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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 3년차 재학생의 어떤 질문
박사과정 3년차 재학생의 어떤 질문
  • 김지훈 부산대 박사과정·화학과
  • 승인 2014.11.24 15: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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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김지훈 부산대 박사과정·화학과

▲ 김지훈(부산대 박사과정/화학)
필자는 박사과정 3년 차에 재학 중이다. 박사과정에 진학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할 것이다. 길고 긴 박사과정 진학이냐, 취업이냐. 필자 또한 수 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결정하게 됐다. 또 하나의 고민은 박사과정 중에 생겼다. 과연 좋은 박사란 무엇인가. 이 칼럼은 박사과정 진학을 고민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석사과정 학생들, 그리고 현재 재학 중인 박사과정 학생이 공감하는 글이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먼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은, 절대 쉬운 길은 아니다. 하지만, 어려운 길도 아니라는 것이다. 박사학위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사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분명 그에 따르는 고통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건 어떤 일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학위 과정을 보낸다면, 그 어떤 일보다 보람 있고,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다. 박사과정은 교과서에 있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개척 또는 발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일에 대한 보람은 분명 어떤 일을 한 것보다 클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직 필자도 고민 중에 있다. 과연 좋은 박사란 무엇인가. 논문을 많이 쓰는 박사? 수상이력이 많은 박사? 한 연구에 오랫동안 꾸준히 끈기 있게 일해 온 사람?

필자는 지방 국립대 박사과정치고는 많은 실적을 이뤘다. 다수의 논문과 수상경력까지. 하지만 필자는 이런 박사가 좋은 박사는 아니라고 단정 짓고 싶다. 물론 박사과정을 하면서 결과물을 얻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만 얽매이면 본인의 박사과정에 해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필자 또한 석사 2년, 박사 3년 동안 주말, 공휴일, 명절할 것 없이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쉬지 않고 연구에만 매진했다. 그래서 많은 논문과 특허, 수상이력을 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내 자신에게‘과연 좋은 박사인가?’라고 묻는다면“그렇다”라고 대답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박사와 지금 필자가 겪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박사, 훌륭한 박사는 어떠한 분야에서든 주어진 일을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문을 많이 쓰는 박사가 아닌, 처음 접하는 분야라도 본인이 스스로 누군가를 이끌고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좋은 박사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겠지만 말이다.

필자는 유기 태양전지의 재료 합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학부 3학년 때부터 연구실에 들어가 벌써 유기 태양전지 재료 합성 연구를 한 지 7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박사 졸업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내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내가 유기태양전지 재료 합성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있는가. 솔직히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새로운 분야를 접한다는 두려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 이런 것들을 과연 내가 이겨낼 수 있을까.

분명 이 글을 읽는 박사과정 학생들도 이런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좋은 박사, 그리고 보람찬 박사과정이 되려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부딪쳐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박사과정은 과정일 뿐이지 않나? 실패도 경험하고 또 그걸 발판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그리고 박사학위를 받으면 박사과정 중에 한 경험을 바탕으로 또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시간이 많은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연구하느라 바쁘고, 논문 쓰느라, 그리고 졸업 준비하랴 바쁘겠지만, 단 한 번이라도 질문을 던져봤으면 한다. 과연 본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좋은 박사란 무엇인가. 필자는 이런 고민을 한 번이라고 하는 박사과정 학생이 진정 좋은 박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지훈 부산대 박사과정·화학과

부산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도성 고분자를 기반으로 하는 유기 박막 태양전지 재료 합성 및 응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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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2014-11-25 11:39:41
박사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인데 주변엔 왠 박사가 그리 많은지 아이러니컬 하네

지금까지 고생한 보람을 찿기 위해서라도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더욱더 열심히 하여 국가의 동량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