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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한다더니 고등직업교육기관 신설 추진 잇따라
구조조정한다더니 고등직업교육기관 신설 추진 잇따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1.06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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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현실은_ 정부 정책 간 엇박자 심각

“엇박자도 그런 엇박자가 없다.” 요즘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쪽에서는 2023년까지 대학·전문대학 입학정원을 16만명 줄이는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고등직업교육기관 신설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탓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학벌 중심 사회를 능력중심 사회로’ 만들고,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의 중심 기관으로’육성하겠다고 밝힌 정책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대표적인 정책이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는 경기 북부지역 폴리텍대학 신설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8월에는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 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제조업 중심인 폴리텍대학에 보건의료, 금융정보 분야 등의 서비스 과정을 추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전문대학 과정의 직업교육기관인 폴리텍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올해 예산에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한국폴리텍대학 경기북부지역 설립 실시 설계 용역비’ 4억원이 책정됐다. 경기도 파주가 유력한 후보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심각한 국고 낭비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경기북부지역에는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만 9곳이 들어서 있다. 게다가 경기도에는 경기도에서 전액 지원하는 경기도기술학교를 비롯해 직업훈련기관만 세 곳이 있다. 세 곳 가운데 경기인력개발원과 경기산업기술교육센터는 파주에 있다. 정부와 경기도에서 3개 직업훈련기관에 지원하는 예산만 1년에 121억원이다.

경기도의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기존에 있는 직업훈련기관에 인력과 시설을 추가로 투입하면 수백억원에 달하는 설립 비용과 매년 수십억원의 운영비를 줄일 수 있을뿐더러 기존 훈련 기관을 통해 얻은 운영 노하우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그런데도 또 다른 직업교육·훈련기관을 설립한다는 것은 심각한 국고 낭비다. 계획을 전면 보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경기지역 전문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용섭 광주보건대 부총장은 “보건의료와 서비스 분야는 전문대학에서 인재 양성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중심으로 육성하겠다고 해놓고 전문대학보다 폴리텍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최 부총장은 또 “학생 수가 줄어 대학을 구조조정하는 마당에 교육부 소관이 아닌 다른 대학에서는 정원을 늘리고 지원하겠다는 것도 고등교육 개혁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등전문대’ 신설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5년제 고등전문대 신설 계획을 내놓았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도 포함됐다. 특성화고 3년 과정과 전문대 2년 과정을 통합한 ‘3+2’ 방식이다. 하지만 1960~70년대 산업화 시대에 운영됐다가 폐지됐던 고등전문학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 지식사회로 진입하면서 실효성이 없어진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셈이다.

고등전문대의 경우 새로운 고등직업교육기관 신설로만 볼 수는 없다. 기존 전문대 가운데 선정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전문대 신설이 등장한 배경에는 ‘선취업 후진학 ’정책으로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졸업생이 전문대학이 아닌 일반대학으로 진학하는 현상이 자리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직업교육의 중심이 이들 고등학교였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전문대학으로 옮겨왔는데 출범 2년 만에 다시 중등직업교육단계로 내려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레 나오는 이유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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