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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패러다임에서 우리 삶터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재개발 패러다임에서 우리 삶터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대통령직속 국가건축정책위&
  • 승인 2014.12.10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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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한국 종합진단, 지속가능발전 탐색 (21) 도시건축

전환기 한국 종합진단, 지속가능발전 탐색

최근 우리 사회는 경제, 사회, 환경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구조적 리모델링을 요구하는 전환기에 들어섰다. 근대화 50년 경제 성장은 긍정적 측면 못지않게 그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으며,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이것들이 전방위적으로 구조화돼 가고 있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발전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이 시점에 ‘전환기 한국 종합진단, 지속가능발전 탐색’을 주제로 기획연재를 마련, 한국사회의 지속가능발전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유엔 등 국내외 관련기관의 지식과 경험을 참조해 과학기술, 교육, 정치, 재정, 경제, 경영, 문화, 역사문화, 보건, 안전, 고령화, 여성, 중소기업, 농촌, 국토환경, 주거, 생태, 수자원, 기후변화, 원자력, 도시건축, 디자인, 통일 등 23개의 주제를 선정했다. 집필진은 관련 분야의 대표적 학자와 국책연구원 원장 등으로 구성했다. 이 연재를 통해 구석구석(facts)을 파헤쳐보고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needs)를 통합적(integral)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환경권을 보호하면서 삶의 질(well-being)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한국형 지속가능발전 모델 개발에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아파트는 여기저기서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고,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택지 개발도, 과거같은 가파른 지가 상승도 멈춰선지 오래다. 지금의 이 상황은 기존의 대규모 철거식 재개발 패러다임, 토지와 주택을 상품으로만 여기던 패러다임상의 위기일 뿐이다.

▲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대통령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
최근 우리 도시건축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의 ‘대규모’, ‘철거 위주’, ‘특정 집단 주도’라는 키워드를 ‘소규모’, ‘고쳐 사용(수복)’, ‘주민참여’ 등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의 사례로 서울시의 휴먼타운 사업이 진행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민참여 환경정비형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고 있는가 하면, 주민참여에 관련된 강연회, 토론회, 워크숍 등이 줄을 잇고 있다. 분명히 우리 도시건축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의 우리네 도시건축이 그동안 노정했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지속가능한 도시건축,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도시건축의 미래가 비단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실제로 2013년 현재 전국의 재개발 현황을 살펴보자면, 재개발이 지정된 구역수는 1천241구역에, 지정면적은 7천984만9천838㎡이나 이 중 미시행 재개발 구역수는 566구역, 미시행면적은 4천613만762㎡으로 전체 지정구역의 45.6%가, 지정면적의 57.77%가 미시행인 상황이다.


이외에 재정비 촉진 사업(뉴타운 사업: 서울시에서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다가 2005년 12월 ‘재정비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정 후 재정비 촉진지구로 명칭이 변경돼 지방의 지자체들에서도 시행 중인 사업)은 다양한 측면(기반시설에 대한 공공부문의 투자를 확대해 민간투자 활성화 유도 및 생활권 단위의 광역적 기성주택지 정비, 원주민 재정착을 통한 다양한 계층이 거주하는 커뮤니티 형성 등)에서 기존의 재개발과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자 했으나 결국 대규모 철거 위주의 사업으로 변질됨에 따라 주변지역의 지가 상승, 재정착률 저하 등 기존의 재개발과 유사한 문제들을 답습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우리의 주민참여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서울시 디자인빌리지 사업지 중 한 곳인 광진구 중곡4동을 들 수 있다. 이 지역은 주민참여의 경관협정을 성공리에 수립했으나 다른 인접지역에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자 해당 지역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수립 기대심리가 팽배했고 결국 이미 수립된 경관협정을 무산시키기에 이르게 된 안타까운 사례다. 아직 국내의 주민참여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 국내 도시건축 분야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점차적으로 확산이 필요한 해결책은 세 가지로 요약·제시할 수 있다.


먼저, 점진적 업그레이드에 의한 수복형 재개발 수법이다. 국내에 수복형 정비수법이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 7월에 개정된 도시재개발법 시행령 제3조 제2항에서 재개발 시행방식을 수복재개발, 보전재개발, 철거재개발 등으로 구분하면서부터다. 1994년 법적 근거까지 마련했으나 한동안 그 시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1997년 이후 외환위기로 인한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민간 대기업에 의한 재개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지자 다시금 수복형 재개발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기에 이르렀고, 2004년 청진구역 수복형 도시환경정비계획 변경안의 좌절을 겪고 다시금 6년이 지난 2010년 현재에 와서야 서울시에서는 도시환경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그 내부에 관련 사항을 언급하면서 다시금 수복형 재개발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 해결방향인 주민참여형 사업추진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국외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1960년대를 전후해 다양한 형태와 용어로 도시계획 및 설계 단계에 주민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미국 뉴욕시의 세계무역센터 건물 부지에 대한 재개발을 지칭하는 로워 맨하튼(Lower Manhattan) 재개발에 있어서 주민참여의 대명사가 된 ‘리스닝 투 더 시티(Listening to the City)’, 영국 런던 도시계획에 있어서 주민참여의 수단을 구축한 ‘버츄얼 런던(Virtual London)’ 프로젝트, 일본의 마치즈쿠리 등은 잘 알려진 사례들이다. 국내에서의 주민참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로 생각된다. 이 시기를 전후해 외환위기에 의한 부동산 경기 침체, 지방자치제의 시행, 시민단체의 성장 등의 요인이 주민참여에 대한 관심 증폭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민참여 활성화를 통해서 전술한 문제점들 중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행에 따른 다양한 이해집단 간의 갈등이나 특정 집단의 소외 등의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도시건축 분야의 새로운 방향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공공 先투자다. 도시재개발에 있어서 공공에 의한 참여와 관리의 필요성이 점차 증대되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밀도관리상의 모순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시재개발에 있어서 기반시설의 질적 측면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자면 이러한 기반시설에 대한 공공 선투자는 재개발 사업에 있어서 용적률 인센티브에만 의존해서 무분별하게 재개발사업의 밀도를 늘리지 않고도 민간 사업자의 사업 추진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뉴타운 사업지들에서 나타나는 밀도와 기반시설 간의 이율배반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반시설을 직접 공공이 확보함으로써 기존 제도로 인해서 나타나는 기반시설의 편중된 제공, 기반시설의 공공성 훼손 등 기반시설의 질적인 측면 저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도시재개발에 있어서 새로운 방향에 대해서 수복형 재개발, 주민참여, 공공 선투자 등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다. 특히 아파트는 여기저기서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고 있고,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택지개발도, 과거와 같은 가파른 지가상승도 멈춰선지 오래다. 지금의 이 상황은 기존의 대규모 철거식 재개발의 패러다임, 토지와 주택을 상품으로만 여기던 패러다임상의 위기일 뿐이다.
이 시기를 통해서 우리 자신의 삶터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우리 안에 자리하길 바란다.

■필자는 컬럼비아대와 고려대에서 건축과 도시설계를 공부했다. 하버드대에서 풀브라이트 펠로우로 연구했고, 한국주거학회 부회장, 한국도시설계학회 편집위원장 등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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