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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력 있는 구조조정 이루려면 적합한 평가방법 필요”
“설득력 있는 구조조정 이루려면 적합한 평가방법 필요”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1.19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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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학회, 서울지역 2차 집담회

“구조조정 대상이 될 학과를 선정하는 절차가 투명하고 바람직한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난 15일 고려대에서 열린 서울지역 2차 집담회에서 나온 교수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국대학학회(회장 윤지관 덕성여대)가 전국을 순회하며 ‘구조조정 국면이 대학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개최한 집담회가 어느덧 9회를 맞았다. 서울지역은 지난해 12월 1차 집담회를 가졌다. 이번 2차 집담회는 서울지역 9개 대학 12명의 교수가 참석해 각 대학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발표했다. 구조조정의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는 건 서울지역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안전지대는 없다는 걸 확인했다.

분규대학에선 악용되기도= A대학은 총장과 교수회가 갈등을 겪고 있다. 교수회 소속인 ㄱ교수는 “구조조정이 교수회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A대학 총장은 지난 2012년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자 그 대안으로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A대학은 정부에 정원을 7%감축할 것을 제시했다. ㄱ교수는 “정원을 7% 줄이는 대신 특성화 사업단이 2개 선정되고 정부로부터 3억원을 받았다. 정원감축에 따른 재정손실은 매년 48억원이다”라며 반발했다.

총장의 눈에서 벗어난 교수들은 학과 존폐를 위협받았다. 총장이 외부업체를 통해 전 학과를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한 것이다. 그러나 평가지표, 평가방법, 평가결과가 무엇에 활용되는지 구성원에게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A대학 교수회장이 속한 학과는 구조조정의 주요 평가지표로 꼽히는 취업률에서 우세했음에도 낮은 점수를 통보받았다. ㄱ교수는 “학과를 평가하는 절차와 방법을 투명하게 하고 합의를 도출해야 바람직한 구조조정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B대학은 과거 비리 문제가 불거졌던 대학 중 하나다. ㄴ교수는 “재단의 족벌 구조 속에서 가신정치가 생겼다. 치열한 투쟁으로 민주적인 절차를 만들었지만, 문제는 그 구조에 들어간 인적자원들이 가신에 점령당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강하지 못한 다수에 의해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대학 내 갑을관계가 분명해졌다. C대학 교수는 “평가와 경쟁 속에서 핵심층(inner circle)이 생겼다. 들어가면 누릴 게 많아질 거란 기대가 생긴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사업과 자금에 끌려다닐 우려= 재학생 1만명 미만인 D대학의 경우 4%의 정원을 줄이기로 했다. ㅁ교수는 “정원이 2천명 미만인 대학에서 4%감축은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어떤 학과의 정원을 줄일 건지 결정하는 것이 문제였다. ㅁ교수는 “BK21플러스사업,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특성화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과를 대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부 재정지원사업 선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ㅁ교수는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이 없으면 대학의 기본기능을 위협받는다는 현실은 심각한 문제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대학은 정부와 자금에 끌려 다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ㄴ교수도 “정부의 꼭두각시 노릇을 자처할 수 밖에 없다. BK21플러스사업 등에 참여하지 않는 대학의 경우 1년에 1천만원의 연구비를 따오면 대단한 교수”라고 말했다.

대학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ㅁ교수는 “대학의 특성과 규모를 고려하지 않으면 중소규모 대학이 평가절하돼 대학 고유의 색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됐다 벗어난 E대학은 대학의 목표를 연구가 아닌 산학협력으로 바꿨다. 교수업적도 연구 프로젝트비를 얼마나 따왔는지, 기부금을 얼마나 끌어왔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ㅂ교수는 “해마다 학과를 평가해 서열을 매기기 시작했는데, 산학협력에 불리한 사범대와 예체능대가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결국 음대는 통합되고 사범대도 2개 학과를 통합했다”라고 말했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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