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1:50 (토)
와해성 기술로 사라지는 일자리들 … 내일은 과연 장밋빛일까?
와해성 기술로 사라지는 일자리들 … 내일은 과연 장밋빛일까?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11.25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80. 첨단기술로 본 미래

▲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시간여행, 2014.10.31)는 ICT 기반의 디지털 미래 세상을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SW가 바꾸는 미래는 언어, 일자리, 생명 등 사회 전반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3년 후 나의 하루는 어떠할까. 자가용 OLED 대시패널에서 사무실 주차장 여유 공간을 알려주는 메시지를 받는다. 어디다 주차할지 미리 정해놓고, 자율주행기능이 가능한 자동차로 가장 효율적인 주행코스를 달려 출근한다. 배가 고프면 고어 글라스를 쓰고 식당가 특선 메뉴를 골라서 할인 세트를 고른다. 밥 먹으면서 아내와 주말여행을 위한 여행 패키지 상품을 고른다. 모든 것은 사전에 시스템으로 실시간 정보가 제공되고 즉각 처리된다.

또한 직접 마트에 가지 않고 물건을 선택한다. 상품에 대한 입체 정보가 비교되고 추천돼 구매하면 자동 결제된다. 부모님은 첨단 유리온실에서 농사를 짓는다. 마이크로 워터링으로 정해진 양의 물을 공급한다. 체계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자동으로 수확된 작물은 필요한 곳에 배달된다. 한편 아이들은 말하는 책을 읽으며 대화형 장난감으로 말을 배운다.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시간여행, 2014.10.31)에 나오는 미래의 모습이다. 저자 이준정은 카이스트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포스코 연구소에서 재료 및 기계가공기술개발 경험을 쌓았다. 책 전반에 흐르는 미래에 대한 통찰과 전문지식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저자는 “학식이 높고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편협한 사고를 할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미래를 조명해 보고 다양한 관점을 검토해 보는 훈련은 미지의 상황에 대처하는 힘을 기르게 해준다”고 강조한다. 미리 생각하고 관찰하며 실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가 밝히는 미래의 모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현대는 극도의 와해성 기술 시대다. 따라서 기술혁신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전통적 기술이나 서비스는 수요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병원진료 지원과 월가의 투자 지원에 투입되고 있다.

재료공학 전문가가 밝히고 준비하는 미래
둘째, 대졸 이하 중산층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 각광 받을 일자리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다. 직무 자동화에 따라 더욱 필요한 것은 다양한 소프트웨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너무 암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미세한 손재주가 필요한 업종,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종, 사람과 교류하며 통찰력이 필요한 분야는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 셋째, ICT 기반으로 미래가 재편된다. 이미 독일축구협회는 ‘SAP 매치인사이트’라는 분석 소프트웨어로 전체 팀의 활동을 데이터화한다. 선수들 몸과 축구공에 들어간 마이크로 센서는 시시각각 정보를 만들어낸다. 2015년에는 요타바이트(10의 24승), 2020년엔 브론토바이트(10의 27승)까지 데이터가 늘어날 전망이다.

책에는 풍부한 사례가 가득하다. 최근 카카오톡은 검열 논란으로 내홍을 겪었다. 이 같은 정보 보호 이슈와 관련해선 모든 대화가 암호로 저장되는 '텔레그램'을 소개한다. 일명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홍콩 시위대들의 ‘파이어챗(Firechat)’ 사용도 예시로 나온다. 중국정부가 시위대의 결집을 막기 위해 앱을 차단하려 하자, 인터넷 접속이 안 된 상태에서도 메시지나 이미지를 전송할 수 있는 ‘파이어챗’이 각광받고 있다. 그 기술의 핵심은 블루투스 기술이다.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휴대폰들이 모이면 메시(mesh) 네트워크가 구성된다. 그물망을 뜻하는 ‘메시’는 인터넷망 없이 컴퓨터 간 연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네트워크 형태다. 컴퓨터 한 대만 인터넷에 연결돼 있으면 그 컴퓨터랑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는 모두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휴대폰들은 노드(node) 역할을 한다. 한 휴대폰이 다른 휴대폰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여러 휴대폰들은 하나의 망을 형성하는 셈이다.
흥미로운 다른 사례는 희토류 금속 관련 내용이다. 요새 가장 ‘핫’한 드라마 「미생」에 희토류 사업 건이 나온다. 책에선 “희토류 금속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고성능 모터, 첨단 디스플레이, 시스템 반도체, 첨단의료기기, 태양전지, 특수강 등 차세대 핵심 첨단제품에 반드시 들어가는 희소금속”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이 왜 그렇게 희토류를 아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하버드대 연구진이 이론계산을 통해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을 소개한다. 연구진은 IBM이 운영하는 슈퍼컴퓨터(클러스터 컴퓨터)를 활용해 230만 종의 유기물을 점검한다. 연구 결과 태양광발전 전환효율이 11% 이상인 유기물을 1천종 정도 찾아냈다고 한다. 그동안 효율은 5% 이하였는데, 눈부신 발전이다.

카카오톡부터 ‘우산혁명’까지 풍부한 사례들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는 대부분 컴퓨터와 SW, 인터넷의 미래 모습을 다룬다. 5장에선 로봇을, 7장에선 생명과학의 미래 모습을 살펴보지만 그 핵심엔 ICT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책에서 밝히는 첨단기술이란 언어장벽을 무너뜨리는 번역서비스(언어의 구조를 구조화하는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가능), 인공지능 컴퓨터, 빅데이터, 초연결사회, 만물인터넷, 포그 컴퓨터, 웨어러블 컴퓨터, 사이보그,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량, 맞춤형 영양캡슐(예일대와 샌디에이고대에서 진행한 150만개의 유전자 서열 분석 기반) 등이다. 그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화로부터다. 디지털을 움직이는 것은 SW의 힘이고 미래다.


책은 대부분 ICT 기반 아래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책의 한 장 정도는 미래에 나타날 그늘을 그려보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물론 중간 중간에 기술이 불러올 여러 쟁점들이 제시됐지만 책은 전반적으로 기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편, 책 제목이 말하듯 3년 후라는 시점이 왜 등장했는지 명확하지 않다. 가까운 미래로 설정한 것인지 아니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