들, 상대론 법칙들, 양자 법칙들, 양자중력 법칙들에 모두 걸쳐 있다. 따라서 일부 내용은 진실이고, 일부는 지식에 기초한 추측이며, 일부는 막연한 사변이다.
모름지기 진실이려면 과학은 확립된 물리학 법칙들(뉴턴적, 상대론적, 양자적)에 기초하고 충분한 관찰 증거를 갖고 있어서 우리가 그 확립된 법칙들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중성자별과 그것의 자기장은 진실이다. 첫째, 중성자별은 양자 법칙들과 상대론 법칙들에 의해서 확실히 예측된다. 둘째, 천문학자들은 중성자별에서 나오는 펄서 복자를 엄청나게 자세히 연구해놓았다. 이 펄서 관찰들은 만일 펄서가 회전하는 중성자별이라면, 양자 법칙들과 상대론 법칙들에 의해서 아름답고 정확하게 설명된다. 또한 다른 설명은 아직 발견된 바 없다. 셋째, 중성자별은 초신성(supernova)이라는 천문학적 폭발의 결과로 형성된다고 확실하게 예측된다.


진실의 예를 하나 더 들자면, 가르강튀아 블랙홀과 그것으로 인한 빛의 굴절로 별들의 모습이 왜곡되는 현상이 있다. 물리학자들은 이 왜곡을 ‘중력 렌즈 효과(gravitational lensing)’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휘어진 렌즈나 거울에 의해서 상이 왜곡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론 법칙들은 블랙홀의 표면부터 시작해서 그 바깥쪽에 대해서는 중력 렌즈 효과를 포함해서 모든 속성을 명확하게 예측한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우주에 블랙홀들이 존재한다는 확실한 관찰 증거를 갖고 있다. 그 블랙홀들 중에는 가르강튀아(당대 인간들의 우매함과 미신을 비판한 라블레의 소설 『가르강튀아』[1534년 간행]의 거인 왕: 옮긴이)처럼 거대한 것도 있다. 또한 천문학자들은 다른 천체들이 일으키는 중력 렌즈 효과를 관찰했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론 법칙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가르강튀아가 일으키는 중력렌즈 효과는 진실이다. 폴 프랭클린의 더블 네거티브 팀은 그 진실을 내가 제공한 상대론 방정식을 사용해 시뮬레이션했다. 그 시뮬레이션은 실제 모습과 마찬가지라고 할 만하다.


반면에 「인터스텔라」에서 지구인의 삶을 위협하는 병충해는 반쯤은 지식에 기초한 추측이고, 반쯤은 막연한 사변이다. 왜 그럴까.
기록된 역사를 통틀어 인간이 기른 작물들은 이따금 심각한 병충해(미생물로 인해서 급속히 확산하는 병)를 당했다.
그런 병충해의 바탕에는 생물학이 있고 그 기반에는 화학이 있으며, 다시 그 밑에는 양자 법칙들이 있다. 과학자들은 양자 법칙들에서 병충해 관련 화학 전체를 도출하는 방법을 아직 모른다(물론 많은 부분을 도출할 수는 있지만). 또한 화학에서 병충해 관련 생물학 전체를 도출하는 방법도 모른다. 그럼에도 관찰과 실험에 의지해 생물학자들은 병충해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냈다. 인류가 이제껏 경험한 병충해들은 인류의 삶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한 작물에서 다른 작물로 번진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어떤 지식도 그런 괴멸적인 병충해가 불가능하다고 보장하지는 않는다.
「인터스텔라」에서 발생하는 중력이상(gravitational anomaly), 예컨대 쿠퍼가 던진 동전이 갑자기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현상은 막연한 사변이다. 그렇게 영화는 인류를 지구에서 탈출시키기 위해서 중력이상을 활용한다.


중력을 측정하는 실험물리학자들은 중력이상, 곧 뉴턴 법칙들이나 상대론 법칙들로 설명할 수 없는 중력의 행동을 발견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지구에서는 확실한 중력이상이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양자중력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결과를 보면, 우리 우주는 고차원 ‘초공간(hyperspace)’ 속에 깃든 막(물리학자들이 부르는 명칭은 ‘브레인(brane)’)일 가능성이 있는 듯 하다. 물리학자들은 그 초공간을 ‘벌크(bulk)’라고 부른다. 물리학자들은 이 벌크에 아인슈타인의 상대론 법칙들을 적용해보기도 한다.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에서 브랜드 교수도 연구실의 칠판에 공식들을 적어가며 그 작업을 한다(그림 참조). 그러면 물리학자들은 벌크에 내재하는 물리적 장들에 의해서 중력이상이 유발될 가능성을 발견한다.
우리는 벌크가 정말로 존재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 단계에서 턱없이 멀리 떨어져 있다. 또한 벌크가 존재하더라도 아인슈타인의 법칙들이 거기에서도 통한다는 것은 지식에 기초한 추측에 불과하다. 게다가 만약 벌크가 존재한다면, 벌크에 중력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장들이 내재할지, 또 내재한다면, 중력이상을 우리가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우리는 전혀 모른다.


요컨대 중력이상과 그것의 활용은 꽤 극단적인 사변이다. 그러나 나와 몇몇 내 친구 물리학자들이 적어도 늦은 밤에 맥주를 앞에 놓고 둘러앉을 때면 즐겨 안주거리고 삼는, 과학에 기초를 둔 사변이다.
따라서 그것들은 내가 「인터스텔라」를 위해서 내놓은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사변은 진짜 과학에, 적어도 일부 ‘존중할 만한’ 과학자들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아이디에서 기초를 둬야 한다.”
-브랜드 교수의 칠판에 적힌 상대론 방정식들. 중력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서술하는 공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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