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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신임교수에 임용된 만화가 윤승운
[화제의 인물]신임교수에 임용된 만화가 윤승운
  • 박나영 기자
  • 승인 2002.10.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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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9 12:14:28
담배를 뻐끔뻐끔 빨아대며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동들에게 재미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던 ‘맹꽁이 서당’의 훈장을 그려낸 만화가 윤승운(59·사진)씨가 올 가을 학기부터 강단에 서게 됐다.
지난 10월 2일, 그동안 시간강사로 출강하던 순천대에 ‘전임강사’로 임용된 것.

윤 교수가 ‘교수’로서 강단에 서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규 학부과정을 거치지 않은 까닭에 대학 내에서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수차례의 교수회의가 열린 끝에 결국 교수로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이 났고, 그래서 임용 시기도 다른 교수들보다 한 달 늦은 10월 2일이다.

어렵게 교수가 된 만큼 감회도 남다르다. 1960년대 초반부터 약 40여년의 세월을 만화와 함께 살아오는 동안 늘 ‘교단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화를 ‘그리고’는 있었지만, 그에 관한 얘기들을 동료 만화가들도, 가족도 아닌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 만화, 내 느낌, 내 경험들을 들려줄 수 있는 존재들을 만나게 되니 또 한번 태어나고 있는 느낌”이란다.

만화 속의 맹꽁이 서당 학동들은 공부를 싫어했지만, 지금 윤 교수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수업 시간만 되면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학과장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윤 교수는 “만화가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실제 만화가의 입을 통해 듣는 이야기들은 하나하나가 다 새로운 모양이다”라며 겸연쩍은 기색이다.

윤 교수 또한 학생들을 대할 때마다 가슴이 뛴다. 학생들의 창작열도 뜨거울 뿐 아니라 그림 실력, 스토리 구성 능력도 대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개구리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되기 이전, 소년들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희미해져가고 있는 즈음에 ‘개구리 소년’이라는 만화를 그려낸 한 학생의 날카로운 안목에 감탄했다고.
윤승운 교수가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로 만화가의 길을 택했던 1960년대에는 대학교육을 받기는커녕 선배들이 그려놓은 원고 한 편 보기조차 힘들었다. 늘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고 직접 부딪치며 익혀야 했던 그때를 떠올리며 ‘내가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윤 교수는 “실무를 오래 경험한 만큼, 현장학습 위주의 교육을 펼쳐갈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가 신임교수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교수로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라며 “남은 5년 동안 최대한 많은 것들을 전해주고 싶다”는 만화가 교수 윤승운씨의 활약이 기대된다.

박나영 기자 imna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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