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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의 ‘뜨거운 감자’와 윤리적 문제들
생명공학의 ‘뜨거운 감자’와 윤리적 문제들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01.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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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84. 키메라 장기

키메라가 불러올 윤리적 문제는 곧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생명공학 기술은 점점 발달하고 있고 키메라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 발생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위한 커뮤니티인 <더 노드>(thenode.biologists.com)는 키메라 연구에 대한 윤리적 고찰을 다룬 소논문을 2014년 12월 18일자로 실었다. 이에 따르면, 인간 만능줄기세포의 발달은 동물 숙주에서 인간 세포와 조직이 키메라로 발달하게끔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뤄진 인간 배아줄기세포(human embryonic stem cell, hESC) 분리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C)로의 발달은 인간 생물학 연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하지만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세포들을 체내에서 실험해봐야 한다. 그래서 많은 연구원들이 인간-동물 키메라 연구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키메라는 유전학에서, 한 몸에 다른 DNA 유전자가 같이 들어 있는 동물을 뜻한다.


예컨대 새로운 신장이 황급히 필요한 환자가 있다고 치자. 대기자 명단 1순위이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운이 좋아 사망한 사람의 장기를 이식 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사람의 장기 이식을 받으면 평생 면역억제제를 투여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키메라 신장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당신의 피부 세포 일부를 떼어내 거기서 줄기 세포를 추출하고 돼지 배반에 이식한다. 새끼 돼지가 태어난다면 당신의 유전자와 완벽히 일치하는 신장이 탄생하는 셈이다. 이게 바로 ‘키메라 臟器’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임상실험도 멀지 않았다. 다양한 종류의 돼지를 이용해 쥐의 장기를 만들어내는 게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키메라 장기’는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것이다. 물론 각각의 장기는 면역 거부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개별 환자 DNA에 부합돼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 구할 것”
동물에서 완벽한 인간 장기를 만드는 것과 중추신경계 키메라(특히 전뇌)의 발생과 같은 연구들은 윤리적 관점에서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전자와 후자는 각각 초기 배아를 사용한 체외 연구와 지각이 있는 동물과 연관된 체내 연구로 나눠서 봐야 한다. 특히 후자는 동물의 복지와 건강까지 포함해 논의돼야 한다.
돼지와 같은 동물에서 인간의 장기를 발달시킬 때 가장 걱정되는 건 이종(xenogenic) 장벽이다. 이종이란 거의 1억 년 전 분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두 종을 말한다. 서로 다른 종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장기를 ‘키우는’ 종에 돼지가 사용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이종 장벽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장기를 ‘키우기’ 위해 영장류를 사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극단적이지만 영원히 식물인간 상태일 사람이나 노인성 치매로 고통 받는 사람을 사용해야 하는가. 마치 공상과학이나 반이상향에 가까운 소리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는 실현이 가능해지기 전부터 논의해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두 가지 유형은 인지능력이 바뀌었거나 생식 계열이 영향을 받을 때다. 이때 윤리에 대한 논의의 초점은 인지능력에 변화가 일어난 키메라에 맞춰져야 한다. 만약 종 사이에 공유하는 부분이 아주 많을수록 키메라가 된 개체나 생식계열을 과연 어느 종으로 봐야하는지에 관한 혼란이 커질 것이다.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생식 방법을 사용할 때 유전된 생식 계열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확신하는가. 지금까지 수행된 연구에 의하면 유전에 의한 변화는 입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증명도 없다.


같은 맥락에서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블로그에 올린 데이비드 쇼우의 지적도 음미할 만하다. 스위스 바젤대 생명의료윤리연구소 선임연구원인 그는 배양된 돼지가 인간의 형상을 하면 어떨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만약 돼지가 인간의 발을 갖기 시작한다면 매우 기괴해 보일 것이다. 극단적으로 생각해 ‘돼지가 인간의 의식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 그럼에도 기괴한 돼지가 탄생한다면 그 돼지는 인간인가, 돼지인가. 다행히 이 이슈는 제거될 수 있다. 돼지 배반에 이식되는 줄기 세포에서 인간 형상을 할 여지가 있는 유전자(뇌나 생식기 등)를 없애면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인지능력과 생식 계열이 변화한다면
이외에도 데이비드 쇼우는 키메라 장기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키메라 장기는 크게 네 가지 이슈를 일으킨다. △펜데믹으로 번질 수 있는 동물原性 감염증 우려 △실험동물과 인간의 경계 △식용 및 연구목적과 키메라 장기배양 목적의 동물 활용이 가지는 윤리적 차이점 △불분명한 인간의 존엄성 개념.
물론 키메라 장기는 환자 각 개인에게 특화돼 배양되기 때문에 면역거부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가장 큰 위험은 동물에서 사람에게 전염되는 ‘동물원성 감염증’이다. 예를 들어 돼지 독감(swine influenza)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그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실험에 사용되는 돼지들은 멸균실 등 최적의 환경에 놓이겠지만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까지 키메라 장기 이식으로 발생된 동물원성 감염증은 공식적으론 없다.


실험으로 사용되는 돼지 자체에 대한 윤리적 문제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길 꺼려하는데 왜 동물을 장기이식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는가. 우리에겐 정말 새로운 방식의 장기 배양이 필요한 시점인 건 분명하다.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장기들이 요원하기만 한 시점에서, 키메라 장기는 훨씬 더 장점이 많다. 동물들이 여전히 인간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식용이나 연구 목적 외에 생명을 구할 장기이식으로 동물을 대하는 게 더 윤리적이다.
끝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선 인간 유전자를 동물과 섞는 걸 반대한다. 하지만 인간 존엄성이라는 개념 자체는 애매하다. 특히 키메라 장기에 대해 논할 때는 더욱 불분명하다. 키메라 장기 이식으로 환자가 살아날 수 있다고 한다면, 새로운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하는 게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영국에선 매일 3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다. 그런 이들을 살릴 수 있다면 키메라 장기를 배양하는 것이 우리들의 존엄성을 더욱 지키는 게 아닐까. 면역 거부 반응도 없다면, 키메라 장기를 거부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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