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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사회’ 모색과민주주의 문제 진단
‘대안사회’ 모색과민주주의 문제 진단
  • 교수신문
  • 승인 2014.12.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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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계간지·학술지

<문화/과학> 80호(2014 겨울호)
지각한 계간지 계간 <문화/과학> 80호가 얼굴을 내밀었다. 80호의 특집주제는 ‘대안사회’.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이들이 산다는 것에 대해, 국가가 무엇인가에 대해, 사회가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이번 특집주제는 이대로 주저앉기보다 새로운 사회로 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절실하다는 데 공감한 <문화/과학>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
<문화/과학>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장기적인 대안모색을 위해 정치, 도시, 교육, 문화의 영역에서 가능한 일들을 제안하고자 한다”라고 말한다. 특집주제로 묶인 글들은 「민주주의의 직접성, 데모스의 봉기적 사건과 연합된 역량의 결사체」(정정훈 문화과학 편집위원, 수유너머N 연구원), 「미래도시, 대안사회 논의의 출발점」(임동근 문화과학 편집위원, 한예종 강사), 「교육 불가능의 시대에서 대안을 모색하기」(강정석 문화과학 편집위원, 지식순환협동조합사무국장), 「문화행동은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등이다.

특히 임동근의 글은 도시화율이 90%를 넘는 한국사회에서 ‘도시’라는 문제를 빼고 대안사회를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출발한다. 미래의 도시를 사유하는 두 극단적인 입장, 곧 마이크 데이비스의 디스토피아적 도시와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유토피아적 도시를 비교하면서, 임동근은 이러한 입장을 넘어서는 시각을 제시하려 한다. 그것은 도시를 하나의 ‘장치’로 바라보는 CERFI 집단의 문제의식을 경유하는 것으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라는 관념적 이분법을 넘어서 도시라는 ‘장치’의 역동성과 ‘상황’의 변화무쌍함을 동시에 사유하는 현실적 개입의 필요성에 대한 요청으로 귀결된다. 대안사회라는 것이 “상당부분 권력의 움직임을 그리지도 못하는 허상일 것”이라는 마지막의 일갈을 통해 임동근은 도시-장치와 현실-상황의 역학관계에 대한 실질적 탐구가 대안사회 논의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외 <문화/과학>의 지면을 더 웅숭깊게 만드는 두 편의 해외 학자들의 논문도 눈길을 끈다. ‘동아시아 문화연구’ 코너에 실린 왕샤오밍 상해대 교수의 글 「그들에게 소리치는 것이 급선무이다」(번역 박자영 문화과학 편집위원, 협성대)와, ‘이론의 재구성’ 코너에 소개된 조르조 아감벤의 글 「비정립적 역량 이론을 위한 개요」(번역 김상운 난장 기획위원)가 그렇다.

<기억과 전망> 통권31호(2014년 겨울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가 반년간으로 펴내는 학술지 <기억과 전망>이 나왔다. 논문 3편 외에 인물탐구 1편, 회고 1편, 서평 2편 등 모두 7편의 글을 실었다. 일반 논문들은 다양한 주제 연구를 통해 현실 민주주의의 문제와 그것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데 방점을 쳤다.
김은하(경희대)는 개발독재기 베트남전 소설 분석을 통해 남성성 획득이라는 ‘로망스’와 더불어 용병의 ‘멜랑콜리아’를 다뤘다(「남성성 획득의 로망스와 용병의 멜랑콜리아」).

장영민(상지대)은 한국과 미국의 외교문서를 통해 지학순 주교의 민주화 운동을 재조명했다. 당사자인 지 주교를 포함해서 한국 정부, 천주교계, 그리고 미국 정부를 주요한 관련 행위자로 보고 운동의 전개과정을 체포, 양심선언, 재판, 석방으로 나누고, 각 단계별 행위자들의 인식과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장영민은 지 주교가 악과 불의인 유신체제와의 투쟁에서 자신을 희생시킴으로써 인권과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려고 했으며, 이를 계기로 한국 천주교회는 민주화운동에 동참하지만 보수파의 저항에도 직면했으며 미국도 내정불간섭주의를 표방하다 독재에 제동을 걸게 됐다고 분석한다(「한·미 외교문서로 본 지학순 주교의 민주화운동」).

김어진(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은 시의적절하게도 미국의 대테러전쟁과 연관시켜 이슬람무장단체 ‘ISIS’의 정치세력화를 분석한 논문을 기고했다(「ISIS 급부상과 돌아온 미국의 ‘대테러전쟁’, 그 배경과 전망」).
<기억과 전망>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병천 강원대 교수의 토마 피케티의 책 『21세기 자본』에 대한 서평이다. 이 교수는 『21세기 자본』을 “주류 시장경제학의 분배론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가지면서 불평등의 메커니즘을 특유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그리고 개혁적 대안도 제시하는, 넓은 의미의 사회민주적 지향을 가진 책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평했다(「과거가 미래를 잡아먹는 세습자본주의와 21세기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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