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조만간 대학 구조개혁 평가방안을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현재 추진 중인 평가 일정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방안대로라면 대학교육의 질 향상은커녕 지표 관리 위주 경쟁에서 오는 부작용, 지방대 고사와 같은 기존 문제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대학 구조개혁,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그대로 표출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박홍근·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동 주최한 간담회에서 윤지관 한국대학학회장(덕성여대)은 “이대로 평가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 현재 진행 중인 대학 구조조정 일정 추진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윤 교수는 “모든 대학을 등급화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교육적”이라며 “대학은 교육내용이 아니라 지표 관리에 역량을 경주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대학의 정상적 기능은 훼손되고 교육현장은 피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1주기(2015~2017학년도) 감축 목표는 거의 달성돼 있기 때문에 내년 8월까지 평가를 완료하겠다는 정책을 조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과 함께 분석한 자료를 보면 재정지원사업 등과 연계해 전체 대학이 2017학년도까지 자율 감축하기로 한 정원은 3만5천507명이다. 교육부가 1주기 감축 목표로 세운 4만명의 88.8%에 달한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인 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장은 “미래 산업수요와 인력공급을 예상하지 못한 졸속적 대학평가는 생존권 전쟁을 야기할 뿐 국가경쟁력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며 “구조개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여러 교수단체가 지적해온 많은 문제를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의견 수렴을 했다고 하니 교육부가 폭력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며 “한시적으로 대학 구조개혁 평가 일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정책위원장)는 “이런 토론회 자리에서 몇 차례 질문했는데도 교육부는 대학평가와 정원감축 정책이 어떻게 대학교육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는지 설명이 없다”며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목적은 강제 정원조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장식 목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대로 진행되면 고등교육의 질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하고, 대학에 대한 통제권은 교육부가 확실하게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를 공동 주최한 도종환 의원은 “법적 근거도 없이 예산을 책정해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야당의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2016년 4월까지는 각 대학이 2017학년도 정원 감축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학 구조개혁 평가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힘들다”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