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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정년 퇴임 뒤 그림시작…“주부의 현실·꿈에서 영감”
2001년 정년 퇴임 뒤 그림시작…“주부의 현실·꿈에서 영감”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1.26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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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트 선뵌 원로 여성학자 손덕수 교수
▲ 여성학자 손덕수 교수의 디지털 아트전이 지난 14~20일 인사동 한 갤러리에서 열렸다. 

“여성역사(Herstory)에서 가려진 업적과 억압, 모성의 위대함과 고통, 가사노동의 공헌과 경시당함 등을 과감한 선과 화려한 색으로 표현했습니다.”

손덕수 전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75세, 여성사회학·사진)의 디지털 아트전이 서울 인사동의 갤러리에서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열렸다. 전시 마지막 날에도 그의 전시를 보러 오는 관람객은 끊임없이 이어졌다.일흔이 훌쩍 넘은 그가 작품 전시회를 연다고 했을 때 모두가 의아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평생을 여성의 지위와 복지에 관심을 쏟아왔던 여성학자였기 때문이다. 비록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은 여느 청년 못지 않게 뜨거웠다. “교수 퇴직 후 지난 10년 동안 그린 작품이 1천여 점이 넘습니다.”

손 교수는 독일 도르트문트대에서 여성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에서 사회복지학 교수로 재직했다. 여성의 삶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평생을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연구에 몰두했고 ‘한국여성의전화’를 설립하고 공동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여성학자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가 그림을 시작한 것은 2001년 정년 퇴임 후다. 갑자기 쏟아지는 자유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 그는 우연히 포토샵의 무궁무진한 색채를 발견하고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유화, 수채화 등 여러 형태가 있지만 그는 컴퓨터를 활용한 이 디지털 아트에 푹 빠지게 됐다. “유화를 한다고 해도 물감이나 붓 등 많은 재료와 비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아트는 컴퓨터만 있으면 얼마든지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컴퓨터는 물도 물감도 종이가 없어도 화려한 색을 낼 수 있는 요술같은 도구입니다.” 손 교수는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그림에 쏟았다. 그는 보통 4~5시간을 작업에 몰두했지만, 때로는 10시간이 넘게 그림을 그릴 정도로 디지털 아트는 또 다른 그의 전공이 됐다.

그의 작품들은 주로 여성의 눈에 비친 삶과 자연, 어머니의 헌신과 걱정, 사랑과 해방 등이다. “평생을 여성학과 여성의 사회복지에 바쳐온 영향인지 여성, 특히 주부들의 현실과 꿈과 소망 등에서 주로 영감을 얻습니다.” 1천여 점의 작품 중 여성사회학적 의식이 반영된「생명잉태」, 「소녀의 꿈」, 「세계 시민이시여」등 36점의 작품을 골라 전시를 결심했다. 전시회의 제목을 ‘생명을 향한 모심의 꿈’으로 붙인 것도 그런 이유다.

그녀에게는 디지털 아트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동료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부푼 꿈이 있다. 혹시 디지털 아트로 시작해서 유화나 수채화 등 다양한 형태의 그림에 도전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유화도 좋지만, 이 디지털 아트를 사랑합니다. 컴퓨터 속에 무한한 예술창조의 가능성과 표현 기술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디지털 아트에만 열중하고 싶습니다.”

글·사진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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