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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총장 선출 임명제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국립대 총장 선출 임명제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법학과
  • 승인 2014.12.3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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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잇달은 국립대 총장 임명제청 거부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법학과
교육부는 국립대인 한국체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 경북대가 적법하게 추천한 총장 임용후보자의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최소한의 이유 제시도 없이 해당 대학에 총장 후보자의 재선출을 강요함으로써 대학에 혼란을 주고 있다. 확실한 것이 있다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학자치가 침해됨은 물론 대학행정에 공백이 초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의 총장 임용제청 거부 행위는 해당 대학을 넘어 우리나라 고등고육에 중대한 문제다.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에 이은 추천위원회 추천 총장에 대한 임용 거부는 국립대의 사영화와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1995년 5·31 교육개혁 방안 발표 이후 시행된 신자유주의 고등교육정책은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대학의 자치를 부정함으로써 실로 국·공립대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설립 자유화 정책으로 사립대의 비중이 그 어느 나라보다 커졌다. 사립 고등교육기관의 비중이 87%에 이르렀고, 국·공립 고등교육기관은 13%에 그치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의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국가는 최소한의 역할마저 포기한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국·공립대의 사영화 정책을 추진해 그나마 13% 정도의 국·공립대마저 사립대로 변질시키려고 하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의 반대와 저항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대학 구성원들의 저항을 막아 내기에 급급하다. 즉 교수들의 업적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상호 약탈방식의 성과연봉제를 실시해 교수들의 비판적 저항을 차단하고 있다. 또한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대학을 관료 지배에 종속시켜 대학 구성원의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억압적인 정책들이 성공하게 된다면 교육부는 어떠한 저항도 없이 신자유주의 고등교육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다. 대학은 국민의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사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인재양성기관이 아니라 돈벌이에 급급한 상업화된 기업으로 변질될 것이다. 그 모든 피해는 교육권의 주체인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립대 구성원들이 성과연봉제에 반대하고, 총장의 자율적 선발권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자유주의 고등교육 정책은 원래 대학자치와는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 고등교육 정책에서 지식의 생산과 보급이라는 고등교육의 전통적인 기능은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지식은 새로운 형태의 자본이고 대학도 부를 창출하는 기업 정도의 의미만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대학의 지배구조를 보다 효율적으로 변질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수들의 참여에 기초한 대학자치보다 관료적인 의사결정방식을 보다 효율적인 것으로 선호한다. 최근에 국립대의 총장 선출방식은 국가의 임명도 아닌, 대학 구성원의 직선도 아닌 제3의 형태로 변경됐다.

중요한 것은 직선제도 아니고 임명제도 아닌 추천위에서의 선정 방식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하는 점이다. 운영의 묘를 살린다면 직선제의 변형으로 갈 수도 있고, 왜곡된 임명제가 될 수도 있다. 교육부가 총장 임용후보자에 대해서 이유 없이 임용 제청을 거부한 것은 임명제에 준해서 운영하겠다는 강한 의사다. 그러나 교육부가 임명제에 준해 총장 후보자의 임용 제청을 거부한 행위는 위법이자 헌법 위반이다.

지난 9월 30일 서울행정법원은 교육부 장관의 공주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구체적인 사유 없이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한 행위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위반으로서 위법이라고 판시했다(서울행법 2014구합63473). 즉 임명제의 관점에서 총장 후보자의 임용 제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육부는 위법하게 대학자치를 침해하는 행위를 그만둬야 한다. 교육부가 강요한 추천위의 총장 후보자 선정 방식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 제도를 강요한 교육부가 이마저도 무시하는 행위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 법적인 수단이든 정치적인 수단이든 그 위법행위를 부정해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적법상태로 돌려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헌법상의 취지대로 국립대가 스스로 총장 선출 방식을 정할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당연히 지원해야 할 예산을 무기로 대학을 강박해서는 안 된다. 대학의 구성원들 역시 대학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새길 필요가 있다. 더불어 종래 총장의 직선제를 포함해 대학자치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자치권 보장의 취지에 맞게 대학의 구성원들이 행동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법학과
한국방송통신대에서 행정법과 인권법, 교육법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정책위원장과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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