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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박사를 하는가
나는 왜 박사를 하는가
  • 교수신문
  • 승인 2014.12.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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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구자훈 서울대 박사과정·바이오엔지니어링

서른한 살, 결단코 빠르지도, 하지만 너무 늦지는 않은 나이에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됐다. 사실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학부 3학년 1학기 때 교수로 임용된 지 얼마 되지 않으셨던 이태윤 연세대 교수님의 연구실에 인턴으로 발탁되면서부터니, 학부 2년, 석사 2년 반,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1년, 벌써 5년 반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누군가는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도 있는 시간인데, 난 그 시간을 뒤로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박사과정을 다시 막 시작했다.

처음 인턴으로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연구가 좋아서, 연구가 정말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연구가 뭔지도 모르지만 내가 무언가에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고, 누군가에게 기대를 받고 그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그래 난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야’라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연구를 해보겠다는 포부와는 달리 뛰어난 성과 없이 흘러간 몇 년의 시간 속에서,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고 또 교수님들과 같이 훌륭한 연구는 할 수 없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4년 반을 보낸 후 박사과정에 진학을 해도 별달라질 것이 없겠다는 생각에 석사로 졸업한 후 주변 친구들처럼 취직하고 결혼을 하려 했다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노력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미친 척 내가 연구하고 싶었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실에 연락을 돌려 봤다. 그 결과 정말 운 좋게 스탠퍼드대 화학공학과의 제난 바오 교수님의 허락으로 연구원으로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고, 모든 걸 쏟아 붙자는 마음으로 건너가 해당 분야에 정통한 분들과 1년 동안 함께 연구한 결과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또 좋은 연구 성과를 거두게 됐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깨달음은, 좋은 연구란 어떤 것이며,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함께 연구를 했던 3명의 박사후연구원과정 형들이 모두 교수가 돼 한국에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나도 매진하면 언젠가 인정을 받아 한 명의 독립된 연구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고, 또 자신감을 얻었다. 또 내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연구와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생겼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박사과정에 입학하게 됐다.

처음으로 돌아가 왜 나는 박사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하자면, 나는‘biomedical device’연구를 통해, 질병 진단 및 치료에 기여하고 싶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내 연구로 인해 혜택을 받게 하고 싶다. 이런 뚜렷한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박사과정을 보다 즐겁게 할 수 있고 또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젊은 학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함에 있어 별 다른 목표 없이 개인의 스펙 향상을 위해, 혹은 취직하기 싫거나 취직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진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확고한 목표를 갖고 대학원 과정에 임하게 된다면, 그 시간들이 보다 의미 있고 재미있어 보람되지 않을까.

많은 연구원들이 다시금 나는 무엇을 위해 이 끊임없는 인내의 과정을 견뎌내고 있는지 되새겨 본다면 더욱 더 힘이 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구자훈 서울대 박사과정·바이오엔지니어링

연세대에서 석사를 하고, 스탠퍼드대 화학공학과 제난 바오 교수 그룹에서 1년간 연구했다. 서울대 바이오엔지니어링 협동과정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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