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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나리와 비슷하나 딴판 … 값싸고 영양 만점 구이의 대명사
까나리와 비슷하나 딴판 … 값싸고 영양 만점 구이의 대명사
  • 교수신문
  • 승인 2014.11.2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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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_118. 양미리

▲ 가을 양미리가 입맛을 돋군다. <사진출처=국립수산과학원>
아 득한 옛날이다. 고등학교 선생을 하면서 박사를 해보겠다고, 발바닥에 불나게 달팽이(陸産貝, land snail)를 채집하느라 온 나라를 샅샅이 헤매고 다닐 때다. 여름엔 제법 큰 달팽이 놈들은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 밭가나 후미진 돌벼락에 기어 다니기에 채집하기 좋지만 3~4㎜의 쪼만한 놈들은 풀숲에 가려있어 잡지 못한다. 그래서 소형 종은 풀이 마르고, 월동하느라 양지 바른 곳에 떼 지어 모이는(swarming) 겨울채집을 주로 한다. 이들 역시 변온동물이라, 뱀이나 개구리가 한 곳에 모여 겨울나기를 하듯이 겨울잠 자기에 좋은 명당자리를 찾아 떼거리로 밀집한다. 땅꾼이 따로 없다. 척보면 알아차리니, 그럴 때는 노다지를 캔다.

띄엄띄엄 오는 시외버스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리품 팔아 찾아 다니며 야외채집을 하는 field biologist의 비참하고 그 초라함은 글로 이루 다 못 쓴다. 만날 라면 끓이는 시간이 아깝기도 하거니와 귀찮기도 해 과자 부스러기로 아침을 때우고, 또 딴 곳으로 옮겨 다니기 일쑤였다. 그런데 요새 와서 일부러 제자들의 차를 빌려 함께 타고 채집을 해 봤더니만, 근 일주일을 죽자 헤맸던 험난한 곳을 채 한나절도 안 돼 홀가분하게 몽땅 다 해치워지더라. 금석지감이 있다 하겠다. 그러나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그때는 다 그랬으니….

초겨울에 설악산기슭을 며칠에 걸쳐 코를 처박고 눈이 빠지게 채집하고는 바닷가로 내려와 속초 근방 촌마을에 잠자리를 잡을 참이었다. 旅館은 값이 비싼지라 이제 이름조차 살아져버린 연탄 냄새 푹푹 풍기는 旅人宿에 잘 자리를 잡아 놓고, 저녁을 먹으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팍팍한 하루 인생을 끝낸 막일꾼 몇이 연탄드럼통 둘레에 앉아서 양미리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기울이고 있다. 꼴까닥 침이 한입 넘어가던 차에, 느닷없이 무뚝뚝한 소리로“보이소, 이리 오소”하며 길손을 보채듯 반겨주던 훈훈한 人心과 융숭한 대접을 여태 잊지 못한다.

지금이 양미리 철이다. 알다시피 양미리는 값에 비해 영양이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해 서민들의 술안주로도 제격으로, 통째로 먹어서 좋고, 맛도 달착지근한 것이 고소하다. 그들 덕에 연탄불석쇠 위에 구워진 노릇노릇 익은 구수한 양미리에다, 막걸리로 허기졌던 오장육부를 달래게 했던 일이 여태 念念不忘이로다.

양미리(Hypoptychus dybowskii)는 큰가시고기목, 양미리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겉모양이 까나리(Ammodytes personatus)와 비슷하나 체장이 10㎝ 정도로 15㎝가 훌쩍 넘는 까나리에 비해 아주 작다. 몸은 가늘고 긴 원통형이지만 조금 옆으로 납작(側偏)하고, 주둥이는 뾰족하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조금 튀어 나왔다. 전체 모양이 마치 커다란 미꾸라지나 뱀장어를 닮았다 해‘sand eel’이라 부르고, 특별히 우리나라에서 많이 잡힌다 해‘Korean sand eel’이라고도 부른다.

몸에 비늘이 없고, 몸 빛깔은 등 쪽은 황갈색, 배 쪽은 은백색이다. 가슴지느러미나 배지느러미는 숫제 없고,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뒤쪽에 아주 치우쳐 자리하고 서로 대칭하며, 꼬리지느러미는 아주 작다. 지느러미는 야문 뼈(硬骨)가 아닌 軟骨로 된 지느러미(軟條, soft ray)다.

연안 모래바닥에 무리지어 살고, 갑각류인 새우나 물벼룩, 어린물고기(稚魚) 등을 주로 먹는 육식어류다. 암컷이 수컷보다 크며, 大物은 전장 15㎝가 넘는 것도 더러 있다 한다. 산란기는 4∼7월로 수심 2∼3m에, 갈조류인 모자반 종류의 해초가 무성한 암초(바위나 산호)에 산란하며, 콩팥(kidney)에서 분비한 끈적끈적한 점액으로 알을 달라 붙인다. 한류성 어종으로, 한국·일본·사할린·오호츠크해 등지에 분포하고, 우리나라는 강릉에서 고성군에 이르는 동해안에 살며, 초겨울이 시작되는 11월 이후 한겨울까지 잡히는데, 한창 잡힐 때는 하도 많아서 삽으로 퍼담을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지느러미도 연골성이고, 뼈도 그리 세지 않아 통째로(뼈째) 먹는 생선으로, 소금구이·볶음·조림·찌개 등으로 요리한다. 産地에서는 싱싱한 놈을 회로 먹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앞에서 본 것처럼 육식성 어류라 비림이 거의 없다.

까나리와 양미리가 다른 점을 간단히 보자. 까나리액젓으로 널리 알려진 까나리와 구이의 대명사 양미리를 구분 못한다. 그러나 까나리는 농어목 까나리과이고, 양미리는 큰가시목, 양미리과로 벌써 목(目, Order)의 단계에서 생판 다른 別種이다. 겉은 비스꾸리 닮았지만 속속들이 다르다.

까나리는 우리나라 전 해안에 살면서 서해안에서 많이 잡히고, 양미리는 동해안에서 잡힌다. 또 까나리는 양미리보다 커서 체장이 15㎝나 되고, 둥근 비늘로 덮여 있으며, 등지느러미가 매우 길어 등 전체를 덮고 있다. 모래에 살며 주둥이가 찌르는 창을 닮았다 해‘sand lance’라 하고, 양미리가 극동지역(서태평양)에 주로 난다면 까나리는 태평양이나 대서양 등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점이 제각각 다르다.

그리고 까나리는 급류를 피하기 위해 모래를 파고들어 대가리만 밖으로 쏙 내 놓는 습성이 있으며, 부레가 없어 뜨지 못 하고 늘 밑바닥에서 산다. 그리고 카멜레온(chameleon)처럼 두 눈이 따로 노는(한쪽 눈은 움직이고 다른 눈은 멈춘 상태) 독립된 눈(independent eye)을 가져서 먹이를 빠르게 잡을 수 있다한다. 一目瞭然한 것일까? 아무튼 양미리와 까나리는 아주 딴판인 물고기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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