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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교육 - 교육난국을 벗어나기 위하여
[신년특집] 교육 - 교육난국을 벗어나기 위하여
  • 교수신문
  • 승인 200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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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04 14:45:03
송병순(영남대 교육학)

우리교육은 현장과 동떨어진 그럴듯한 정책들 때문에 매우 혼란스럽다. 정책당국자들은 참으로 좋은 방안이라고 자랑하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일선교사들은 지극히 냉소적인 반응이다.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교육'을 하겠다고 한 당초의 정부 약속과는 달리 학교에서 인간교육은 점점 더 실종되어 가고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를 선도하는 교육'을 하겠다고 했지만, 선도는커녕 뒤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다.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교육'을 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에게 고통과 불신을 보태는 교육을 하고 있다. '지식위주·입시위주 교육에서 사람됨을 중시하는 교육'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획일화된 교육에서 자율화·다양화·특성화된 교육'은 마지못해 흉내를 내는 시늉만 하고 있다. 어설픈 '공급자중심에서 수요자중심의 교육'과 이른바 '열린교육'은 교육자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학교를 붕괴시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좋은 방향으로 바꾼다는 소리만 요란했지 무엇하나 제대로 개혁한 것 없이 2000년 한해동안 교육부장관만 세 번씩 갈아치웠다.
지금 우리나라 학교현장은 문제투성이다. 학교폭력이나 이른바 왕따 문제뿐만 아니라 교실붕괴, 학교붕괴에 이어 교육붕괴의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을 정도이다. 드디어 왕따 초등학생이 경호원과 함께 등교하는 만화 같은 일이 벌어지고, 교사가 제자로부터 뺨을 맞는 일이 일어나도 사람들이 별로 놀라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초등학생들은 방치되어 있고, 중학생은 공부를 안하고, 고등학생은 찌들려 있다. 대학은 구조조정이다, 학부제다, 특성화다, 평가다, BK21사업이다 하면서 굉장한 개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나라 학교교육은 위기임에 틀림없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한 국가의 교육은 시대적 요청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서 그에 응답하고 사회적 문제와 위기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습자들로 하여금 인간다운 삶을 준비하게 하여 미래에 대비하도록 해야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무릇 교육이 국가적·사회적·시대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교육의 주체들이 자기 몫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교육의 주체들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의 교육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교육문제는 교육논리 중심으로 풀어가도록 명실상부한 헌법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교육의 전문성과 자율성, 그리고 중립성이 보장되도록 제도를 고치고 도와주면서 교육발전을 저해하는 사회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교육문제는 교육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상책인 것이다. 교사와 부모들의 교육관도 달라져야 한다. 전체 사회가 학습장이고, 인터넷이 학교이며, 컴퓨터가 교과서인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교육은 더 이상 일정한 연령과 시간, 장소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학생과 자녀를 보는 구태의연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의 교육학자들은 우리 교육문제에 대해서 보다 진지한 고뇌와 연구가 있어야 한다. 외국이론의 소개도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우리교육 철학의 정립이다. 철학이 없으니까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올바른 교육철학이 없으니까 머리만 크고 가슴이 없는 인간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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