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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거꾸로 되돌리는 私學을 용인해선 안 됩니다”
“비행기를 거꾸로 되돌리는 私學을 용인해선 안 됩니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2.22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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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신임 이사장(동의대)

“조교처럼 일할 생각입니다. 전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직접 만나고, 발로 뛰며 현장으로 가겠습니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장(55세, 사학과·사진)이 지난 19일 열린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사교련) 이사회 및 정기총회에서 새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앞으로 2년 동안 사교련을 이끌게 된 박 신임 이사장은 무엇보다 “교수들과 교수협의회의 권익을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하면서 회원 대학을 확대하고, 풀뿌리 현장 조직 강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사장으로 선출되자마자 첫 번째 일정으로 ‘전국 투어’를 계획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교련 임원진만 바뀌는 게 아니다. 겨울방학은 각 대학의 교수협의회장이 새로 교체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박 이사장은 전국을 직접 돌며 각 대학 교수협의회장을 만나 지역 대학의 실정부터 파악할 계획이다.

부정·비리 등 사학운영 실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지역 교수협의회도 활성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심산이다. 박 이사장은 “내년 1월 사교련 임원진과 교육부 장관 간담회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사학 운영 실태를 파악해 필요하면 교육부를 압박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풀뿌리 현장 조직 강화는 사교련이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교수협의회 위상과 역할이 갈수록 위축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교내 활동이 위축될수록 어디 가서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사교련이 그 하소연을 들어줄 수 있고,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회원들이 자신의 입장이 반영되고 권익이 보호된다고 생각하면 그게 교수협의회의 권익 보호로 연결되고, 사교련 또한 조직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한 차원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을 둘러싼 외부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교육부는 조만간 대학 구조개혁 평가방안을 확정하고 강제적으로 정원 줄이기에 나설 계획이다. 대학 구성원들의 신분과 지위도 불안해질 수 있다. 반면 사학법인의 책임성을 물을 만한 평가지표는 제외됐다. 박 이사장은 “현 정부가 사학법인의 책임성을 강화할 마음이 없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사립대 중심의 고등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사학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대학 구조개혁을 할 수 있는 대체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교련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국교련 등 교수단체와 정책적 연대가 필요하다. 필요하면 한국교총과도 사안별로 협력해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겠다.”

부정·비리 사학을 감시하고 척결하는 일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사교련이 계속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박 이사장은 “상지대가 재단 비리에 문제 제기를 해온 정대화 교수를 파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도, 기분 나쁘다고 여객기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는 사학을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역주행을 막기 위해서는 비판과 투쟁 못지않게 정책 개발에 사교련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게 박 이사장의 생각이다. 요즘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대비해 열심히 스터디를 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교수들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회원들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일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비판을 위해서도 정책 개발은 최우선 당면과제”라며 “전국 대학에 대한 기초 데이터를 구축해 다음에 누가 이사장이 되더라도 바로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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