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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위기 상황, 구조조정도 결국은 ‘재정’ 문제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 구조조정도 결국은 ‘재정’ 문제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1.05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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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단체·협의회장이 전망하는 2015년 고등교육계는

‘대학 구조조정이 모든 것을 삼키는 해가 될 것이다.’ 2015년 고등교육계 전망 기사를 준비하면서 처음 예상은 이랬다. 반은 맞고 반은 빗나갔다. 올해가 대학의 생존을 결정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촌평은 대학 구조개혁 평가만을 염두에 둔 것은아니었다. ‘구조조정이나 강사 문제도 결국은 재정 문제’라는 평가나 ‘구조개혁을 교육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재정 문제로 바라본다’는 비판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한 지점과 만난다. “국·사립을 떠나 올 한해 대학을 가장 어렵게 하는 문제는 재정 압박”이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직접 원인은 반값등록금 정책(사립대)과 기성회비 폐지(국·공립대)다. 특성화 사업이나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약속한 입학정원 감축도 올해 이행해야 한다. 수입은 줄어드는 구조인데 구조개혁 평가에 대비해 재정을 추가 투입할 곳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대학 입장에서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이만형 충북대 기획처장)이라고 느낄 만하다. 대학 운영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기획·교무처장 협의회장과 교수단체 회장을 통해 2015년 고등교육계 핵심 이슈를 전망했다.

■ 핵심은 구조조정, 온갖 편법 난무할 것= 대학 구조조정을 거론하지 않고 2015년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기획·교무처장이나 교수단체장이나 2015년 대학가를 관통하는 핵심 이슈로 구조조정을 빼놓지 않았다. 이만형 전국대학교 기획처장협의회장(충북대)은 “구조조정 압력이 클 것이다. 대학의 생존을 좌우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에 따른 개혁이라는 화두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병제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대구대)도 “대학은 모든 것이 구조조정에 매몰될 것”이라며 대학 간 경쟁, 학과 간 경쟁이 되면서 죽기 살기 싸움이 될 것이고, 온갖 편법이 난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조조정은 지난해부터 계속돼온 문제지만 올해는 그 여파가 사뭇 다르다. 지난해가 ‘예고편’이었다면 올해는 ‘본방’이다. 학과 통폐합을 놓고서도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성화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은 정원을 줄이기로 계획서를 제출한 곳이 대부분이다. 특성화 사업에 참여하는 학과 간 통폐합 계획을 제출한 대학도 많다. 이병운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부산대)은 “이사회가 결정하면 줄일 수 있는 사립대와 달리 국립대는 일률적으로 본부에서 단과대학에 감축 인원을 할당하고 단과대학에서 모집단위별로 강제적으로 감축하다 보니 모집정원이 10명, 20명 되는 학과도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학교가 엉망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학문 불균형 심해지고, 내부 고발 어려워질 수도=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은 ‘재정’ 문제로 치환되고, ‘교육’이 설 자리는 줄어든다. “정원을 대거 감축하고도 특성화 사업에서 미흡한 성적을 거둔 대학들은 재정적으로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조개혁 평가가 시작되면서 재정적으로 열악한 지방 사립대는 이것을 교육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재정의 문제로 바라본다.” 박순준 전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동의대)의 지적이다. 운영경비를 줄이기 위해 당장 조교를 줄이겠다는 대학이 나오고 있다.

박 이사장은 “모집정원이 적은 군소학과들을 몇 개 학과를 묶어서 조교를 한 명만 두겠다는 것은 학과 통폐합 신호로 볼 수 있다. 교육을 잘하기 위해 개혁하겠다고 해놓고 조교를 줄이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결국은 돈 문제이고, 이런 식으로 재정 문제에 쫓겨 큰 규모의 학과들만 살리게 되면 학문 분야 간 불균형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작용은 이것만이 아니다.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최근 3년간 부정·비리가 발생한 대학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급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점을 두고서도 우려가 나왔다. 유병제 위원장은 “취지 자체는 좋지만 우선 우리가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구성원들이 부정·비리를 밝히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 문제를 교육부가 평가 과정에서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지가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립은 등록금, 국공립은 기성회비 고민= 반값등록금 정책과 국·공립대 기성회비 폐지도 대학의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만형 회장은 “국·사립을 떠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재정 문제”라며 “사립대는 등록금을 동결 내지 인하해야 하고, 국립대는 기성회비가 폐지되는 데 따른 문제들이 대학사회에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특히 국립대의 경우 대체 법안이 제때 통과되지 않으면 3월부터는 생각하기 어려운 대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명순구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장(고려대)은 “등록금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서 구조조정 문제나 시간강사의 지위나 처우를 개선하는 문제도 재정 문제”라며 “인건비는 등록금에서 나갈 수밖에 없는데, 등록금을 내리라고 하면서 강사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명 회장은 “한국 대학들은 세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역량들을 갖고 있다. 등록금을 동결 내지 인하하는 정책을 계속해 나가려면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 재정을 보조한다든지 하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규직’ 심화되고 시간강사 대량해고 우려도= 대학 구조조정이나 재정 압박은 교수 신분이나 처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수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유병제 위원장은 “신분은 정규직인데 급여나 임금체계는 지금의 교수와는 다르고, 정년보장도 되지 않는 이른바 ‘중규직’ 교수가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신규 임용하는 교수들은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중규직’이 일반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순구 회장의 앞선 지적처럼 ‘시간강사’ 문제도 비켜갈 수 없는 핵심 이슈다. 이른바 ‘강사법’이라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대학도 시간강사도 반대하면서 2016년 1월로 시행이 2년 연기됐다. 올해 안에 대체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재호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조선대)은 “구조조정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면서 강사법 문제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라며 “1~2월 교수단체 및 국회와의 토론회를 시작으로 3월부터는 연구강의교수제를 중심으로 법 개정을 위한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확정한 새로운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도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이나 ‘시간강사 보수 수준’ 등이 그대로 1단계 평가에 반영되면서 시간강사 대량해고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정 위원장은 “대학들의 평가지표 관리 행태를 보면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을 높이기 위해 강의 총량을 줄여 시간강사들의 담당시수를 줄이거나 강의 배정을 하지 않고 해고하고 있다”며 “시간강사 강의료 지급 단기 또한 시간강사를 대량 해고하게 되면 시간강사 총인원이 줄어 (실제 강의료를 인상하지 않아도) 강의료 지급단가는 높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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