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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연한 다양화는 전문대 아닌 직업교육 활성화 겨냥한다”
“수업연한 다양화는 전문대 아닌 직업교육 활성화 겨냥한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1.13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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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 전성시대 열리나 ⑤결산좌담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전문대학은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의 사회를 구현하겠다’며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의 중심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13년 7월 전문대학 육성방안을 발표하면서 기대는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한편에서 전문대학은 구조조정의 여파를 누구보다 앞서 맞고 있다. 일반대학이 전문대학 인기학과를 모방하면서 위협을 받기도 한다. <교수신문>은 전문대학의 역할과 성과를 되짚어 보는 연속 기획을 마무리하면서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전문대 육성방안을 중간점검하고 고등직업교육의 정책방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기 위해서다. 국회 일정 때문에 좌담에 참석하지 못했던 한석수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의 의견은 따로 서면으로 받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일시: 2015년 1월 6일(화) 16시 교수신문사 회의실
사회: 이승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획조정실장
참석자: 윤여송 인덕대학 교수(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 이윤철 한국항공대 교수(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정리: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사진: 윤지은 기자


전문대 육성방안에 대한 중간평가는?

이승근(사회): 박근혜 정부가 전문대를 고등직업교육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며 전문대 육성 방안을 발표한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종합적 평가를 내린다면.

윤여송: 교육역량강화사업을 특성화 사업으로 바꾼 것 외에는 가시적으로 보이는 성과와 변화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처음에는 기대를 많이 가졌는데 현장에서는 오히려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선취업 후진학 정책으로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졸업생이 전문대보다 4년제 일반대를 선호하고 있고, 일반대는 전문대의 직업교육 영역을 침해하고 있다. 최근 들어 고용노동부의 폴리텍대학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전문대의 정체성과 역할이 모호해지고 있어서 오히려 위기상황인 것 같다.

이윤철: 전문대 육성 이면에는 직업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의 경쟁력을 높인다고 하는 본질적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몇몇 재정지원사업을 하는 정도, 그것도 기존 사업에서 이름을 바꾼 정도로 받아들이다 보니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의 성과가 낮지 않았나싶다. 여기서 다른 교육기관의 위기도 함께 봐줘야 한다. 폴리텍대학을 말씀하셨는데,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필요한 인재상이 변했다. 어쩌면 전문대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보다 더 심한 정도로 일반대나 이런 고등교육기관이 직업교육에서의 적합성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최근에 그런 적합성이 떨어지는 대학들이 학과를 좀 더 직업교육에 맞춰서 한다든지 하는 내용들을 추가하다 보니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전문대 육성방안의 본질적인 지향 자체가 직업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이라면 재정지원사업 위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전문대가 각자 특화된 교육역량을 만들어나가느냐고 하는 논의가 좀 더 진행돼야 한다.
 

이승근: 전문대를 고등직업교육의 중심기관으로 놓겠다고 하는 방향성과 다른 부처 간에 정책 혼선은 있는 것 같다. 정책 마련이나 집행 과정에서 전문대를 육성하겠다고 하는 의지와 함께 지원이 따라줘야 하는데, 애드벌룬만 띄워놓고 그런 지원들이 뒤따라가지 못한 상태에서 폴리텍대학에 서비스 기능 확대나 5년제 고등전문대 신설 같은 것들이 정책적 분석이나 판단 없이 나오면서 혼재돼 있는 양상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인력 양성에 대한 프레임이 없는 상태에서 혼탁하게 섞여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전문대 육성방안이 나온 지 1년 6개월이 지났는데도 뭔가 보이지가 않는다. 그런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윤여송: 전문대 육성방안이 겉돌고 있는 것은 전문대 하나만 보기 때문이다. 지식기반사회로 들어가면서 직업교육의 수요가 달라지고 질이 달라지는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다. 고등교육 시장에서 일반대도 직업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총체적 그림을 그린 가운데서 전문대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 고등교육과 직업교육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은 없고 전문대 하나만 놓고 육성방안을 만들다 보니 이게 전문대만의 일로 돼 버리고, 다른 부처나 국회에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승근: 전문대 육성방안에서 핵심은 특성화 전문대 육성사업이다. 특성화를 통해 자기 색깔을 나타내는 것이 산업의 경쟁력이나 인력 양성 측면에서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다고 해서 특성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윤여송: 그래도 특성화 사업이 긍정적인 것은, 예전에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이나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따기 위해서 140여개 전문대 전체가 평가지표에 맞춰서 한 방향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역할분담을 하려는 시도는 좋았다. 그러나 특성화 유형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한 계열이나 두 계열을 특화하는 개념의 특성화는 문제점이 많다. 직업교육에서 다양성과 창의성, 전공 융합을 통한 직업교육의 새로운 수요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특성화는 하되 그 특성화의 방향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방향으로 가져가야지 이렇게 계열을 특화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모순점이 많다.

이윤철: 계열 특성화를 하는 방식을 보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금 하는 방식은 이 학교가 특성화하기 위해서 한 계열이든 두 계열이든 방향을 정해놓고 거기에 안 맞으면 잘라내는 특성화라고 생각되는데, 특성화의 본래 목적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전문대의 역할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면 경우에 따라서는 융·복합해야 할 부분도 많을 것이다. 또 지역별로, 산업별로 다양성이 굉장히 많은데도 행정편의에 따라 계열을 묶어놓고 이걸 한 계열, 두 계열 이런 식으로 특성화한다. 모든 대학이 하나의 방향을 가는 것에서 조금은 차별화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그 정도의 특성화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에는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상이다. 조금 더 현장의 이야기가 가미된 정책방향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방향만 갖고 밀어붙이면 역설적으로 특성화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도입, 문제없나?

이승근: 특성화 사업이 이미 시작됐고, 나름의 성과를 거둬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그 수단으로 갖고 들어온 게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전복하는 것이다. 2015년부터 특성화 사업에 참여하는 전문대는 모두 NCS를 도입해 운영에 들어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이윤철: 사실은 NCS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특성화 사업과 마찬가지로 NCS도 도입의 필요성이라든지 효과 자체가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면 과연 우리가 정말로 잘 짜여진 NCS를 갖고 있느냐고 하는 것으로 돌아가 봐야 한다. 지금 여러 팀이 구성돼 산업마다 NCS를 만들고 있지만 우리나라 역사가 아직 일천하다. 그러다 보면 또 하나의 틀에 짜인 침대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유럽도 마찬가지지만 NCS를 만들고 난 다음에 변화를 겪게 된다. 사회가 변하고, 기업이나 산업 변화도 하루하루가 다르다. 거기에 맞는 직무능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아주 잘 짤 수는 없다. 그래서 NCS를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가이드라인에 맞추는 게 능사라고 한다면 또 하나의 틀에 맞춘 정책이 되기 쉽다. NCS를 장려는 하되 대학에서 특성화 방향에 맞춰 자율적으로 해석해서 만들어 가야 한다. NCS는 표준화하는 것인데 전국적으로 다 뿌려놓으면 우리 대학의 특성화 안 맞을 수 있다. 예를 들어 LCD를 만드는 회사 근처에 있고 거기에 많이 취업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는 대학은, 계열은 비슷하게 분류되지만 그 안에서 필요한 능력이나 세밀한 부분은 달라질 수 있다. NCS는 필요하지만 너무 NCS로만 기준을 잡아버리면 역설적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윤여송: 전문대의 경우 올해 전 대학이 모두 NCS 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약속하고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했다. 그런데 NCS가 제대로 개발도 안 된 상태에서 너무 무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은 기능 중심의 산업에 이 NCS가 더 잘 적용되기 때문에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에 먼저 도입해서 기능 중심의 NCS를 잘 활용하고, 그 다음에 ‘기능+기술’로 넘어온 전문대 교육 단계에서 부분적으로 활용해서 점차 현장에 착근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그동안 해왔던 교육의 모든 체계를 무너뜨리고 NCS를 한다고 하니까 현장에서 혼란에 빠져있다. 두 번째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을 봤을 때 NCS가 새로운 직종을 다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를 가져와 쇠퇴하는 추세다. 그래서 고등직업교육 단계에서는 성과 창출을 위해 프로그램 인증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미 NCS를 시작했기 때문에 NCS를 활용하면서 학습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직업교육 프로그램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NCS와 결부한다면 훨씬 효과적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윤철: NCS를 만드는 분들이 교육전문가이고 산업전문가이긴 하지만 그걸 정말 하나하나의 단계별로 표준화할 수 있는가 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프로그램 인증과 같은 그런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걸 하려면 각 대학들이 NCS를 모두 따르겠다가 아니라 NCS의 어떤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서 어떻게 만들겠다고 하는 그런 창의성이 필요할 것 같다.
 
수업연한 다양화 논란 어떻게 봐야 하나?

이승근: 어찌 보면 거꾸로 가는 측면도 있다. 국가역량체계(NQF)를 먼저 만들고 프로그램을 가져오는 게 순서로 보면 맞는데, 프로그램부터 먼저 나오고 이후에 NQF를 세우려고 하니까 이걸 자격과 어떻게 연계할지 등의 논란은 있는 것 같다. 고등직업교육의 중심으로 전문대를 자리매김하는 데 가장 큰 틀인 수업연한 다양화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2013년 7월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이후 지난해 12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졌는데, 일반대의 우려가 표출되면서 의결이 보류됐다.

이윤철: 수업연한 다양화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접근하는 철학이 명확해야 한다. 수업연한 다양화를 전문대의 수업연한을 ‘늘린다’는 콘셉트로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런데 방어하는 논리에서는 전문대가 수업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서 대학의 과당경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사실 이면에는 이런 게 있다. 우리가 60년대, 70년대 성장할 때 인재상과 지금은 바뀌어 버렸다. 지금은 어느 기업에 가더라도 적어도 기능 중심의 단순 작업을 하는 사람을 전문대에서 교육시켜서 투입한다. 이런 콘셉트가 아니다. 직업이나 영역별로 필요한 역량이 많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의 교육을 대학에서 잘할 수 있는 유연한 게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2년이 될 수 있고 3년, 1년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4년이라는 기간 동안 교육하는 일반대의 생존이다. 이 문제(수업연한 다양화)가 진전이 빨리 되지 않는 이유다. 수업연한 다양화는 너무나 당위론적인 이야기인데, 이게 된다, 안 된다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이것 때문에 지방 일반대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이걸 막고 있는 거다. 수업연한 다양화는 단순히 전문대의 기간 연장이 아닌데, 지금 게임의 룰이 전문대의 수업연한 연장으로 호도되는 부분이 있다.

윤여송: 전문대와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이해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1970년대 대학이 아주 적었을 때 고등교육을 보편화하기 위해 전문대를 많이 만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이 워낙 많아서 전문대라는 존재의 의미가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와서 수업연한을 기준으로 일반대, 전문대로 나눈다는 것은 굉장히 낡은 스타일이다. 대학은 기능과 목적에 따라 구분을 해야 한다. 연구중심대학이나 직업중심대학으로 구분해서 가져가는 게 새로운 콘셉트이지 아직도 전문대, 일반대로 이야기한다고 하면 안 맞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본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직업교육을 할 수 있는 학제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이렇게 전문대, 일반대라고 하는 낡은 개념으로 대학을 구분 짓는 것 자체는 굉장히 문제가 있다.

이승근: 수업연한 다양화는 산업체에 인력을 공급하는 관점에서, 국가 인력 양성의 관점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일반대인가 전문대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둘 다 같은 고등교육기관 안에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그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게끔 제도가 갖춰져 있느냐를 봐야 한다. 그에 대한 평가는 이제 수요자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체제로 돼 있다. 전문대와 일반대의 밥그릇으로 오인하는 부분은 시대착오적인 내용이라고 본다.

윤여송: 전문대의 수업연한 다양화가 아니라 직업교육의 수업연한 다양화로 봐야 한다. 지식기반사회에 맞는 직업교육을 하기 위해서 2년으로 묶여있던 그것을 다양화해준다는 개념으로 봐야지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가 아니다. 내가 보기에 2년제 학과는 필요하다. 4년제, 3년제 다 필요하다. 그런데 대학 자체를 아예 2년제로 묶어버린다는 것은 굉장히 난센스적인 것이다.

이승근: 현실적으로 보면 그런 것 아닐까. 지금 현재 구도에서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전문대 인력양성 부분만 구조 조정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학력과잉이 심각해질 수 있다. 예전에는 전문대만 나와도 되는데 갈 데가 없으니까 4년제 대학으로 가야 되고, 직무의 미스매치가 더 심해지는. 전문대 기능이 축소됐을 때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고등교육을 수직적 구조에서 병렬적 구조로 바꿔서 각각의 교육기관이 자기의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학력 인플레를 개선할 수 있는 효과도 이 법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이윤철: 맞다. 제도가 잘못된 상태에서 개혁을 하다 보니 제도에 종속돼서 이제까지 전문대 가서 직업교육 할 학생들이 일반대로 가는 형국이 되고 있다. 문제는 A라는 직업이나 직능에 이만큼 필요하다고 하면 그게 맞는 교육이 돼야 하는데, 이게 마치 서열화로 오인되는 부분이 있다. 일반대든 전문대든 교육시스템 전체가 다 위기상황이다. 이 위기상황에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고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인데, 기간을 방어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기득권 강화다. 이 기득권을 강화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느냐. A라는 직능의 학과가 있으면 전문대에서는 2년이나 3년이 되고, 일반대는 4년이 되는 거다. 그냥 억지로 늘려서 키우는데 학생들 눈높이에서는 일반대가 서열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만들어져서 기득권을 이용해서 사회 문제를 왜곡하는 현상이 되는 거다.

이승근: 그런 점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지금 보면 전문대 관련 학과를 일반대에서 많이 가져가 운영하고 있다. 전문대가 특성화돼 있는 학과들을 일반대가 많이 가져간다. 예를 들면 일반대에서 피부미용 학과가 잘 되고 있는데 졸업하고 나서는 전문대와 같은 직무직종으로 간다. 수업연한에 따라서 차이가 있느냐 하면, 현장에 나와 보면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비효율적 부분이 생긴다. 그리고, 전문대가 전부 다 4년제를 하려고 할 것이다. 구조조정하고 있는데 무슨 4년제로 늘리려고 하느냐. 이런 우려가 있다. 분명히 잘못된 내용이다. 현재 상태에서 전문대가 4년제를 하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4년제로 했을 때 여건이라든지 모든 것을 교육부 장관의 통제를 받게 돼 있다. 또 수업연한을 4년으로 할 때는 총 입학정원에서 50%를 줄여야 하는, 오히려 정원 감축의 효과를 가져 오는 부분이 있다.

윤여송: 직업교육이 활성화되려면 당당하게 직업교육 진로를 택할 수가 있어야 하는데 대학이 서열화 돼 있다 보니 자기는 직업교육을 하고 싶은데도 전문대 가는 게 창피해서 적성에도 안 맞는 전공을 택해서 일반대로 가는 상황을 많이 봤다. 대학의 서열화를 철폐해야 될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데, 직업교육에 전념하는 전문대에 수업연한으로 차별화를 둬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게 사실은 사교육비 문제와도 연결된다. 전문대 안 가고 일반대 가려고 중위권 학생도 다 과외하고 학원 다닌다. 그리고 중소기업 인력난. 일반대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잘 안 가려고 하고 가더라고 현장 적응력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중소기업은 사람을 뽑고 싶어도 마땅한 인력이 없는 거고 거기서 청년실업 문제가 나온다. 청년실업, 사교육비, 중소기업 인력난. 이런 모든 문제 해결은 전문대를 중심으로 한 직업교육이 활성화되고, 전문대가 당당하게 갈 수 있는 교육기관이 돼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때 가능하다. 앞서 말했지만 전문대만의 수업연한 다양화가 아니라 일반대도 하고 싶으면 1년, 2년제, 3년제로 할 수 있게끔 열어서 직업교육의 수연연한 다양화를 이뤄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과 전문대

이승근: 요즘 대학들의 가장 고민거리가 구조조정인 것 같다. 어찌 보면 전문대가 구조조정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2천년대 이후 전문대 정원이 가장 꼭짓점에 있을 때와 2014년을 비교해 보면 11만명을 감축한 결과가 나왔다. 그 가운데 50% 가까이는 일반대학으로 전환하거나 통폐합된 부분이고, 나머지 50%에 해당하는 5만5천명 정도는 전문대 자체에서 줄인 입학정원이다. 정책이 일반대 중심으로 흐른 측면도 있고, 전문대도 자구적 측면에서 정원을 자연스럽게 줄이다 보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력 양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윤여송: 전문대 구조조정을 바라볼 때 어떤 철학과 원칙이 없다.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이 국립 전문대가 다 없어져버렸다. 과거 잘 나가는 국립 전문대가 많았는데, 정부 스스로 다 없애버렸다. 일반대와 통합하고 전문대와 통합하고. 사립만 남았다. 지금 와서는 또 어떤 개념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냐. 단순하게 입학정원 대비 학령인구를 비교해 보니까 대학이 너무 많다. 그 숫자를 갖고 몇 명 줄여야 한다는, 이런 숫자 계산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얼마나 위험한 생각이냐. 서두에 말했지만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전체 그림을 그려 보면서 직업교육을 훨씬 더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할 때는 오히려 전문대 입학정원을 좀 늘려서 고등교육의 보편화를 가져오고 실용 교육에 비중을 둔다든지 하는 이런 개념이 전혀 없다. 그냥 숫자만 비율적으로 줄이는 이런 개념을 갖고 있다. 근본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때는 반드시 구조조정의 목표와 성과, 철학 이런 것들을 갖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뒤늦게라도 좀 했으면 싶다.

이윤철: 과연 우리나라에 전문대가 살아남느냐, 직업교육이 어떻게 돼야 하느냐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관심사이지 국가 전체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다. 이런 종류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몇 명 정도가 배출돼야 한다는 게 사회 전체적인 욕구인데, 대학이 그 부분에서 매칭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지금 보면 일반대의 특성 없는 학과를 졸업한 학생이 사회적으로 넘쳐나는 구도가 청년실업의 본질이다. 그런데 기대수준은 높다. 본인의 기대수준과 본인이 받은 교육이 매칭이 안 되는 사회가 지금 한국사회의 제일 큰 문제라고 한다면 이걸 직업교육으로 풀어나가는 게 가장 왕도 같다. 정론이고. 이 사람들이 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그래서 교육을 받아서 직업현장으로 갈 수 있는 사람들한테 맞출 수 있는 그런 내용들과 그 내용들의 문호가 전문대뿐 아니라 일반대도 같이 열려져서 종합적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 지금은 비율을 따져서 자르다 보니까 입학정원은 줄어들지만 여전히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공하는 시스템은 아니고, 괜히 대학 내에서 재정적인 문제만 격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단기적이고 단편적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는데 정원이 줄어들면 새로운 정원을 창출해야 한다. 제일 손쉽게 하는 게 결국은 외국에서 학생을 데려오는 것인데, 그 부분도 굉장히 전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교육선진국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도 한국적인 교육방식과 전문대, 일반대 딱딱 틀을 맞춰서 여기에 끼워 맞추는 학벌사회를 만들다 보니까 주변에 엄청난 인구가 있는 국가들이 있음에도 그 교육수요를 적극적으로 가져오지 못하는 부분이 허들로 작용하는 것 같다.

이승근: 우리나라가 실제로 처한 환경도 봐야 한다. 정원이 줄어 대학에서 양성하는 인력이 부족하게 되고, 그 상태에서 초고령화가 전개됐을 때 산업현장의 노동인력 측면에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정원 감축이라는 카드를 갖고 시장에 개입을 했는데, 교육부가 관리하는 곳만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타 부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동부의 폴리텍대학 신설이나 기재부의 고등전문대 신설. 이건 앞에서는 문을 잠그고 뒤에서는 열어주는 것이다. 부처 간 정책 협업이 전혀 안 이뤄지는 이런 부분 때문에 대학에서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또 하나는, 대학 정원을 감축하기 위해 3주기까지 목표를 잡고 있는데 정부가 개입을 했다면 대학 신설도 한시적으로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여론도 있다.

향후 고등직업교육 정책 방향과 과제는?

윤여송: 최근 여러 부처에서 대학 신설을 얘기하는데, 한마디로 말이 안 된다. 새로운 모형을 개발해 거기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많다. 그보다는 기존에 있는 전문대학이 중심기관이기 때문에 잘못하는 것이 있으면 보완하고 지원해서 잘할 수 있도록 해줘야 직업교육의 근간이 바로 서는 것인데, 전문대에 대한 정책은 빼놓고 부처마다 각각 추진하고 있다. 전문대는 구조 조정해서 학생을 줄이고 있는데 폴리텍대학은 신설하고. 갑자기 예전에 했다가 실패했던 5년제 고등전문대를 다시 끄집어내서 한다고 얘기하고.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의 난맥상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지원도 마찬가지다. 폴리텍대학은 학생 1인당 국고보조가 280만원이고, 같은 직업교육을 받는데 전문대는 26만원이다. 열 배 이상 투자했는데도 성과를 분석해 보면 그렇게 차이도 안 난다.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종합적인 차원에서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반드시 있다.

이윤철: 교육은 사실은 교육부만의 전유물이 아닐 수 있다. 산업과 연관된 측면도 있고. 그렇다면 교육부가 주관이 돼서 다른 부처의 기능을 조율하는 게 꼭 필요할 것 같다. 정책이라는 것은 정책입안자들이 보는 앵글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지기 마련인데, 280만원 대 26만원이라는, 어떻게 보면 좀 난센스 같은 지원책이 만들어지고 하는 게 컨트롤 타워의 부재라는 생각도 든다. 교육은 교육 자체의 정책으로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산업과 연관된 제반 사회 구조와 맞물려 있는 구조다. 마치 산술적으로 숫자를 자르는 방식으로 갈 게 아니라 교육부가 정말 교육에 대해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있다면 그런 컨트롤 타워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좀 갖고 가는, 그러한 노력들이 전문대뿐만 아니라 교육시스템 전반을 혁신할 때 출발점이 되지 아닐까 생각된다.

이승근: 폴리텍대학을 지원하는 게 나쁜 것이 아니고 그와 유사한 인재를 만들어내는 곳에 어떻게 형평성 있게 정책을 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게 됐는데 사회 분야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좀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여송: 지금 문제가 뭐냐고 하면 직업교육 분야에서 훈련과 교육이 이원화돼 있다. 노동부에서는 훈련을 하고 있고, 교육부에서는 직업교육을 하고 있어서 이게 완전히 따로따로 놀고 있다. 직업교육 컨트롤타워, 예를 들어 가칭 직업교육훈련청이라고 하는 것이 있어서 노동부와 교육부의 직업교육을, 훈련과 교육을 하나로 묶고 예산도 하나로 묶어서 지원하는 그런 중심기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부 내에서도 전문대 위상은 과 단위에 머물러 있다.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우선 급한 것은 교육부 내에서도 직업교육 정책이 바로 장차관을 통해서 연결될 수 있는 위상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직업교육정책국이라든지 이런 국 단위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승근: 고등직업교육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의지를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교육부 조직에서의 열세,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할 수 없는 그런 구조도 사실은 전문대 정책의 낙후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대만의 경우 15년 정도 개혁의 목표를 갖고 직업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문대를 과학기술대로 바꾸는 과정에서 직업교육국장이 장·차관을 두 번 연임하도록 해서 그 정책이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지금은 학문연구와 직업교육이라는 투 트랙이 완전히 동등한 가치를 갖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그러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보완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가져본다.

윤여송: 전문대를 살리는 것보다 직업교육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개념으로 봤을 때 한 부처의 힘으로만은 안 된다. 마이스터고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부를 선두로 해서 모든 부처가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협력하고, 아주 적극적인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고등교육 단계의 직업교육도 교육부뿐 아니라 전 부처가 같이 함께 해서 적어도 외국처럼 직업교육을 내 돈 내고 공부하지 않는 국가 지원 시스템, 그렇게 공부한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어야 직업교육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이윤철: 전문대를 육성하는 방안이 아니라 고등교육의 혁신으로 봐야 한다. 소위 한국의 사회 시스템과 산업시스템 전반이 바뀌고, 인구 구조가 바뀌었다. 이런 상태에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어떻게 양성하고, 청년실업이나 평생교육 문제와 같은 사회 전반의 문제를 교육에 어떻게 담아야 할 것인가.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굉장히 이원화되고 경직된 교육시스템으로 사회 전반의 교육에 대한 수요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제대로 마련될 것인가를 재검토하는 방안이 돼야지 현재 시스템에서 일반대, 전문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좁은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전문대 육성방안 발표 이후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에 대한 평가와 보완할 점은.
“나름대로 큰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특히 2014년에는 특성화 전문대학 70개교, 평생직업교육대학 8개교 선정 등을 통해 특정 산업과 연계해 대학의 강점분야를 특성화하는 체제로 개편했다. CJ와 특성화 전문대학 인재 매칭을 통해 전문대 학생 300명을 우선 채용하는 등 이례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교육과정 개편·운영도 잘 추진되고 있다. 다만, 수업연한 다양화는 빠른 법안 추진이 필요한 부분으로, 법안 통과를 위해 적극 노력할 예정이다.”

△‘수업연한 다양화’ 관련 법안이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보류됐는데, 향후 계획은.
“수업연한 다양화는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핵심 국정과제다. 관련 법률이 법안소위에 상정됐으나 4년제 대학과의 차별화 필요성 등 추가적인 논의 필요성이 제기돼 통과가 보류된 바 있다. 그 동안 정부는 수업연한 다양화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권역별 공청회, 정책설명회, 포럼 등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해 왔으며 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

△노동부의 폴리텍대학 신설, 기재부의 고등전문대 같은 정책들이 잇달아 추진되고 있는데, 정부 부처 간 협업이나 정책 조율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교육부장관이 교육·사회·문화 정책에 대해 총괄·조정하는 부총리를 겸임하게 됨에 따라 교육부 내에 사회정책협력관이 신설됐으며, 교육·사회·문화 관계 장관회의를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따라서 향후 교육·사회·문화 관계 장관회의, 국무총리·경제부총리·사회부총리 정례협의체 등을 통해 직업교육 정책을 실질적으로 조정하고 적극적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도록 하겠다.”

△특성화 전문대 사업이 대학을 획일화하고, NCS 역시 한꺼번에 적용하면 특성화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성화 전문대 육성사업 선정 결과 인문사회, 예체능 등 다양한 계열이 선정됐다. 동일한 계열로 선정돼도 운영 내용은 지역 및 특정 산업과 연계해 특성화를 유도하고 있어 지역 여건에 따라 다양한 모습의 특성화 전문대학으로 성장할 것이 기대된다. NCS 기반의 교육과정 역시 동일한 직무 분야에서도 지역 산업을 고려해 다양한 유형의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도시의 미용과와 농촌의 미용과를 보면, 도시의 경우 두피마사지, 헤어케어 등의 교육이 필요하다면, 농촌의 경우 기본적인 파마와 컷트가 보다 중요할 것이고 이에 맞춰 NCS를 기반으로 교육과정이 설계될 수 있을 것이다.”

△고등교육 전반을 개혁해야 하는 시점에서 직업교육시스템 전반에 대한 계획은.
“산업 현장과 교육을 하나로 연결시켜 인력 미스매치를 완화하고 교육을 통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직업교육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 등에 대응해 대학의 질적 구조개혁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비해 전문대를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전환·확대해 성인학습자 수요를 흡수할 계획이다. 또 노동부와 협업해 전문대와 폴리텍 간에 직업교육·훈련 기능을 공동 운영하고 이를 통해 전문대의 기능인력 양성 기능을 확대해 고등직업교육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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