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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화제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이공계 대학원생 설문조사 결과 분석
과학화제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이공계 대학원생 설문조사 결과 분석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2.10.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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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더미 연구외 업무로 녹초
올해 초 석박사 이공계 대학원생 등 젊은 과학기술자들이 조직한 한국과학기술인연합(www.scieng. net)이 지난달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인터넷과 이메일을 통해 벌인 설문조사가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이공계 대학원 기피 해결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한 실태조사-대학원생 설문조사’는 9월 14일부터 23일까지 10일간 인터넷을 통해 이뤄졌으며, 응답자는 모두 4백18명이었다.

설문조사에 나타난 이공계 대학원생의 현실 인식은 과학계에 정확하게 반영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문제의식 때문에도 그렇지만, ‘개선’의 상당 부분이 대학원생과 관련된 ‘교수’사회의 ‘관행’ 문제였기 때문이다. △연구 활동 △연구비와 인건비 문제 △대학원내 회계 관련 및 논문·연구결과 관련 비리 사례 △지도교수와의 관계 △대학원의 연구 질 개선 △국내 대학원 기피 해결 등 주요 설문에 나타난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의식 지도’를 들여다본다.

산더미 연구외 업무로 녹초

첫째, 대학원생들은 연구활동 외의 업무가 많아 연구에 지장이 많다.
‘연구외적 업무 중 업무량이 가장 많은 것을 골라 달라’는 설문에 이들 대학원생들 36%(153명)가 ‘프로젝트와 관련된 부수적 관리 업무(영수증 정리, 공문 등 서류처리, 회계정산 관리 등)’를 꼽았다. 18%(76명)는 ‘연구시설 및 장비와 관련된 기능적 업무’를 지적했다.

이러한 연구 외 업무 때문에 이들은 연구활동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76%(326명)이 ‘방해된다’고 대답했다. 단지 22%(94명)만이 ‘지장을 주지 않거나,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연구개발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은, 대학내 연구개발 지원조직 문제와 관련된다. 응답자의 58%(247명)가 ‘행정·기술적 지원이 있으나 효과가 미미해 대학원생의 연구외 업무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눈여겨 볼 대목은 ‘행정·기술적 지원이 전무하며 관련 업무가 전적으로 대학원생에게 부과된다’고 밝힌 응답자도 23%(100명)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둘째, 연구비 중 인건비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으며, 대학원생들은 생활고에 시달린다. 설문결과를 보면, ‘인건비를 받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이들은 19%(82명)나 됐다. 프로젝트에 책정된 인건비를 받고 있다는 응답은 21%(93명). 책정된 인건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23%, 99명), 심지어 교수가 관리하므로 얼마나 받도록 돼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응답자(27%, 114명)도 있었다.

BK21, ‘별 도움 안됐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이들은 BK21과 같은 사업에 대해서도 ‘유쾌’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BK21과 같은 사업에 대해 32%(138명)가 ‘취지는 좋으나 생활안정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대답했으며, 다른 32%(136명)는 ‘관련 혜택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응답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앞섰다.

셋째, 대학원 연구실이 다양한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연구실에서 겪는 비리 사례로는 ‘인건비 전용’(48%), ‘연구책임자의 사적인 용도로 연구비 전용’(12%), ‘관련업체와의 조직적인 연구비 나눠먹기-가짜 영수증, 카드깡’(11%), ‘연구결과 중복 보고-기존결과를 다른 과제에 보고해 이중으로 연구비를 타는 경우’(5%), ‘교내외 장학금, 조교 수당 등의 전용’(2%) 순이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없다’는 응답도 19%(80명)나 됐다.
‘논문·연구 결과와 관련, 자주 겪는 비리 사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의 39%(164명)가 ‘업적 관리상의 문제-관련 없는 논문에 이름 넣기, 일한 사람 이름 누락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과제 획득, 연구성과, 마감일 등의 이유로 허위 과대 결과 보고하기’(14%), ‘논문 표절, 짜깁기’(5%)도 자주 겪는 비리 사례였다.

넷째, 전근대적 대학원 문화 개선과 생활고 해결과 처우 개선 시급하다.
특히 대학원생에 대한 인식과 관련,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으로 34%(145명)가 ‘도제식 교수-학생 관계(스승과 제자 이상의 종속관계-학문종속, 공사 구분 악화 등)’를 지적했다. ‘권리는 없고 의무만 강요(의료보험, 국민연금, 휴가불인정 등 지위 불만)’(18%), ‘밤샘이나 야간 근무 등 과노동을 강요하는 분위기’(15%) 등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대학원생 학비 생활비 지원 현실화 시급

그렇다면, 대학원의 연구 질 개선에는 무엇이 가장 큰 도움이 될까.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38%(161명)가 ‘대학원생의 학비, 생활비 지원’을 연구 질 개선책으로 가장 많이 내세웠다. 이어 ‘대학원 행정, 기능직 지원 인프라 확충 및 개선’(15%), ‘도제적, 군대식 상명하복 연구실 문화 혁신’(13%), ‘대학원 비리 발본 색원’(11%), ‘객관적 교수 평가’(8%), ‘SCI위주의 연구 성과 평가방법 개선’(6%)도 언급됐다.

국내 대학원 기피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이들 가운데 46%(194명)가 ‘정부에서 국내 학위 소지 과학기술인(공무원, 정출연 채용시) 우대’를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이어 ‘전문연구요원 제도 기단단축등 개선’(15%), ‘대학원생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 지원 인프라 정비’(13%), ‘대학원생의 생활고 해결’(12%) 등을 방안으로 내놓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절반 정도(48%)가 자신의 지도교수는 비리와는 무관한 선량한 교수라고 응답한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최익현 기자 ihcho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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