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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벌이’ · ‘자기기인’ 일삼은 정치, 疏通 막고 국민 아픈 맘 상처만 키워왔다
‘당돌벌이’ · ‘자기기인’ 일삼은 정치, 疏通 막고 국민 아픈 맘 상처만 키워왔다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4.12.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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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자성어’로 돌아보는 2001~2013년

2001년 五里霧中
‘올해의 사자성어’를 처음 선정했던 2001년에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교육정책과 교수 신분 불안 때문에 ‘五里霧中’이 뽑혔다. 2001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송년특집 설문조사 형태로 진행했다. 교수들의 고뇌를 더 묻는 데 방점을 쳤다. 그래도 응답자들은 날 새면 바뀌는 교육정책,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진 암울한 국제정세, 부정부패가 끊이는 않은 국내현실, 계약제·연봉제가 불러온 교원 신분 불안 등이 2001년을 ‘도대체 한 치 앞을 헤아릴 수 없이 혼돈스러운’ 한 해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2002년 離合集散
헤어졌다, 다시 만나서 모이고, 그러다 입맛에 안 맞으면 다시 헤어진다. 21세기 첫 선거를 끼고 있는 해라 그랬는지 이런저런 정치적 이슈를 타고 유난히 말도 많고 바람도 많이 불었던 2002년이었다. 이런 2002년을 교수들은 ‘離合集散의 해’로 명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오직 몸보신과 양지만을 선호해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는 철새 정치인’과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 유리한 방향으로 분별없이 헤치고 모이는 모습’이 그 여느 때보다도 두드러졌기 때문이라는 것. 그 다음으로 가장 많이 꼽힌 올해의 사자성어는 ‘同床異夢’. 열 길 우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했던가. ‘남과 북, 한국과 미국, 북한과 미국, 한국과 일본, 여당과 야당 모두 나름대로 해석·이용’하려 한 2002년은 영락없는 동상이몽의 그것과 닮아있다는 지적이었다.

2003년 右往左往
2003년은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각 분야에서 정책 혼선이 빚어지고 갈피를 못잡는 모습이 ‘우왕좌왕’하는 걸로 비쳐졌다. ‘국민 경선 드라마’로 상징되는 노무현 정부는 2003년 개혁과 보수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였다. 국정운영의 아마추어리즘을 지적하는 꼬리표는 임기 동안 따라붙었다. 반부패 공약은 측근 비리와 대선 자금 파문으로 얼룩졌다. 경제 사회적으로도 부동산 가격 폭등과 노동자 분신이 잇따라 정부에 대한 실망은 커져갔다. 2003년을 정리하면서 ‘우왕좌왕’이 선정된 배경이다.

2004년 黨同伐異
2004년은 새해 연초부터 한 해의 끝자락까지 정치권이 정파적 입장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데 ‘당동벌이’ 선정 배경이 있다. 대통령 탄핵, 수도 이전, 국가보안법 폐지안·언론관계법·사립학교법 개정안·과거사규명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에서 당리당략만 보일 뿐, 상대를 설득하는 논리나 합리적인 대화가 보이지 않았다는 게 교수들의 평이다. 1년 내내 지속된 정쟁과 끝을 알 수 없는 경제불황으로 갈피를 잡지못한 상황을 빗댄 ‘支離滅裂’(16.0%)과 ‘泥田鬪狗’(16.0%)도 2004년 한국사회를 정리하는 사자성어 목록에 올랐다.

2005년 上火下澤
2005년에는 “위에는 불 아래에는 못”이라는 ‘上火下澤’이 꼽혔다. 사회 각 분야에서 화합하지 못하고 대립과 분열을 일삼은 행태를 꼬집은 사자성어였다. 정치권은 강정구 교수 사건을 비롯해서 사립학교법, 행정 도시법 등을 두고 1년 내내 대립각을 세웠다. 교수들은 이 와중에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져 농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더욱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위선이 그 어느 해보다 많이 드러났음을 지적하며 ‘羊頭狗肉’(13.0%)을 꼽았고, 정제되지 못한 언어가 난무한 한 해를 빗댄 ‘舌芒於劍’(11.5%)도 목록에 올렸다.

2006년 密雲不雨
2006년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를 풀이하는 사자성어는 ‘密雲不雨’(48.6%) 였다. 체증에 걸린 듯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 한국의 정치와 경제, 동북아 정세가 ‘밀운불우’를 선정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이랄 수 있다. 상생정치의 실종,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로 인해 오히려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중심이 됐고, 이에 따라 사회 각층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것. 교수들은 또, 치솟는 부동산 가격,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돼 갈등만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미 FTA 협상 등은 국민들에게 답답함만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어설픈 개혁으로 오히려 나라가 흔들렸음을 의미하는 ‘矯角殺牛’(22.1%), 한국사회의 모순을 해결할 전망이 보이질 않는 것을 빗댄 ‘萬事休矣’(11.1%)가 그 뒤를 이었고, 개혁하는 데 있어서 미흡한 전략과 전술로 강고한 기득권층과 맞서려는 행태를 묘사한 ‘螳螂拒轍’(9.1%)도 추천됐다.

2007년 自欺欺人
2007년 설문에 응답한 교수 340명 가운데 43%가 ‘자기기인’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응답자들은 의혹의 장본인이 오히려 큰소리치는 현실 속에서 거짓과 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을 빗대 자기기인을 선택했다. 교수들은 “경제·사회적 이득만을 추구한 사회가 스스로 가늠해볼 능력을 상실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지적하거나 “상습적으로 거짓을 농하다보니 스스로 도취돼 자신까지 속이게 되는 지경까지 온 것”이라고 ‘자기기인’식 세태를 비판했다. 이어 난제가 가득한 형국을 묘사한 ‘山重水複’이 18%, 의혹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치부가 드러난다는 의미의 ‘水落石出’이 15% 등을 기록했다.

2008년  護疾忌醫
경제를 살려달라는 열망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는 어느 때보다도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발했다. 그러나 정권 초기에 의욕이 앞서 애초 계획했던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던 점은 앞선 정부와 영락없이 닮은꼴이었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은 미국산 쇠고기 파문, 촛불시위, 경제위기 등으로 요약된다. 거리에 나와 의사를 직접 표현한 국민들에게 정부의 대응은 답답함을 불러일으켰다. 쇠고기 협상, 촛불시위 참여자에 대한 사법처리, 경기부양책, 대운하에 이은 4대강 정비 등은 국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부 태도가 잘 드러난 사례다. 2008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호질기의’는 문제가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경청하지 않는 태도를 절묘하게 빗댔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비유한 ‘土崩瓦解’가 24%, 일을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뜻의 ‘欲速不達’이 17%등을 기록했다.

2009년  旁岐曲逕
‘방기곡경’을 2009년의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교수들은 “세종시법 수정과 4대강 사업, 미디어법의 처리 등을 비롯한 여러 정치적 갈등을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의 동의와 같은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처리해온 행태를 적절하게 비유한다”면서 “한국의 정치가 올바르고 큰 길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소망까지 반영한 사자성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응답자들도 정부가 굵직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과 국정운영 방식에 아쉬움을 지적하면서 ‘방기곡경’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정부의 신뢰를 저버리는 정책 추진으로 인해 현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서로 옳음을 주장하지만 중도를 얻지 못한다는 ‘重剛不中’이 19%,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했다는 의미의 ‘甲論乙駁’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한 교수들도 12%로 뒤를 이었다.

2010년 藏頭露尾
2010년 응답한 교수 212명 가운데 41%가 ‘장두노미’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 한 교수는 “2010년은 민간인 불법사찰, 한미 FTA협상, 새해 예산안 졸속 통과 등 수많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진실을 덮고 감추기에 급급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응답자들은 정부가 제기된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대부분 동의했다. 교수들은 “공정한 사회를 표방하지만 정작 이명박 정부는 불공정한 행태를 반복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천안함 침몰, 민간인 사찰, 검찰의 편파 수사 등 의혹이 남는 사건들이 유독 많았다”며 “반대 여론이 많은 한미 FTA타결도 잘한 일이라고 강변하는 모습은 장두노미의 의미와 맞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갈등과 정세변화가 심했던 국내외 상황을 표현한 ‘盤根錯節’이 20%로 뒤를 이었다.

2011년  掩耳盜鐘
응답자 가운데 36.8%가 2011년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를 규정지을 수 있는 사자성어로 ‘엄이도종’을 선택했다. 이를 추천한 한 교수는 “FTA 문제라든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공격에 대한 의혹 등이 겹쳤지만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은 거의 없었다. 여론의 향배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생각만 발표하고 나면 그뿐이었다”며 “소통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외에도 교수들은 “독단적으로 처리해 놓고 자화자찬 식으로 정당화하면서 국민의 불만에 전혀 유념하지 않는다”, “6월과 10월의 두 차례 선거에서 민의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여전히 권력 다툼에 매몰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엄이도종 다음으로는 25.7%가 ‘如狼牧羊’을 선택했다. 여랑목양은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하는 격이란 뜻으로, 탐욕스럽고 포학한 관리가 백성을 착취하는 일을 비유한다. 갈림길이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지 못한다는 ‘多岐亡羊’도 21.1%가 선택했다.

2012년  擧世皆濁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지식인과 교수들마저 정치참여를 빌미로 이리저리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파당적 언행을 일삼는다. 진영논리와 당파적 견강부회가 넘쳐나 세상이 더욱 어지럽고 혼탁해진다.”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해 좌우가 갈리고 세대간 갈등, 계층간 불신, 불만으로 사회가 붕괴, 방치되고 있다.” “모든 것에 획일적으로 시장과 경쟁의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근시안적 접근으로 자신의 이익우선과 집단이기주의가 판을 쳤다.” “MB정부 끝자락에서 모든 윤리와 도덕이 붕괴되고 편법과 탈법이 판을 치는 세상이 돼버렸다. 검찰이나 법원은 법을 남용하고 오용함으로써 정의를 우롱했고, 대통령은 내곡동 부지문제 등 스스로 탐욕의 화신이었음을 보여줬다.” 교수들이 본 2012년 한 해의 모습이었다. 재미난 것은, 거세개탁 다음으로 26%가 ‘大權在民’을 선택했다는 점. 총선과 대선이 겹쳤던 2012년이었기 때문.

2013년 倒行逆施
‘도행역시’를 추천한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출현 이후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불과 1년 전의 ‘경계’지만, 급속한 보수화는 그의 경계를 현실화했다. “새 정부의 일처리 방식이 유신시대를 떠올릴 정도로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부녀대통령으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과거의 답답했던 시대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정에서 민주주의의 장점보다는 권위주의적 모습이 더 많이 보인 한 해였다.” “대선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경제민주주의를 통한 복지사회의 구현이라는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공약들은 파기되고 민주주의의 후퇴와 공안통치 및 양극화 심화 쪽으로 가고 있다.” 2013년, 대체적으로 응답 교수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도행역시 다음으로는 22.5%가 ‘蝸角之爭’을 선택했다. “새 정부의 출범에 대한 희망을 실감하지 못한 채, 한해 내내 지루하기 그지없는 여야의 정쟁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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