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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방·개혁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
북한 개방·개혁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
  •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통일학연구원 원장
  • 승인 2014.12.10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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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한국 종합진단, 지속가능발전 탐색 (24) 통일

▲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통일학연구원 원장
남북한의 현실에 있어서 통일(unification)을 경제학적으로 이해하면, 발전(development)과 이행(transition), 그리고 통합(integration)으로 분해할 수 있다. 통일이 된다면 남한과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는 북한경제를 빠른 시간 내에 발전시켜야 하고,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인 북한경제를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시켜야 하며, 남한경제와 북한경제를 동일한 법과 제도를 가진 하나의 경제로 통합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통일은 참으로 어렵고 상당한 혼란과 비용이 소요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독일의 통일이 막대한 통일비용을 수반한 것도 바로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했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인 한시적 분리방안
한반도 통일이 이뤄지는 경우 북한지역을 당분간 특별관리구역으로 설정해서 한시적으로 분리하자는 아이디어도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즉 즉각적으로 남북한을 통합하면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부담과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일시적으로 북한지역을 분리해서 어느 정도 발전과 이행을 시킨 후에 통합을 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통일 후 한시적 분리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한의 한시적 분리는 오히려 다시 장기간의 분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남한 수준의 생활수준을 원하는 북한 주민들은 즉각적인 통합을 요구할 것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동독 주민들은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다(Wir sind ein Volk)”라면서, “서독 마르크를 보낼래 아니면 우리가 서독으로 갈까?(Kommt die D-Mark, bleiben wir. Kommt sie nicht, gehen wir zu ihr?)”라는 구호를 외치며 당장 통일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설령 분리를 한다고 해도 남한지역으로 넘어오는 북한지역 주민들을 막을 방법도 없다. 무력을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며, 거주와 이전의 자유를 북한지역 주민들에게만 제한한다는 것도 정치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가능하다고 해도, ‘분리할 것이었다면, 왜 통일했지?’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는 자신의 경제적 이익만을 지키려는 남한지역 주민과 정부에게 경멸의 시선을 보낼 것이다.

통합 이전 발전과 이행이 더욱 중요
결국 통합 이전에 북한경제의 발전과 이행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 된다. 통일이 가시화되기 이전에 북한이 상당 수준의 경제적 발전을 이뤄 나가고, 그 과정에서 시장경제를 점차 받아들여 제도적으로도 변화를 해나간다면 통일의 비용은 그만큼 적어지게 된다. 굳이 한시적 분리방안을 고민할 이유도 없어진다.


통일이 다가오기 전에 우선 북한경제의 발전과 이행을 추진한다는 것은 북한경제의 개방과 개혁을 유도한다는 말과 동의어다. 우선 개방에 대해 생각해 보자. 경제발전 혹은 경제성장이란 단순히 표현하면 생산물(output)이 늘어나는 과정이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이든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이든 생산물이 늘어나려면 투입물(input)을 증가시켜야 한다. 그런데 투입물, 즉 생산요소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자본이다. 그런데 공식부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경제난에 처해 있는 북한은 내부적인 자본축적이 거의 없는 상태다. 결국 자본은 외부로부터 들여오는 방법밖에 없으며, 이는 개방을 통해 가능하다.


개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여전히 중앙당국의 명령이 기업 경영의 가장 중요한 가이드라인이고 자유로운 노동력 채용과 임금 교섭이 허용되지 않은 채 중앙당국의 계획에 의해 노동력 배치와 임금 수준이 결정된다면 북한에 투자할 해외자본은 없을 것이다. 설령 외부로부터 자본 투입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경직된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를 고수한다면 해외투자기업은 성과를 보지 못하고 북한을 떠나게 될 것이다. 결국 북한이 외부자본을 효과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체제와 제도의 개혁을 수반해야만 한다.


다행히 이미 김정은의 북한은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어린 나이에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김정은에게 주어진 핵심적인 과제는 경제문제의 해결이었다. 다만 정치적 기반의 공고화가 급선무였을 뿐이다. 비록 아버지로부터 후계자로 지명됐어도, 권력 상층부로부터의 충성을 받아내는 작업이 우선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의 간부를 수시로 바꾸고, 장성의 별을 붙였다 뗐다 했으며, 급기야 고모부 장성택까지 처형한 것은 이제는 내가 최고지도자다, 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정권의 확고한 기반이란 정치적 안정성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경제적 안정성이 부가돼야 한다. 권력층으로부터의 충성 확보 못지않게 일반 주민들로부터의 지지 획득이 필수적인 까닭이다.
결국 경제상황의 개선이 핵심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13년 3월 31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경제·핵 병진노선을 발표했다. 아직 안보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경제를 더 이상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인식의 표현이다. 마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싸우며 건설하자”는 구호의 북한판 표현인 셈이다. 최초의 공개연설에서 북한주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경제문제의 해결은 김일성의 손자, 김정일의 아들이라서 최고지도자가 된 것이 아니라 그럴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과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자본이라는 점을 북한 역시 알고 있다. 그래서 2013년 11월 기존 4개 경제특구에 더해 7개의 경제특구, 3개의 관광특구를 지정했고, 심지어 지방에도 13개의 경제개발구를 만들었다. 2014년 7월에는 6개의 경제개발구를 추가했다. 북한 전역을 외국인 투자유치 지역으로 만든 것이다. 네 귀퉁이에만 특구를 만들었던 김정일 시대와는 사뭇 다른 적극적인 개방 행보인 셈이다.

미흡하지만 긍정적인 북한의 변화
물론 핵 문제가 남아있는 데다가 개방과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제도의 뒷받침이 없는 상태여서 외부자본의 유입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아직은 미흡하지만, 자력갱생하겠다는 할아버지의 ‘주체’와 무조건 군대가 우선이라는 아버지의 ‘선군’에 비하면 진전된 정책이다. 혼자만으로는 살 수 없으며 경제도 중요하다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 2014년 초,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이후 우리 사회에 통일준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논의의 대부분은 통일 이후 어떻게 통합을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하고 있다. 아쉬운 일이다. 언제 통일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통합과제는 천천히 준비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더 급하고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북한의 발전과 이행, 개방과 개혁을 격려하고 지원할 것인가의 과제다.

■ 필자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했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북한개발연구센터 소장, 통일준비위원회 위원, 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로 있다. 

전환기 한국 종합진단, 지속가능발전 탐색 차례

1)기획총설 이영한(서울과기대 건축학부·지속가능과학회장)
2)과학기술 박성현(서울대 명예교수·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3)교육 최돈형(한국교원대 명예교수·국가환경교육센터장)
4)정치 김형준(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5)경제 변양규(한국경제연구원·전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6)경영 최선(한양사이버대 경영학부·환경경영학회장)
7)문화 류정아(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원·前 청와대비서관)
8)역사문화 이해준(공주대 사학과·전 역사문화학회장)
9)보건 김창엽(서울대 보건대학원·비판과대안을위한건강정책학회장)
10)고령화 최성재(한양대 석좌교수·전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11)안전 정재희(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전 한국안전학회장)
12)여성 최금숙(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14)농촌 정학균(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15)국토환경 박양호(홍익대 스마트도시과학경영대학원·전 국토연구원장)
16)주거 하성규(중앙대 명예교수·전 한국주택학회장)
17)생태 조도순(가톨릭대 생명환경학부·한국생태학회장)
18)수자원 최계운(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한국수자원공사 사장)
19)기후변화 전의찬(세종대 환경에너지융합학과·한국기후변화학회장)
20)에너지 서균렬(서울대 원자핵공학과·전 원자력시스템국제포럼 한국대표)
21)도시건축 김세용(고려대 건축학과·대통령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
22)재정 옥동석(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인천대 무역학과)
23)디자인 이태용(한국디자인진흥원장·전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24)통일 조동호(이화여대 북한학과·통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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