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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산업 밀착해 교육과정 개편하고 특성화 추진
지역산업 밀착해 교육과정 개편하고 특성화 추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2.18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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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 전성시대 열리나_ ①산업구조 맞춰 변신 시도하는 전문대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전문대학은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의 사회를 구현하겠다’며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의 중심기관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문대학 육성방안을 발표하면서 기대는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한편에서 전문대학은 구조조정의 여파를 누구보다 앞서 맞고 있다. 일반대학이 전문대학 인기학과를 모방하면서 위협을 받기도 한다. 이에 <교수신문>은 전문대학의 역할과 성과를 되짚어 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전문대학이 명실상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을 다시 한 번 모색해 보고자 한다.


울산과학대학 전기전자공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섭 씨와 신진재 씨는 졸업도 하기 전인 지난 10월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에 입사했다. 이 학과 학생 가운데는 이미 지난 1학기에 국내 굴지 기업에 조기 취업한 학생도 5명이나 된다. 김민섭 씨(10학번)는 “특히 ‘마이스터’라는 학부 내 동아리에서 지식과 더불어 인생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졸업 후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는 신성훈 씨(10학번)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과 많은 실험, 실습을 통한 학습으로 회사에 적응하기가 어렵지 않았다”며 “또한 전공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미래를 설계했다”고 말한다.

울산과학대학이 이처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지역산업과 밀착해 특성화를 추진하고, 이와 연계해 교육과정을 개편해 기업체와의 거리감을 줄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울산과학대학은 울산지역 주렵 업종인 자동차, 해양조선, 정밀화학과 연계된 플랜트 산업을 중심으로 학교 전체를 특성화하고 있다. 특히 정밀화학 분야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학 환경화학공학과는 2009년부터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정밀화학 기술사관 육성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5년 연속 우수 사업단에 선정됐다. 지역산업과 밀착한 교육과정으로 대기업뿐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현장 중간기술 리더 양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지역 정밀화학 기업의 약 95%가 중소기업이다.

‘학교 안의 공장’이라 불리는 선진직업기술교육센터 기계가공·금형기술교육센터에서 실습하고 있는 울산과학대학 학생들.
‘학교 안의 공장’이라 불리는 선진직업기술교육센터는 ‘산업 밀착형 인재 양성’의 핵심으로 불린다. 실제 산업현장을 대학 강의실 안에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이곳에서 실무 중심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졸업 후 별도의 현장 적응기간 없이 바로 근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용접기술교육센터, 자동차·로봇기술교육센터, 기계가공·금형기술교육센터, 반도체·신재생에너지공정교육센터, 종합환경분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미디어기술교육센터, 경영혁신교육센터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원광보건대학도 지역 전략산업에 바탕을 두고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대학이다. 익산은 종합의료과학산업단지, 국가식품클러스터가 들어설 정도로 의료·식품산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원광보건대학이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산학협력 선도 전문대학(LINC)에 이어 전문대학 특성화 사업에도 선정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전략 산업에 기반을 둔 특성화와 세계 유수 기관과의 국제협력을 통해 대학교육의 질을 크게 향상시킨 노력이 있었다.

원광보건대학 관계자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교육과정 운영, 특성화계열 중심의 학과 통폐합 등 자율적, 선제적 구조개혁을 추진함과 동시에 지역산업과 연계한 취·창업 모듈 개발을 위해 다년간 정책적 노력을 펼쳐온 결과”라며 “의료전문기관 특성화를 통해 국제적 통용성을 강화한 보건복지 컨버전스를 선도함으로써 현장 중심 직업인력 양성에 매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전문대학 특성화 사업에서 복합산업 분야 특성(2유형)에 선정된 전주비전대학도 지역 전략산업에서 필요한 현장 맞춤형 전문 기술인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전주비전대학은 공학 및 보건계열 18개 학과를 특성화해 전북지역의 성장동력산업인 자동차, 기계, 녹색에너지, 융·복합 소재 분야와 실버헬스 케어 분야의 핵심 전문직업인 양성에 나설 계획이다. 전주비전대학 또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산학협력 선도 전문대학(LINC), 전문대학 특성화 사업 등 전문대학을 지원하는 교육부 주요 사업에 모두 선정됐다.

전주비전대학의 비상에는 홍순직 총장의 역할도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 SDI 전무 출신으로 2010년 10월 부임한 홍 총장은 취임 4년 만에 학생 취업률을 106계단 끌어올렸다. 올해 교육부가 발표한 취업률 조사에서 87.4%로 전국 139개 전문대학 가운데 2위에 오른 것. 1위인 농협대(92.3%)가 특수대학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1위로 봐도 무리는 아니다. 취업의 질도 우수하다. 한 학년 학생이 1천300여명인 전주비전대학에서 삼성, LG, 두산 등 대기업에 취업한 학생만 지난 4년간 550여명에 달한다. 홍 총장은 9인승 승합차에 학생들을 태우고 다니면서 취업 세일즈에 나서는가 하면 필기나 면접시험을 보러갈 땐 직접 동행해 시험장에 가는 등 솔선수범했다. 기업 맞춤형 교육, 방과후 취업 지원 프로그램, 사후관리 등 독창적이고 실용적인 취업 프로세스 구축에도 힘썼다.

아주자동차대학은 학교 전체가 자동차로 특성화된 국내 유일의 대학이다. 사진은 학생들이 직접 자동차를 디자인해 만들고 있는 모습.
미래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변신을 시도하는 전문대학 가운데는 아예 대학 전체를 특성화하는 대학도 있다. 충남 보령에 있는 아주자동차대학은 그 중심에 있다. 이름 그대로 학교 전체가 자동차 분야로 특성화된 국내 유일의 대학이다.

아주자동차대학이 처음부터 자동차 분야 특성화 대학은 아니었다. 이 대학은 1995년 대천전문대학으로 문을 열었다. 학교법인의 모기업인 대우그룹이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위기를 겪었다. 4년제 대학처럼 백화점식으로 학과를 운영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특성화를 통해 생존의 길을 모색했고, 2004년 학교 이름을 아주자동차대학으로 바꿨다. 자동차기계와 인터넷정보 등 2개 계열 18개 학과이던 학사구조도 자동차계열 10개 전공과 레저문화계열 3개 전공으로 개편해 자동차 특성화 대학의 발판을 다졌다. 2008년에는 레저문화계열을 폐지하고 자동차계열 7개 학과로 전공 통폐합을 완성했다.

최근의 성과도 눈부시다.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산학협력 선도 전문대학, 전문대학 특성화 사업에 잇달아 선정됐다. 아주자동차대학은 전문대학 특성화 사업에서 1유형(단일 산업분야 특성화 분야)에 선정됐는데, 1유형은 전국에서 21개 대학만 선정됐다. 아주자동차대학 관계자는 “이번 특성화 사업으로 대학이 목표로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특성화 대학’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며 “이미 2004년부터 전공을 자동차 기술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교명 변경은 물론 전공 교육과정을 혁신하는 등 특성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것이 주효했다”라고 평가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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