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보니 ‘어느 곳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식물들을 찾아 우리나라 전국을, 그리고 세계 곳곳을 기행한지 어느덧 20년. 그러는 사이에 모인 표본이 8만여 점, 그러면서 찍은 사진만 해도 5만여 점에 이른다.
사진예술가는 사진을 찍을 때 예술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식물학자인 김 교수는 ‘식물의 특징’에 초점을 맞춘다. 각 식물의 가장 특징적인 면을 예리하게 잡아내는 만큼 그 속에 자연스레 아름다움이 배어드는지, ‘전문사진작가보다 낫다’는 이야기도 듣는다고.
그러나 김 교수는 ‘표본’에 더 애착이 간다. 이름이 없는 식물에게 이름을 지어줄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 표본이요, 이후 해당 식물이 멸종할 경우 유전공학을 이용해 되살릴 수 있도록 하는 DNA를 제공하는 것이 표본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 교수가 채집한 솔잎난, 미선나무 등은 멸종위기에 있는 식물인 만큼 더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의 활동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과 비례해 식물들의 서식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관람하는 사람들이 자연에 대한 관심을 되살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획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워즈워드의 ‘수선화’(1798)가 있기에 우리에게 수선화는 ‘흔하디 흔한 노란 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김기중 교수의 이번 전시회가 “보고 또 보아도 그 광경이 얼마나 값진 재물인지 미처 알기 힘든”(수선화 中) 자연의 큰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박나영 기자 imnaria@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