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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40개 사립대의 60%는 ‘지방대’ … 달라진 건 없다
하위 40개 사립대의 60%는 ‘지방대’ … 달라진 건 없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2.01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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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개혁 평가, 이대로 괜찮은가

“1년간의 정책연구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지난 정권 때의 정부 재정지원 제한 정책으로 회귀하는 ‘말짱 도루묵’이 됐다.”(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장)

도종환·박홍근·배재정 등 국회 교문위 소속 야당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학 구조개혁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긴급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도종환·박홍근·배재정 의원이 지난달 24일 개최한 전문가 간담회는 ‘대학 구조개혁,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 속에 그 답이 들어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11일 2차 공청회에서 공개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안)만 살펴봐도 ‘안 괜찮은’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방대에 불리한 지표’라고 비판받았던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와 사실상 다른 게 없다는 점이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이 구조조정 대상대학을 걸러내기 위한 1단계 평가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에 사용했던 8개 정량지표 가운데 등록금 부담완화와 법인지표를 제외한 6개 지표가 살아남았다.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을 제외한 5개 지표는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와 마찬가지로 정량지표다.

이 연구원은 “지난 9월 30일 1차 공청회에서 당시 정책연구진과 교육부는 전임교원 수나 교사확보율 2개 지표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성 또는 정성·정량평가를 병행하는 지표라며 기존 평가와 질적으로 다른 평가가 될 것으로 자신했다”며 “하지만 2차 공청회 때 발표한 평가방안을 보면 1단계 평가는 전체 지표 11개 가운데 정성평가 지표가 4개에 불과해 정책연구진이 호기롭게 선보였던 대다수 정성평가 지표는 예산만 낭비한 채 ‘없던 일’이 됐다”고 지적했다.

평가방식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2차 공청회에서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방안을 보면 1단계에서 11개 지표로 그룹 1과 2를 나누고, 그룹 1은 다시 A, B, C등급으로 구분한다. 정성평가 위주의 2단계 평가는 그룹 2를 대상으로 하고 최종 점수에 따라 D, E등급을 결정한다. “정량평가로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걸러내고 이 중 일부를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해 경영컨설팅을 실시, 퇴출 대학을 선별해온 방식과 대동소이하다.”(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지방대에 불리한 평가 결과도 똑같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이용해 4년제 사립대 155곳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하위 40개에 포함된 사립대의 60%(24개)가 지방대학이었다. 또 입학정원 2천명 미만의 중소규모 대학이 80%(32개)에 달했다. 이 연구원은 “서울지역 대학은 7곳이 포함됐지만 대부분 중소규모 대학”이라며 “반면 상위 20개에 속한 사립대의 65%(13개)는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 등 서울지역 대학이 차지했다”고 말했다.

평가의 기술적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속속 확인됐다. 토론자로 나온 서민원 한국대학평가원장(인제대)이 지적한 첫 번째 문제는 ‘신뢰도’다. 서 원장은 “정성지표는 아무리 단순해도 대학을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신뢰도 확보가 대단히 어렵다”며 “전문대학까지 364개 대학을 방문해 확인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성지표의 경우 실질반영 비율이 낮아 변별력을 갖기 어려운 점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정량평가에서 명암이 갈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인 셈이다.

평가지표의 타당도 역시 문제다. 교육부가 제시한 1단계 평가지표에는 ‘학생평가’ 지표에 ‘성적분포의 적절성’이 평가요소로 들어가 있다. 서 원장은 “대학에 상대평가를 강요하는 것으로, 학생의 창의적 역량을 키우기 어렵게 해 대학교육의 국제 경쟁력 제고와도 부합하지 않는 평가체제”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또 “정량지표에서 개선노력 정도를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애초부터 교육여건을 충분히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한 대학이 최근에 개선한 대학보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정년트랙 양산을 막기 위해 도입했다는 ‘전임교원의 보수 수준’에 대해서도 우려가 더 많았다. “전임교원의 최저임금을 확보해 주는 측면도 있지만, 사립대 전체 정교수 평균연봉을 낮추면 전임교원 개인 연봉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또 다른 저임금 정책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우수한 교원이 확보돼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데, 부실대학 평가에 전임교원 확보율을 포함하면서 실제로는 비정규직, 반정규직 교원이 증가했다. 전국 평균값을 만점으로 적용하는 것도 결국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대학평가를 통해 대학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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