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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을 통해 본 우리 교육의 반성
영화평을 통해 본 우리 교육의 반성
  • 교수신문
  • 승인 2015.01.2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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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이동근 대구대 명예교수·한문학

"세칭 글과 말로서 공적으로 이념과 생각을 전달하려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써야 할 어휘는 글격(품위)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 이동근 대구대 교수
영화「국제시장」관객이 1천만 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제작자의 손을 떠난 예술작품에 대해 수용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는 있다. 문제는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그 관점을 드러내는 말과 글의 극단성이다. 세칭 문화평론가라는 사람들과 일부 댓글쟁이들은 다음과 같은 악담을 내뱉었다.

“어른 세대가 공동의 반성이 없는 게 영화「명량」수준까지만 해도 괜찮다. 그런데「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이다. 정말 토(구역질)가 나온다는 거다. 정신 승리하는 사회라는 게.”(영화평론가 000)

“그거 보고 비판하면 부모 은공 모르는 개호로자식에 박통 은공 모르는 좌익빨갱이 새끼 되는 건가요?”“그걸 보고 웬 난리들인지 …… 일부 모지리들의 70년대 멘탈리티.”(대학교수 000)

“세상이 그때 그 시절로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추억팔이라니 참담하다. 지옥에 떨어질 뉴라이따 쥐새끼들아.”(영화평 댓글)

위의 예문은 빙산의 일각이다. 아무리 진보성향을 대변하는 사람이고, 기성세대에 불만이 많은‘3포 세대’라하더라도 세칭 글과 말로서 공적으로 이념과 생각을 전달하려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써야 할 어휘는 글격(품위)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위와 같은 류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영화평론가요, 대학교수요, 대학생이라고 할 때 분명 우리 사회의 교육은 매우 잘못돼 왔다고 생각된다.

조만간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대학 입학정원의 초과가 예상되고,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은 위험수치를 가리키고 있으며, 그리고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향해 가고 있지만 사회는 더욱 흉포해지고 우리의 삶의 질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으니, 이는 국가관리 차원에서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징표가 아닐까.

요즘 국민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교육부총리는 누리과정, 수능영어 절대평가, 반값등록금 등 지엽적인 문제에만 올인 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 교육의 당면과제를 제대로 간파하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이 직면한 글로벌 선진문화사회가 필요로 하는 민주시민을 길러내기 위해서 교육당국자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난 사람보다 된 사람을 길러내는 학교 교육, 공동사회에 필요한 예절에 대한 취학 전 가정교육 완성, 더 나은 삶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력과 체력 함양, 단순한 지식 습득보다는 창의적 사고와 활용능력, 상대에 대한 배려와 균형적 가치관,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살려고 하는 호혜정신 함양 등의 측면에서 오늘날 우리 교육의 역할을 반성해 보고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요즘 대학에는 대학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능력·의지·인격이 부족한, 생각보다 많은 피교육자를 대상으로 영혼과 열정이 사라진 교육을 하면서 자격지심을 느끼는 교수들이 많다. 이 문제는 한 개인이 해결할 수 없고, 한 대학 차원으로 이뤄질 수도 없으며, 범국가적 대책으로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 대책의 하나가 예비고사처럼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이 있는 사람만 대학에 입학할 자격을 주는 수능 시험의 합격제 도입이라고 생각한다. 표만 의식한 포퓰리즘에 연연하지 말고 진정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교육부총리의 신속한 위기관리능력을 기대해 본다.

이동근 대구대 명예교수·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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