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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년 ‘아시아 평화중심국가’를 제안한다
2045년 ‘아시아 평화중심국가’를 제안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14.12.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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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_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2015』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지음|이콘|536쪽|20,000원

앞서 논의한 현상유지 시나리오와 파국 시나리오는 국가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악몽의 시나리오는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한 주도로 북핵문제를 타결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한은 상호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평화공존, 교류협력 강화, 협력과 통합의 제도화를 통해 남북연합과 같은 사실상의 통일을 달성해야 한다. 남북한 간에 사람과 물자가 자유로이 오갈 수 있으며 정상회담, 각료회담, 국회회담 등이 제도화되면서 군사적 대립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되면 국가간 분쟁으로써 ‘전쟁 위험성’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 이는 바로 임마뉴엘 칸트가 말하는 ‘영구 평화(perpetual peace)’ 상태다. 안정되고 지속적인 평화가 오면 한반도의 공동번영은 따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동북아의 평화번영 가능성도 높아진다. 2045년의 대한민국은, 바로 이런 평화와 반영의 선순환 질서가 한반도와 동북아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미래비전이 바로 ‘아시아 평화중심국가’이다.


칸트에 따르면 이런 유형의 ‘영구 평화’는 세 가지 조건이 만족될 때 가능해진다고 한다. 첫째는 ‘자본주의 평화’다. 칸트는 무역을 하는 나라끼리는 전쟁을 할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무역업에 종사하는 기득권 세력들이 손실을 우려해 모두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남북한과 주변국 모두가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무역을 활성화할 때, 전쟁의 가능성은 줄어들고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의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를 시사해준다. 하나는 한국이 향후 30년 동안 북이 실질적 시장경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견인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민족경제공동체’ 구축이야말로 남과 북이 평화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라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민주주의 평화’다. 칸트에 따르면 민주주의국가끼리는 서로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체제는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민주국가의 정치지도자가 일방적, 자의적으로 전쟁을 선포할 수 없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민주주의국가들 간의 전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는 것이다. 남북한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나라들이 민주주의체제를 채택하고 공고히 한다고 하자. 한반도와 동북아의 전쟁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물론 ‘민주주의 평화’ 가설은 북한의 민주화 없이 실현되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적 민주질서에 입각한 개혁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길 경우, 2045년까지는 그 곳에서도 민주적 거버넌스가 가능하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시장과 민주주의는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칸트는 이 지구상에 영구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공화정으로 구성된 ‘평화 연방(Pacific Federation)’이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종의 ‘세계정부’라 하겠다. 현실적으로 세계정부 구축은 어렵다. 그러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하는 남북한과 이 지역 국가들이 안보공동체를 구축하고 다자안보협력체제를 구체화한다면 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 이 지역의 모든 국가들이 하나의 안보공동체 성원으로 ‘공동안보, 포괄안보, 협력안보’에 기초한 집단안보체제(collective security)를 추진할 때, 칸트의 영구평화 비전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는 미중 간 대립구도가 완화되고 미국 중심의 동맹체제가 다자안보협력체제와 공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 이 책은 KAIST 미래전략대학원(원장 이광형)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6대 절대과제’를 선정, 그 해법을 제안한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약 100여 명의 연구자와 초안 집필자, 검토자가 작업에 참여했다. 초안이 완성된 원고를 분야별로 3~5명의 전문가들이 검토했고, 그 의견을 반영해 원고를 수정했다. 각 분야의 내용이 정리되면 그것들을 통합하는 대전략을 수립하고 국가가 해결해야할 절대과제의 해결방안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책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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