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35 (금)
책 읽는 대학문화 만들 수 있는 ‘베이스캠프’ 인식 필요
책 읽는 대학문화 만들 수 있는 ‘베이스캠프’ 인식 필요
  • 윤희윤 교수
  • 승인 2014.11.17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학술출판협회-교수신문 공동기획‘책 읽는 대학이 미래다’⑨우리시대의 도서관2

2012~2013 공공도서관 자료수 비율(사진제공 = 국립중앙도서관)

모든 대학은 교수학습, 학술연구, 사회참여를 통해 국가 및 사회발전에 기여한다. 그 가운데 교수학습이 지식전수와 고급인재 양성에 방점을 둔다면, 학술연구는 회의와 탐구를 통해 지식의 지평을 확장하고 신지식을 창출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한 캠퍼스의 다양한 시설 중에서 도서관은 교육과 연구의 핵심인프라인 동시에 기본시설이다. 즉, 도서관은 오랫동안 역사적, 기능적, 지식정보 커뮤니케이션의 측면에서 교수학습과 학술연구를 지원함으로써 대학의 학술적 상징물, 다양한 지식정보를 축적·보존하는 학술정보관, 대표적인 학습·연구공간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최근 대학도서관은 인류의 공시적 및 통시적 지식세계와 정신문화를 농축시킨 종이책 중심의 지식정보 집적소로서의 존재감이 약화되는 대신에 전자매체를 대표하는 디지털 정보 중심의 게이트웨이 내지 공유지로서의 위상이 득세하고 있다. 도서관 방문자수와 관외대출의 지속적 감소현상이 이를 대변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이용지표가 왜 하락하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책 읽는 캠퍼스를 통한 교육학술의 전초기지, 지식통섭과 사유·성찰의 공간, 학문적 양심과 비판적 지성의 전당’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지구촌의 보편적 현상으로 간주할 수 있는 인터넷, 모바일 등의 디지털 정보기기에 대한 의존도 심화를 지목할 수 있다. 학생들이 인터넷 서핑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책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고 그 연장선에서 독서 자체를 기피하거나 등한시하는 추세다.

지극히 한국적 특수성에서 발원하는 요인으로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학비조달을 위한 아르바이트나 취업준비를 위한 스펙쌓기에 몰두하기 때문에 교양습득과 인격함양을 위한 인문예술이나 사회과학 등의 자료를 독서할 여유가 별로 없다. 그 외에 과목당 수강학생수의 과다로 인해 조사·분석을 가미한 발표와 토론위주의 수업방식을 채택하기 어렵다는 점도책 읽기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의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을 빌미로 독서 기피현상이나 독서력 저하를 정당화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더 나아가 책 읽는 캠퍼스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공리를 거부하거나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간주돼서는 안 된다. 디지털 전도사로 회자되는 네그로폰테(N. Negroponte)의 종이책 사멸론과 같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동의하지 않는 한, 전자책의 기능적 및 디지털 성능(편의성, 휴대성, 축적성 등)이 종이책보다 우수할지라도 인간공학적인 아날로그적 감성(후각적 향기, 페이지 이동의 촉감, 소유와 전시의 시각적 만족도, 행간을 더듬는 재미와 온기, 보이지 않는 유전인자와 경외심 등)을 내면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지난 2천 년간 철옹성을 구축한 종이책의 해체는 예상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전자책을 이용한 독서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거나 무시하는 입장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결국 모든 도서관은 규모나 설립주체를 불문하고 캠퍼스에서 가장 방대한 양서를 수집·보존하는 지식공동체이므로 ‘책 읽는 대학’,‘ 독서열기가 가득한 캠퍼스’를 조성하기 위한 베이스캠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의 전략적 접근과 실천력이 요구된다.

첫째, 도서관은 대학당국과 교수집단과 협력해 수업과 과제, 학생지도와 상담, 독서동아리 구성과 활성화, 다양한 지식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독서의 가치와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거나 주지시켜야 한다. 독서는 지적 및 정신적 자양분을 공급하고, 논리적 사고와 비판적 정신을 함양하며, 상상력과 창조력을 높이며, 창의적 직무수행에 도움이 되고, 지성인과 민주시민성을 함양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도서관은 충실한 소장패러다임에 기반을 둔 종이책 수장공간과 신속한 접근패러다임을 중시하는 디지털 정보게이트웨이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다양한 정보매체를 전제로 독서촉진과 충실화를 위한 양질의 하이브리드형 장서를 개발하지 않으면 베이스캠프는 물론 지식허브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도서관은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 독서욕구를 촉진시키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중으로 유통되는 신간도서 뿐만 아니라 비공식 유통 자료인 회색문헌(grey literature)을 체계적으로 수집하되, 가시성과 노출력을 강화해야 한다. 부언하면 모든 신착도서를 대상으로 목차, 초록, 서평, 추천의 글, 저자소개 등과 같은 다양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넷째, 도서관 전문가들은 교수학습과 학술연구적 측면에서 교수집단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한 독서지원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략적 방안으로는 강의계획서와 연계한 자료수집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대학 당국은 소극적인 독서권장을 지양하는 한편, 도서관이 주도해 엄선한 교양인문도서의 일정 분량 읽기를 졸업요건과 연계해 이수과목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도서관 외벽을 비롯한 캠퍼스 도처에 책과 독서를 강조하는, 예컨대 ‘책 속에 길이 있다’, ‘좋은책은좋은친구와같다’, ‘사람은 음식물로 체력을 배양하고 독서로 정신력을 배양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와 같은 현수막을 걸어 독서를 장려하는 동시에 캠페인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도서관과 대학은 도서정가제 시행에 따른 자료구매력 감소의 보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11일자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오는 21일부터 개정 도서정가제가 전면 시행된다. 이에 따른 순기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장대로 기존 도서정가제의 폐해로 간주되는 ‘과다한 할인과 그에 따른 책값 거품 형성, 지역서점과 중소출판사의 도태, 유통 질서의 문란’등을 해결하는데 유리하다는 점이다.

반면에 최대 역기능 중의 하나가 도서구입 할인율 축소에 따른 도서관의 구매력 약화이며, 결과적으로 독서대상 자료의 모집단이 줄어들고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캠퍼스 독서문화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도서관의 구매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정부와 대학의 자료구입비 증액이 시급하다.

윤희윤 대구대 문헌정보학과ㆍ한국도서관협회장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도서관경영과 장서개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구대 중앙도서관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국립중앙도서관 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