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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부담하는 정부가 사학연금 개정 강제할 수 있나”
“2.9% 부담하는 정부가 사학연금 개정 강제할 수 있나”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2.15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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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_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사학연금에 미치는 문제점 … “별도 논의 과정 필요”

사립학교교직원 연금(이하 사학연금) 담당자들 사이에서 지난 5월 1일부터 시행된 사학연금법 시행령은 ‘개악’으로 통한다. 이때의 개정으로 2010년 1월 1일 이전 재직기간의 급여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방식이 ‘개인별 기준소득월액 인상률’에서 ‘공무원 전체 평균액 인상률’로 변경됐다. 승진·승급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전체 사학연금 가입자의 64%는 이전보다 연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수당은 72%가 이전보다 적게 받는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더 큰 문제는 추진 방식이었다.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사학연금 가입자들의 의견 수렴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고 나서야 그 내용이 알려졌다. 교육부는 ‘사학연금법은 공무원연금법을 준용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그 흔한 토론회 한 번 열지 않았다.

사학연금 가입자 단체들의 이런 불안감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사학연금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 토론회에서도 다시 한 번 표출됐다. “이번에도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될 경우 사학연금법도 자체 운영의 길을 모색하기보다는 공무원연금법을 준용하게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사학연금 가입자들이 제대로 인지도 하지 못한 채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 한 번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사학연금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 토론회에서는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사학연금법을 자동 개정할 것이 아니라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배재정 의원실 제공
국회 교육문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재정 의원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 공적연금 발전 TF(위원장 강기정 의원)가 주최했다. 배 의원은 “정부·여당이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개정되는 순간 ‘준용’ 규정에 의해 다른 연금들도 줄줄이 영향을 받도록 돼 있다”며 “이에 따른 문제점을 꼼꼼히 따져보기 위해 연속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공무원연금법 준용’의 맹점이 도마에 올랐다. 발제를 맡은 송선기 사학연금가입자연대 공동대표(삼육대 교학과장)는 “공무원연금법을 준용하도록 한 사학연금법 42조 1항은 독소조항인 면이 없지 않다”며 “사실상 강제적 구속력을 가지면서도 공무원연금법처럼 기금 고갈 때 국가가 지급을 보증하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에 한해 2.9%의 부담금만 지원하는 정부가 사학연금법 개정을 추진할 당위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간섭은 하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 ‘공무원연금법 준용’에 담긴 정부 속셈인 셈이다.

토론자로 나온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공무원연금 개정에 따라 사학연금이 자동적으로 개정되도록 해서는 안되며 별도의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사학연금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문화하고 사학연금 충당부채(정부 보전금)를 국가 채무로 명확히 하도록 법과 제도, 인식을 바꿔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학연금에 공무원연금법을 준용하는 것에 찬성하는 배준호 한신대 대학원장조차 “국가 부담금을 늘리고, 국가의 재정 지원 조항을 공무원연금법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송선기 사학연금가입자연대 공동대표(삼육대 교학과장)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사학연금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을 주제로 발제했다. 배재정 의원실 제공
여당이 10월 28일 발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사학연금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송선기 대표는 “사립 초·중·고 교직원의 퇴직수당은 정부가 전액 부담하고 있으나 사립대 교직원 퇴직수당은 법인과 정부가 각각 40%와 60%씩 부담하고 있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대학들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임으로 수용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이유로 등록금 인상 논의가 불거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김병률 사학연금공단 연금제도연구실장 또한 “공무원 연금 제도 개혁으로 비용 부담률이 7%에서 10%로 인상되고 퇴직수당이 민간의 퇴직금 수준으로 정상화될 경우 사학법인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공무원이나 군인과 달리 사학의 경우 국가 부담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재정이 열악한  법인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현재 법인이 부담할 수 있는 법정부담금 부담능력이 사학연금을 포함해 평균 50%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법인부담 부족분을 교비회계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자칫 등록금 인상으로 파장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학법인의 재정적 어려움을 감안해 사학연금에서 법인부담금을 줄이고 국가부담금을 확대하자거나 법인부담금을 대학 사정에 따라 ‘학교’가 부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일부의 주장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박순준 사교련 이사(동의대 교수협의회장)는 “법인이 부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몫을 낮춰야 한다면 그와 동일하게 학교 경영에 대한 발언권도 떨어뜨려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런 점이야말로 우리나라 사학 구조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분인데, 오히려 국가 책임을 강조하고 공적으로 운영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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