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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사회 성폭력의 逆說
대학사회 성폭력의 逆說
  • 신경아 한림대·사회학과
  • 승인 2014.12.01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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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수칼럼] 신경아 한림대·사회학과

민감하고 껄끄러운 문제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 페미니즘, 젠더스터디, 여성노동 등의 연구를 수행해 온 필자로서는 대학사회의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이 좋은 지면을 굳이 다른 주제에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고민을 나눠 주시기를 바란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간의 문제라서 시선이 더 가는 것일까. 언론에서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우려와 불안의 경험은 필자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필자의 감정이 요즘 다소 바뀌었다. 과거에는 안타까움과 걱정, 때로 분노가 일었다면, 요새 느끼는 감정은‘安堵’에 가까운 어떤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심정은 고통스럽지만, 그런 사건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고, 드러나게하고, 또 드러내려는 노력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 다행스럽다는 것이다.

어떤 조직에서나 성폭력 사건은 가장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건의 하나일 수 있다. 언어·신체적 성희롱이든 직접적 성폭력이든‘성’과 관련된 피해와 가해의 경험은 은폐되고 묵인되기 쉽다. 피해자가 스스로 말하기도 어렵고, 주변의 목격자들도 사건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위험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 내 성폭력은 대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지위가 낮은, 그래서 종속적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행사하는 폭력의 일종이므로, 젠더와 계급, 연령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특히 남성 중심적 조직(조직 구성원의 다수가 남성이거나 권력을 가진 지위에 남성이 대부분일 경우)에서 성폭력의 피해자는 말하는 주체(a speaking subject)로서 영향력을 갖기 어려우며, 목격자 역시 묵인 또는 방조를 향한 무언의 압력 속에서 용기를 내기 어렵다.

대학은 남성 중심적 조직인가. 이 질문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학생의 성별 구성을 따지면 여학생의 비율이 거의 절반에 이르지만, 조직 내 권력과 책임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학생들이 성폭력과 관련된 위험에서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지식과 역량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과, 교수를 비롯한 책임 있는 지위의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 얼마나 성찰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조직에서 사건과 사고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 사건의 예방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 시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성폭력 대책에서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폭력 사건의 발생은 오히려 추락해 갈 수 있는 대학의
 지적 도덕적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해석돼야 한다."

필자가 최근 들어 대학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다행스럽다는 역설적인 감정을 느끼는 데는 이 사건이 얼마나 드러나기 어려운지, 그리고 적절한 처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의 피해자가 그것을 드러내 문제로 제기하려 할 때 그들은 학업과 인간관계는 물론 때로 자신의 미래를 걸어야 할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사건 발생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려는 술책에 맞서야 하는 이중적 피해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또 단순한 폭로 대신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사람들의 지지와 지원을 얻어낼 수 있는 자제력과 인내심, 물리적 시간과 에너지도 필요하다. 동시에 성폭력 사건이 적절히 처리되려면 대학본부와 관련 부서가 책임의식을 갖고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처럼 작은 성희롱 사건 하나라도 제대로 처리되기 위해선 피해자나 대학 구성원 모두 강한 의지와 충분한 지식, 경험, 역량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교수의 성추행 사건에 대학이 엄격하게 대응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스승인 교수의 의심스러운 행동을‘성추행’이라고 인식하고 말할 수 있는 판단력과 대처능력은 지속적 교육과 권리의식, 자존감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또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려는 대학의 노력은 성폭력예방에 대한 책임의식과 성찰을 보여주는 증거다. 따라서 성폭력 사건의 발생은 대학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추락해 갈 수 있는 대학의 지적·도덕적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해석돼야 한다.


 

신경아 한림대·사회학과

서강대에서 박사를 했다. 가족사회학과 여성학을 전공했으며 여성노동, 일-삶 균형, 개인화와 관련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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