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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 평가인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인가?
구조개혁 평가인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인가?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2.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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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기본계획 확정_ 여전히 남은 의문들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내년 8월이면 대학은 5개 등급으로 구분한 평가 결과를 받는다. 하위 2개(D, E) 그룹은 정부 재정지원이 제한되는 것은 지금과 같다. 대학이 느끼는 압박감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다.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구조개혁법안)이 통과되면 이 성적표에 따라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 몇 개 대학이 하위 2개 그룹에 포함될지, 등급에 따라 얼마나 정원을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 말은 절대평가인데 현실은 그야말로 ‘깜깜이 평가’다. 기존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와 달라진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의문도 여전하다.

■ 충원율·취업률 비중 2차 공청회(안)보다 높아져= 교육부가 지난 23일 확정한 ‘2015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은 지난 11월 2차 공청회 때 발표한 시안보다 더 후퇴했다는 평가다. 2차 공청회 때 밝힌 것처럼, 4년제 일반대학에 대한 평가는 2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평가에서는 재정지원 가능대학(A, B, C등급)과 제한대학(D, E등급)을 나눈다. 2단계 평가는 D, E등급에 속한 대학만 실시한다. 핵심은 1단계 평가다. 1단계 평가지표 12개 가운데 6개가 정량지표고, 4개는 정성지표다. 2개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병행하는 평가지표다. 조금 더 뜯어보면 정량지표 비중이 사실상 늘었다.

재정지원 제한대한 평가에서 문제가 됐던 학생 충원율과 취업률 지표의 배점이 8점에서 13점으로 늘었다. 정성지표였던 ‘학사관리’ 항목의 ‘수업관리’ 지표에는 2단계 평가요소였던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 ‘강의규모의 적절성’이 포함되고, ‘시간강사 보수 수준’이 새로 포함되면서 사실상 정량지표로 바뀌었다. 세 지표 모두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때도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운영’ 지표로 사용했던 평가요소다. ‘학점관리 현황’ 역시 ‘성적 분포의 적절성’으로 이름을 바꿔 새로운 구조개혁 평가에 포함됐다. 정성지표였던 ‘진로 및 심리상담 지원’은 5점에서 3점으로, 정성평가와 정량평가를 병행했던 ‘학생평가’지표도 배점이 6점에서 4점으로 줄었다. 대신 정성지표인 ‘취·창업 지원’을 신설했다.

■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지표 8개 중 6개 살아남아= 그 결과는,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에 사용했던 8개 정량지표 가운데 ‘등록금 부담완화’와 ‘법인지표’를 제외한 6개 지표가 ‘새로운’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도 그대로 사용된다. 정량지표인 점도 똑같다. 대학연구소는 지난 24일 “애초 정성평가 위주로 내놓았던 ‘새로운 대학 평가지표’는 정량지표 배점이 60%를 차지하는 2차 공청회(안)을 거쳐 정량평가 비중이 더 확대된 ‘종합평가’가 됐다. 충원율·취업률 중심의 대학평가로 대학 내 기초학문 몰락과 교육과정의 획일화를 야기해온 기존의 대학평가 문제점을 고스란히 이어가게 된 것”이라고 논평했다.

박대림 교육부 대학학사평가과장은 “평가지표가 같다고 해서 기존의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와 똑같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정량평가의 경우 평균 이상이면 만점을 준 것은 하드웨어가 어느 정도 갖춰진 대학은 교육과 직접 관련 있는 부분을 끌어올리는 데 노력해 달라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요컨대, 정량지표를 평균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학사관리나 학생지원, 교육 수요자 만족도 관리 등 정성지표에서 꾸준히 노력해온 대학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란 설명이다.

■ 정성평가 또한 정량평가와 다를 바 없어= 하지만 정성평가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1단계 평가에 사용하는 정성지표 가운데는 시스템이나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가 많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진작부터 교육부가 정성지표라고 밝힌 지표도 정량지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했다. Pass, Fail 방식인 정성지표로 실질적인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도 뒤따랐다.

평가 일정이 빠듯한 것도 문제다. 교육부가 밝힌 추진 일정을 보면 1단계 평가의 경우 4월에서 5월 중순 사이에 서면평가와 현장평가를 실시한다. 전문대학에 대한 서면평가와 현장평가도 4~6월에 함께 이뤄진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이런 평가를내놓았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매일 하루에 최소 4개 대학 이상 평가해야 한다. 정성평가는 대학을 직접 방문 평가하지 않고서는 신뢰도 확보가 불가능한데, 이 같은 촉박한 일정으로 어떻게 평가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정성평가 또한 사실상 정량평가와 다를 바 없이 수치로 드러나는 실적 중심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교육부 설명처럼 정성평가가 평가 결과를 좌우할 만큼 변별력을 갖는다고 해도 더 큰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결과적으로 줄 세워 등급 나누는 건 여전= 절대평가에 대해서도 의문은 여전하다. 평가방식 자체가 몇 점을 받아야 C등급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구조다. 점수 순서대로 일렬로 세웠을 때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구간에서 등급을 나누겠다는 것이 교육부 생각인데, 기본적으로는 하위 15%에서 끊는 기존의 상대평가와 다를 바 없다. 몇 개 대학이 D·E등급에 포함될지는 물론 등급별로 정원을 몇 % 줄여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박 과장은 “재학생이 5천명도 안 되는 대학에 50%를 감축하라고 하면 대학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D, E등급에 어떤 대학들이 포함되느냐에 따라 등급별 대학 수나 정원감축 비율이 달라질 수 있어 지금 단계에서 등급별 규모와 감축 비율을 확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2017학년도까지 감축 목표로 세운 정원은 전문대를 포함해 4만명이다. 결국 이 목표에 맞춰 등급을 끊고, 정원 감축 비율을 정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상대평가인 셈이다.

1점도 안 되는 점수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것 또한 여전할 전망이다. 몇몇 대학이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정량지표를 중심으로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1점 차이에 20~30위 정도의 순위가 왔다갔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점도 안 되는 점수 차이로 하위 15% 포함 여부가 결정났던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와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교육부도 이 같은 지적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는다. 박 과장은 “다른 대학들은 0.1~0.2점 차이로 촘촘하게 모여있는데 0.5점 차이 나는 대학이 있다면 그것  역시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지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방대 육성 의지 어디에?=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와 달라진 점도 있다. 신입생 충원율과 재학생 충원율을 수도권과 지방으로 구분해 평가한다. 취업률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인문·예체능계열을 제외하는 것뿐 아니라 권역별로 나눠 평가하고, 계열과 성비를 고려한다. 박 과장은 “대학의 소재지에 따라 불리함이 생기지 않도록 구조적 여건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방대학이 ‘더’ 피해를 입어왔던 문제를 다소 완화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표성과 부풀리기 등 대학의 왜곡된 경쟁과 갈등은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내다봤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대 육성정책의 실종이다. 박순진 대구대 기획처장은 “지방대 육성까지 안 가더라도 최소한 보호를 위해서는 전문대처럼 현재 정원 비율만큼은 유지하도록 해줄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지방대 육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평가방안 어디에도 그러한 정책 의지나 철학이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에 대해서도 박 처장은 “교육부가 그림을 크게 그리려다가 결국은 뱀 꼬리가 돼 버렸다”며 “2017학년도 입시에 정원감축 결과를 반영하겠다는 일정에 쫓기다 보니 교육부가 충분한 고민이나 철학 없이 편하게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 버렸다”라고 평가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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