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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시민사회와 민주주의 가치
지구시민사회와 민주주의 가치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1.21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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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운동’ 내건 계간 <철학과현실> 103호

특별좌담 ‘왜 세계시민 운동인가?’를 내건 <철학과현실> 103호(2014 겨울)가 나왔다. 다른 계간지에 비하면 거의 한걸음 늦게 출간되지만, 때로 좌충우돌하는 특별좌담의 매력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계간지라고 할 수 있다.

곽영훈 WCO 세계시민기구 대표(제주대 석좌교수), 이명현 <철학과현실> 발행인(서울대 명예교수), 그리고 이정민 중앙일보 정치·국제 에디터 겸 논설위원이 머리를 맞대고 ‘세계시민 운동’보따리를 풀어나갔다. 시민운동인데 NGO쪽 인사가 없는 게 신기할 정도지만, 좌담 내용을 따라가 보면 세계시민운동가-철학자-분석가의 눈이 겹쳐져 있어, 그런 배치가 어느정도 이해된다.

곽영훈 석좌교수는 “예상되는 문제들을 미리 세밀하게 그리고 총체적으로 살피고 지구촌 문명이 인류에게 보다 더 정의롭고 화합하는 쪽으로 진화시키는 노력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 중요한 노력에 세계시민운동이 기여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시민이 뭐냐’는 이명현 교수의 질문에 “각자 지금 자기가 속한 나라의 국민이고 자기가 사는 도시의 시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구촌 전체를 삶터로 인식하는 사람들”이라고 대답했다.

재미있는 대목은, 특별좌담에 맞춰 같은 색을 입힌 칼럼쪽이다. 김기봉 경기대 교수(역사학)가「세계시민을 위한 신문명의 생성문법으로서 실크로드」를,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철학)가「세계시민사회와 평화의 정초」를, 그리고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가「‘복합위기’의 시대와 지구시민사회」를 실었다.

김기봉 교수 역시 곽영훈 석좌교수의 발상을 이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계국가는 아직 없지만 우리는 세계시민으로 살고 있다. 세계 각국의 소통과 공감, 그리고 협력을 통한 글로벌한 해결책만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생존과 연관된 중요한 문제들을 풀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글로벌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들은 누구인가?”그는‘글로벌 의식을 가진 세계시민들’이라고 대답한다.

김혜숙 교수는 이러한 세계시민을 둘러싼 글로벌한 자본주의 상황을 좀 더 고민하자는 쪽으로 발상을 풀었다. “경제적 예속과 지배의 문제를 생각해봤을 때 경제적 의미의 평화란 전 지구적 차원의 경제적 평등과 분배적 정의의 문제로 환원될 것이다. 칸트가 경험하지 못했던 자본주의 상황은 세계시민 사회의 건설을 더 늦출 것인가, 아니면 더 앞당길 것인가?”

지구시민사회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은 임현진 교수는 지구시민, 지구문화, 초국적 네트워크라는 세 가지 조건이 1990년대 이후 확립되기 시작하면서 ‘지구시민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이 출현했다고 읽어냈다. 임 교수는 지구정의운동과 세계사회포럼으로 대표되는 지구시민사회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성장했지만, 넘어서야 할 장애물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대의 지속가능성, 선진국 사회운동조직들과 후진국 사회운동조직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 연대활동의 투명성, 국가와의 적절한 관계 설정이 그가 문제 삼은 장애물들이다. 임 교수의 글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운동이 거듭나기 위한 주문책을 제시한 부분인데, “운동의 전지구화 과정을 다차원적인 초국적 연대활동의 관점에서 바라봐야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말은, “국제연대활동을 부담으로 보기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기회이며 운동자원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뜻.

한국의 사회운동조직들이 다양한 국제연대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초국적 정치기회구조를 확대해달라는 주문이다. 그래서 그는 “지구시민사회의 성공여부는 곧 민주주의의 가치가 지속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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