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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등급 53%가 지방대 … 수도권 비중 확대
E등급 53%가 지방대 … 수도권 비중 확대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1.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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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개혁 평가 시뮬레이션 결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를 적용해 사립대를 모의평가한 결과 최하위 E급에 속하는 대학의 절반 이상은 지방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23년에는 서울 등 수도권 대학의 비중이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 입학정원 1천명 미만 소규모 사립대의 절반가량은 정원을 대폭 감축하고 경우에 따라 퇴출 대상이 될 수도 있는 D·E등급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대학알리미 공시자료 등을 활용해 전국 143개 4년제 사립대를 대상으로 모의평가를 실시한 결과다. 교육부가 밝힌 구조개혁 평가지표에 따라 대학마다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결과가 외부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2일 부산 동의대에서 열린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사장 박순준 동의대) 신년 정책포럼에서 모의평가 결과와 정원감축 전망을 담은 ‘대학 구조조정 전망과 현황’을 발표했다.

■ 모의평가 결과 지방대 쏠림현상은 다소 완화=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핵심은 상위 그룹(A·B·C 등급)과 하위 그룹(D·E 등급)을 구분하는 1단계 평가다. 대학교육연구소가 1단계 평가지표(총 60점)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정량지표(42점)를 적용해 모의평가를 실시한 결과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보다는 지방대 쏠림 현상이 완화됐다. 하위 그룹에 지방대(44.7%)보다 수도권 대학(55.3%)이 더 많이 포함됐다.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방 사립대 가운데 하위 그룹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대학들이 평가 예외대학으로 제외됐다. 평가 예외대학 20곳 가운데 15곳이 지방대다. 이수연 연구원은 “신설, 전환, 통폐합으로 편제완성 후 2년이 되지 못해 1주기 평가를 받지 않는 대학은 14곳인데, 이 가운데 수도권 대규모 대학은 상위 그룹에, 지방대학은 하위 그룹에 속할 가능성이 커 지방대 쏠림 현상은 이보다 더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학생 충원율을 평가할 때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하거나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 지표 등이 지방대에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하위(E) 등급의 52.9%는 여전히 지방대가 차지했다. 하위 그룹(D·E등급) 가운데 서울 소재 대학은 23.7%에 불과했다. 하위 그룹에 속하는 대학 가운데 76.3%는 경기·인천 등 서울 이외 지역에 있는 대학이다. 반면 최우수(A) 등급의 절반은 서울지역 대학(46.2%)이었다.

대학 규모별로 보면 ‘대마불사’가 확인된다. 하위 그룹에 속한 38곳 가운데 입학정원 3천명 이상 대규모 사립대는 2곳(5.3%)뿐이다. 최하위 E등급에는 대규모 사립대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하위 그룹의 89.5%는 입학정원 2천명 미만 중소 규모 사립대다. 특히 55.3%는 입학정원 1천명 미만 소규모 사립대가 차지했다. 수도권 사립대 가운데 하위 그룹에 속한 대학들 역시 대부분 소규모다. 이수연 연구원은 “입학정원 3천명 이상 사립대의 42.9%는 정원 감축을 하지 않거나 일부에 그칠 상위 그룹에 속할 전망”이라며 “반면 입학정원 1천명 미만 소규모 사립대 45곳 가운데 46.7%는 대폭적인 정원 감축과 퇴출 대상이 될 D·E등급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 지역 간, 규모별 격차 심화= 지방대가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현상은 다소 완화됐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왜곡된 수도권 집중화가 개선되지도 않는다. 모의평가를 바탕으로 정원 감축 규모를 전망해 본 결과 지역 간, 대학 규모별 격차는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결과에 따라 등급별로 정원 감축이 이뤄지면 2022년까지 총 9만4천879명의 사립대 입학정원이 감축될 것으로 대학교육연구소는 예상했다. 2014년보다 입학정원이 35.5% 줄어드는 것으로, 교육부가 4년제 대학의 정원 감축 목표로 내세운 10만명에 거의 근접한다.

이 가운데 63.6%인 6만302명이 지방대에서 줄어든다. 특히 광역시 이외의 지방대에서 전체 감축 정원의 39.2%인 3만7천196명이 감축될 전망이다. 서울지역 사립대의 입학정원 감축률(28.2%)이 지방대(38.2%)보다 낮기 때문이다. 경기·인천지역 사립대의 정원 감축률(36.3%)은 지방대와 비슷했다. 부산지역 사립대의 정원 감축률이 41.2%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지역 사립대(40.7%)가 다음으로 높았다. 경남(40.6%), 전북(40.2%)지역 사립대도 40% 이상 입학정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끝나는 2023년이면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14년 현재 전체 사립대 입학정원 가운데 41.1%를 차지했던 수도권 대학의 비중은 2023년 43.6%로 높아진다. 서울 집중도는 같은 기간 24.6%에서 27.4%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꾸로 지방대 비중은 58.9%에서 56.4%로 낮아진다. 지역별로는 부산지역 비중이 가장 많이 축소되고 경북, 대전, 충남, 전북 순으로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대학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입학정원 1천명 미만 소규모 사립대의 정원 감축률이 39.6%로 가장 높고, 3천명 이상 대규모 사립대의 감축률은 32.5%로 가장 낮았다. 그 결과 입학정원 3천명 이상 대규모 대학 비중은 33.1%에서 34.6%로 높아지는 반면 입학정원 2천명 미만 대학 비중은 39.0%에서 37.8%로 감소할 전망이다.

■ 교육의 질 제고와는 무관= 교육의 질 제고와는 무관하게 대학 간 소모적 경쟁으로 치닫는 현상은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의평가 결과 점수 격차가 큰 최하위 1개 대학을 제외하고 1위 대학과 142위 대학의 점수 차이는 10.1점에 불과하다. 최하위 2개 대학을 제외하고 ‘1등’과 ‘141등’의 점수 차이는 겨우 8.3점이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와 마찬가지로 0점대 점수 차이로 등급이 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A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립대 13곳 가운데 전임교원 확보율이 법정 기준을 충족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교원 확보율이 100% 이상이어서 법정 기준을 준수한 대학은 극단 값으로 제외된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에는 포함됐다가 구조개혁 평가지표에는 제외됐지만 법인이 부담해야 할 법정부담금을 100% 부담한 대학은 6곳에 불과하다. A등급 대학의 절반 이상이 법정부담전입금 법정기준을 준수하지 않고도 최우수 대학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학점 분포’와 같은, 어찌 보면 교육의 질과는 크게 상관없는 지표의 변별력이 높아지기도 한다. 공청회 안과 가장 많이 달라진 게 ‘학생평가’ 영역인데, 특히 ’성적 분포의 적절성’ 지표 산출방식을 보면 공청회 안보다 대학 간 격차가 커졌다. 최근 몇몇 대학이 재수강 제도를 손질하고 소규모 강좌 상대평가 전환, A학점 비율 축소 등을 추진하다 논란을 빚은 것도 1점이 아쉬운 상황에서 당장 돈 안 들이고 점수를 높일 수 있는 대표적 지표 가운데 하나인 탓이다. 실제로 대학교육연구소의 모의평가 결과에서 지방의 한 특성화 대학은 교육여건 등 모든 영역에서 월등하게 만점을 획득하고도 성적분포 지표가 만점의 80% 수준에 달하지 못해 A등급을 받지 못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연 연구원은 “이 같은 대학평가로 교육의 질을 어떻게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지향은 없이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할 학사관리 영역만 획일적 평가 대상으로 전락시켜 대학을 획일화하고, 소모적인 갈등과 분규만 양산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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