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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주자문 신임 학술진흥재단 이사장
인터뷰 : 주자문 신임 학술진흥재단 이사장
  • 설유정 기자
  • 승인 2002.10.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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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9 14:43:45
충북대 교수회장과 총장을 거쳐 학술진흥재단 이사장직을 맡게 된 주자문 신임이사장(충북대 사회교육학과 교수)은 지난 15일 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의적 연구에 매진하고자 하는 연구자를 중점 육성할 수 있도록 연구계획서 심사시스템을 강화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한 “노벨상은 물론 눈부신 학문적 성과물 뒤에는 오랫동안 꾸준히 뒷받침된 투자가 있었다”며 “학진의 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교수 및 교수회장 출신인데다 총장직까지 두루 경험해 대학가의 분위기를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주 이사장이 이끌어갈 학진의 차기 정책은 한층 현실에 밀착된 방향으로 진행되리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8월 30일, 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 이사장에 취임하신 소감은.

“총장 출신의 현직교수로서 학진 이사장직을 맡아 낯선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다만 할 일이 참 많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리나라의 문, 이과 전반에 걸친 모든 기초학문분야를 지원하고 있는 유일한 곳인 만큼 국가와 사회, 넓게는 전 인류에 이익이 되는 다양한 연구결과를 배출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이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이것만은 꼭 이루겠다는 정책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학문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한 명도 갖지 못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노벨상을 위시한 모든 학문적 업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기초를 닦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특정 학문 분야의 연구를 시작한 시기는 평균 30대, 그들이 노벨상을 받은 시기는 50대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이 불안정한 환경에서는 올바른 연구결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편안한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의 다나카라는 무명의 회사 연구원이 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듯 눈앞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연구에 일로매진할 때 훌륭한 결과가 나온다는 자각이 우리 학계와 연구자들에게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지식기반사회에서 창의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학진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직도 연구계획서만 잘 쓰면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연구자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안될 말이죠. 학진은 앞으로도 학술지원 시스템을 투명하게 운영하는데 힘쓸 것입니다. 연구실적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연구비를 신청하는 연구자들이 있다면 좀더 창의적인 연구 결과에 매진하는 우수한 연구인력을 선정하도록 하는데 행정력을 모으겠습니다. 연구계획서 평가에 있어서도 심사 시스템을 보완해나갈 예정입니다. 필요에 따라 타 학술진흥기관의 연구지원 및 관리기법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올 한해 학계 화두가 됐던 기초학문지원사업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기초학문 육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안입니다. 대학가의 분위기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지원은 지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사항이 전제돼야 합니다. 첫째, 다른 모든 지원 사업이 그렇듯 연구자들 본인의 학자적 양심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도가 돌발가능한 모든 문제들을 원천봉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교육에 투자된 만큼의 효과를 당장 뽑아내려는 태도는 좀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만 잘 지켜진다면 기초학문지원사업의 결과를 낙관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BK21사업을 둘러싸고 안팎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업이 원래 목적대로 1백% 나아갔느냐를 따진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우리 학문의 뼈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재 양성의 역할은 분명히 했다고 봅니다. 투자한지 이제 겨우 3년이 지났는데 가시적인 효과를 따지는 것은 너무 성급합니다. 게다가 대학원생들의 국제학술회의 참가 발표가 늘어나는 등 일부 분야에서 지원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인정해줘야 합니다. 현재 선택돼 중점 육성된 부분들의 성과는 장기적으로 다른 분야로도 파급될 것으로 봅니다. 현정부 들어 최우선적으로 추진돼온 사업인 만큼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년도 학술연구지원사업은 올해에 비해 어떻게 달라질 예정입니까.

“12월에 평가 작업을 거쳐 새로운 사업을 준비할 계획입니다만 혼란을 빚을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학술지원 예산의 양적 증대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진의 연구비 규모인 2천3백억원은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한 해 연구비 총액인 7천7백6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정부 예산 중 연구개발에 할당된 예산이 5조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바, 그 중 학진의 예산이 10%, 5천억원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나 생각중입니다. 예산 확보를 모색하면서 새로운 사업, 그리고 그동안 소외된 사업에 힘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지난 10월 3일 단군 및 고조선에 관한 남북공동학술토론회 참가차 북한을 방문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공교육을 받으며 자란 중 한 사람이지만 북한은 같은 동포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낀 계기가 됐습니다.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교류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말 남북을 하나되게 하는 것은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남북학술행사는 제3국에서 이뤄지는 것이 의례였지만 앞으로 이러한 사업에 좀더 역점을 두려 합니다. 학진에서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남북학술교류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실현가능하고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학사회와 학진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학가와 학진은 우리나라의 학술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한 배를 타고 있는 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만큼 상호 신뢰가 바탕된 파트너쉽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현재 학진의 이사장, 사무총장, 전문위원이 모두 현직교수나 연구자입니다. 그런만큼 앞으로 양자간 인적교류를 더 활성화시켜 학진과 교수사회간의 상호 연대를 다져나가겠습니다.”
설유정 기자 syj@kyosu.net□약력 : 1946년생,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동국대 대학원 박사, 충북대 사범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충북대 교수회 회장, 전국국공립대교수협의회 회장, 제6대 충북대 총장,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 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2002년 8월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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