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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해결책은 임시이사 파견 …“특별감사 주시”
근본해결책은 임시이사 파견 …“특별감사 주시”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4.11.24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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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학_ 교육부 특별감사 앞둔 상지대

“상지대 학생이에요? 거기 참 시끄럽지.”
상지대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기사가 물었다. 상지대에 주목하는 건 언론과 상지대만이 아니었다. 세상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모은 상지대 사태는 지난 3월 김문기 씨의 아들인 김길남 씨가 이사장으로 선출되면서 시작됐다. 급기야 사학비리로 쫓겨났던 김문기 씨가 지난 8월 상지대 총장으로 선출됐고, 지난 4일에는 자신이 설립자라는 정관변경까지 강행했다. 김문기 총장이 선출된 지 불과 3개월만의 일이었다.

정관변경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81년에도 설립자를 원홍묵에서 김문기로 바꾼 적 있다. 대법원은 2004년 ‘설립자는 원홍묵 등 8명’이라고 판결했다. 상지대 내부의 투쟁과 외부의 비판 속에서 교육부는 24일부터 특별종합감사(이하 특감)를 실시한다. 특감이 길고 긴 상지대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지난 19일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상지대를 찾았다.

▲ 설립자 김문기라고 씌여진 ‘상지학원·상지대 건학이념’ 현수막이 한울관 건물 외벽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울관에 다다르니 건물 외벽에 반 이상을 덮고 있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상지학원과 상지대의 건학이념을 소개하는 현수막이었지만 그보다는 가장 아래 ‘상지대 설립자ㆍ총장 김문기 박사 제정’이란 문구가 먼저 눈에 들었다. 본관에도 김문기 총장이 설립자란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조금 더 걸어 동악관에 다다르자 커다란 천막 두 개가 보였다. 한쪽은 상지대 교수협의회의 열린회의실, 한쪽은 16일째 단식투쟁 중인 정대화 교수의 농성장이었다.

“19일, 단식 마지막 날입니다”
최저기온 영하 3도. 벤치 위로는 살얼음이 껴 있었다. 동악관 앞 파란 천막 안에 정대화 교수(교양학부)가 홀로 앉아 있었다. 이사회는 학교명예 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이유를 들어 지난 4일 정 교수를 직위해제했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정 교수는 강의실 대신 천막을 열고 강의했다. “이런 사례가 없다. 학기가 4주 정도 남은 시점에서 직위해제한 것은 학생들의 수업권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대학이 무책임하다.”

정 교수는 이번 학기에 ‘한국정치론’ 강의를 진행해왔다. 오전 11시 시작될 예정이었던 ‘한국정치론’은 이날 휴강을 선언했다. 정 교수는 “(단식으로 인해)몸도 힘들고 목소리도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법원에 직위해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결정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 정 교수의 강의는 없다.

지난 5일부터 김문기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에 돌입한지 16일째, 정 교수의 볼은 수척했다. 따뜻한 차를 수시로 마시며 입을 축이던 정 교수는 “단식은 오늘까지만 할 생각이다”라고 선언했다. 이틀 전, 교육부의 특감이 발표된 영향이 가장 컸다. 정 교수는 “교육부가 이사 전원에게 책임을 물어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지학원 이사 9명 중 3명은 사퇴하고 5명은 지난 8월 임기가 끝나, 현재 1명의 이사만 남아 있는 상태다. 정 교수는 김 총장이 측근세력을 중심으로 인사를 재편하는 등 비교육적인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선 이사회 전체를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시이사가 파견되고 김문기 씨가 물러나면 새 총장을 뽑아야 한다. 새 총장 하에 보직체제를 갖추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면 대학도 정상화될 것이다.”

“눈 오기 전에 끝내는 게 바람”
정 교수 농성장 옆 흰 천막 안에는 교수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최동권 교수(국문학)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교수들은 강의를 마치면 연구실이 아닌 이곳, 천막으로 모여들었다. 최 교수 역시 교육부 특감을 통해 이사회의 행태가 낱낱이 밝혀지길 원하고 있었다. “기숙사를 설립해야 하는데, 이사회에서 승인을 안 해줬다. 그 당시 이사장(채영복)이 사퇴하면 승인해주겠다는 거였다. 김문기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최 교수는 무엇보다 상지대를 바로잡기 위해선 임시이사 파견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행정적 책임이 있는 이사회를 해임시켜 임시이사회를 꾸려야 하는 게 이번 특감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재단 측은 임시이사회가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조재용 부총장은 “기숙사 신축 문제라든가 한방병원 적자와 임금체불 등은 재정지원을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부총장은 “그 부분을 책임질 수 있는 이사회가 구성된다면 임시이사가 됐든 무엇이 됐든 나쁠 이유가 없지만 임시이사가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진 의문”이라며 “김문기 총장이 재정지원 의지를 여러 번 나타냈고, 현재 여러 가지가 진행되는 과정이다. 이사회 구조가 바뀐다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수협의회의 입장은 전혀 반대다. 기숙사 신축의 경우,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사립대법인부지 등에 공공기금으로 연합 기숙사를 건립하기 때문에 최소비용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한방병원에 대해서도 “적자를 메우기 위해 무조건적 재정지원이 대안은 아니다”라며 “힘을 키워 자립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A교수도 “김문기 총장은 절대 재정적으로 도움을 줄 사람이 아니다. 교육부에 제출한 정상화 추진계획에서도 어떤 식으로 지원하겠다 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었다. 김 총장은 오히려 사재 출연재산 목록과 증빙자료를 요구한 교육부에 사학운영의 자율권을 박탈하고 총장직을 금전으로 매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고 말했다.

학교측 “징계는 절차대로 진행”
조재용 부총장은 정대화 교수의 직위해제와 학생 6명의 징계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라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입장은 변함 없었다. 불법도청과 학생매수에 대해서 교수협의회는 이사회를 고소한 상태다. 조 부총장은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참여연대와 교수협의회에서 나를 고소했다고 하는데 난 전혀 그런 바가 없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특감이 임시이사 파견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지난 1993년 김문기 총장이 사학비리로 퇴출되기 전에도 교육부 특감이 두 차례나 있었지만 가벼운 경고로만 끝났다. 이날 교수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특감이 시작되는 날부터 결과가 발표되는 날까지 감사의 전 과정을 철저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 교수는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김문기 총장에 대한 경각심이 강하고, 참여연대, 시민단체 등이 주목하고 있어 면죄부식 특감은 일어나지 않을 거란 생각이다. 이번 특감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지, 상지대를 정상화하는 방안이 될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학 민주화를 향한 그들의 투쟁이 마무리되고, 새 출발하는 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글·사진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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